2024년 6월 19(수) 말씀으로 거룩하게 자라가라
성경 베드로전서 2:2-5
찬송 203장
노자의 도덕경 제15장에 이런 교훈이 있습니다. "고지선위사자(古之善爲士者)는 미묘현통(微妙玄通)하여 심불가식(深不可識)이라." 옛적 제대로 된 선비는 '미묘현통' 즉 섬세해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없는 듯 신묘해서 가늠할 수 없고, 그 본성이 심원처럼 깊어서 사방으로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슬쩍 봐서는 별것 아닌 존재요 미미한 모습인데, 보면 볼수록 깊고 넓어서 세인들 인식의 지평에 잘 잡히지 않는, 그런 사람이 제대로 된 선비입니다. 우리의 그리스도인 됨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섬세해지고, 깊어지고, 넓어져서 하나님과 통하고 이웃과도 두루 통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오늘 본문에서 사도 베드로는 "갓난 아기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2)"고 당부합니다. 아이가 젖을 빨 듯 거짓 없이 순수하게 말씀의 젖을 사모하라는 의미입니다. 이 당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말씀을 읽고 묵상할 뿐 아니라, 그 말씀을 붙잡고 기도하고, 삶에서 말씀을 적용해 사노라면, 성령께서 불어와 우리 영혼을 튼튼하게 하기를 마치 젖을 먹은 아이가 살이 오르고 뼈가 튼튼해져 어른으로 자라가듯 하게 할 것입니다. "너희가 주의 인자하심을 맛보았으면 그리하라(3)."는 말씀은 시편(시 34:8)의 인용입니다. 갓난아이가 젖의 맛을 알고 더욱 젖을 찾는 것처럼, 말씀을 통해 주의 인자하심을 맛보았으면 더욱 말씀을 사모하라는 것입니다.
12세기 카르투시아회의 원장이었던 귀고 2세는 영적 독서(렉시오 디비나 Lectio Divina)를 통해 구원에 이르는 방법으로 4단계 영적 사다리를 소개했습니다. 이는 독서, 묵상, 기도, 관상인데, 제르바시오 형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영적 독서의 4단계를 먹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독서'는 입에 음식을 넣는 것, '묵상'은 그것을 깨물어 씹는 것, '기도'는 그것의 맛을 추출하는 것, '관상'은 기운을 주고 즐겁게 해주는 단맛이라는 것입니다. 말씀을 통해 주의 인자하심을 맛본 신자들은 이제부터 더욱 힘써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할 뿐 아니라, 삶에서 말씀을 관상하며 살아감으로써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기를 소망합니다.
성경 말씀을 통해 영적으로 자라가고 있습니까?
주님, 갓난아기가 젖을 사모하듯 말씀을 사모하기를 원합니다. 날마다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말씀 안에서 살아감으로 구원에 이르게 하옵소서. 말씀을 통해 하나님과 더욱 통할 뿐 아니라, 이웃과도 더욱 사랑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한석문 목사 / 해운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