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강가로 나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지난 오월 초순 둘째 목요일이다. 나흘 전 입하 절기를 넘기면서 성큼 여름이 다가온 듯해도 어제는 종일 움츠러지던 날씨였다. 그간 연일 20도를 웃돌던 최고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10도 부근 머물러 바람까지 쌀쌀한 느낌이었다. 날이 밝아온 새벽까지 우리나라 상공을 덮은 차가운 기단 영향을 받다가 한낮부터 다시 초여름 같을 기온으로 되돌아갈 모양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몇 해 봄은 황사나 미세먼지가 적어 대기가 한층 청정해진 기분이었다. 중국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고 자동차 운행이 줄어들어 석유나 가스 소비량이 줄어듦도 한 요인이 될 테다. 작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이 풀리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공교롭게 몽골로부터 발원한 황사가 덮치고 미세먼지도 심심찮게 자주 낀 날이 있었더랬다.
나라 바깥으로부터 황사와 미세먼지는 여름이 가까워진 계절감과 함께 발생 빈도가 줄어 대기가 한층 맑아졌다. 거기다 식생 요인에 해당하는 꽃가루 먼지도 엊그제까지 내리던 잦았던 봄비가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갯버들이나 수양버들에 날아와 공중에 떠돌던 희뿌연 꽃가루는 먼저 사라졌다. 곡우 전후 소나무에서 새순이 나오면서 일렁이던 노란 송홧가루도 잦은 비가 씻어 재웠다.
목요일 날이 밝아와 이른 아침 자연학교 등교를 위한 길을 나섰다. 아침 식후 속이 빈 듯해도 사실은 뭔가 내용물이 든 배낭을 둘러멨다. 배낭 속에는 챙이 좁고 두꺼웠던 모자에서 오월로 접어들면서 챙이 넓고 얇게 바뀐 모자가 들었다. 아동안전지킴이 근무복에 해당하는 연두색 망사 조끼는 봄부터 입던 그대로다. 봉사활동 시간이 부여된 오후에만 입기에 배낭 속에 넣어서 다닌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월영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던 도중 창원역에서 내렸다. 대산 강가로 가는 1번 마을버스를 타고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 이르기까지 회사원이 다수 타서 서서 가는 승객도 생겼다. 용강고개를 넘어간 용잠삼거리에서는 가술의 고등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까지 보태져 버스가 일시 혼잡했다. 자가용 승용차가 대세인 요즘에 보기 드문 만원 버스 풍경이었다.
버스는 주남저수지를 비켜 간 들녘에서 대산산업단지로 출근하는 회사원이 내리니 빈자리가 나왔다. 가술에서 학생들이 내리자 버스에는 혼자 남아 수산교를 거쳐 종점 신전마을에서 내렸다. 인적이 드문 마을 안길을 지나자 농가지만 담장으로 장미꽃이 피어 울타리를 타고 올랐다. 오월은 어디를 가나 장미꽃이 화사하게 맞아 주었다. 어제는 들녘 화훼연구소 뜰에 핀 장미를 봤다.
한적한 시골 마을 골목길에서 농로로 나가자 비닐하우스에서는 농부 손길에 자라는 수박이 영글어 갔다. 지난겨울부터 봄이 다 가도록까지 잦은 비에 일조량이 부족했던 날씨로 수박 농사를 짓는 농부를 애태우던 해도 드물지 싶다. 뜨거운 햇살을 받아야 당도가 높아지는 수박 생육에 올봄 기상은 최악이었다. 농부들은 비닐하우스 바깥의 배수로 물 빠짐까지 신경 써야 할 형편이었다.
들녘에 연뿌리를 키우는 물이 고인 논바닥은 연잎이 펼쳐지는 즈음이었다. 노지에 심어 가꾼 봄 감자는 잎줄기가 무성해 꽃이 맺혀갔다. 강변 따라 생림으로 뚫은 신설도로 굴다리를 지나 강독으로 올라서니 본포교를 거쳐온 강물이 유장하게 흘러갔다. 창원시민 식수원이 될 여과수를 퍼 올리는 드넓은 둔치는 정글을 연상하게 했다. 강둑에는 자전거를 탄 이들이 간간이 스쳐 지났다.
둑길에서 아침나절 근교로 나들이를 나오려는 문우로부터 연락이 왔다. 제1 수산교까지 걸어가자 차를 몰아온 두 문우와 수산교를 건너 하남읍 강변 공원으로 나갔다. 작약꽃은 만개했으나 줄장미는 철이 일러 봉오리만 맺어 있었다. 둔치에서 가술로 건너가 국숫집에서 점심을 먹고 술빵도 사서 국도변 카페에 들어 커피를 마셨다. 정한 시간이 되어 두 문우는 떠나고 근무지를 지켰다. 24.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