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눈으로 임종 맞던 그 분들 잊을 수가 없어요”

[自笑果]

청주 불교아미타호스피스 회장 음옥자 보살

 

“젖은 눈으로 임종 맞던 그 분들 잊을 수가 없어요”

 [법보신문]

38년 교편 생활 접고
환자와 마음 나누며
13년 동안 임종 간호

 

13년 간 호스피스 봉사를 이어온 음옥자 씨.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이 건강해야 환자와 정서적인 교감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10년 전, 충북대 병원 암병동에서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한 삼십대 말기암 환자가 임종을 맞았다. 영안실에서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고인의 어머니가 오열했고, 고인의 어린 딸은 영문을 모른 채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음옥자(69·반야화) 보살이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맞이한 임종에 대한 기억이다.

음 보살은 고인이 임종을 맞이하기 전까지 그를 위해 아미타불을 염송해 주곤 했다.

한창 나이에 암 투병이라니, 그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함께 한 시간은 고작 3주에 불과했다.

 그러나 막상 그의 죽음이 닥쳤을 땐 심장이 텅 비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영안실 근처에서 먹먹해진 가슴을 한참이고 어루만졌었다.

고인이 워낙 젊었기 때문일까, 이후 수많은 임종 환자를 접했지만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항상 “고맙습니다, 괜찮아요”라고 답하던 인자한 할아버지도 있었다. 어느 새벽녘 홀로 조용히 임종을 맞이한 할아버지의 곁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손을 잡고 간절한 마음으로 극락왕생을 거듭 발원했던 기억도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상 화만 내던 여성 암환자가 어느 날 그의 손을 잡고 한없이 울음을 토해냈던 기억, 눈을 감기 직전 마지막 힘을 짜내어 기도를 해 달라 부탁하던 환자에 대한 기억까지, 그의 마음 속에 묻은 임종 환자들에 대한 기억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청주 불교아미타호스피스회장 음옥자 보살은 정토마을(원장 능행)과 충북대학교 병원, 한국병원 등에서 호스피스 봉사를 13년 째 이어온 베테랑 불교 호스피스 봉사자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마음을 주고 받으며, 그들이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의 역할이기에 지난 13년 간 그의 곁에는 항상 ‘죽음’이 함께였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죽어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은 일이예요. 저 역시도 예전에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환자들을 만나고 일련의 죽음에 대한 경험을 통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죠.”

임 보살은 “언젠가 내게도 일어날 일이라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하기 시작하면서, 진심으로 그들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이야 호스피스 봉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사실 그는 평생 봉사나 호스피스와는 아무런 관련 없이 살아왔다. 음 보살은 38년 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선생님 출신이다.

1998년, 정년퇴직을 8년 남겨두고 교직 생활을 정리한 후 한 스님의 추천으로, 능행 스님의 호스피스-간병 봉사자 교육을 수료했다.

정토마을이 설립되기 전, 능행 스님이 불교 호스피스에 대한 원력 하나로 지장사 작은 법당에서 호스피스 교육을 이어가던 무렵이었다.

그에게 타인의 임종을 돕는 호스피스 봉사는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교육을 수료한 직후 그는 곧바로 충북대병원과 한국병원 등에서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봉사에 대한 열정만은 젊은이들 못지않았다.

“모두들 제가 봉사를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평생 해본 일이라고는 남을 가르치는 것 밖에 없고, 어린 시절부터 별다른 고생 없이 자라왔기 때문에 저 사람이 과연 할 수 있을까 우려했던 거죠.”

오랜 활동의 비결은
매일 아침 108 참회
봉사 자세도 일깨워

 음 보살은 “그랬던 게 벌써 올해로 13년이 됐다”며 “함께 교육을 받은 동기들 가운데 저만 아직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봉사 인연은 따로 있나 보다”며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타인의 죽음을 대하는 호스피스 봉사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한 전문 분야다. 음 보살 역시 정토마을 불교 호스피스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후, 현장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봉사법을 체득했다.

환자의 몸을 닦아주고, 팔다리를 주물러주는 한편 정서적인 교감을 기반으로 아미타불, 광명진언을 함께 읊조리며 그들이 서서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로 그가 터득한 방법이다.

극단적으로 삶의 의지를 잃은 환자에게는 희망을 북돋아 주고,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하는 환자에게는 죽음을 직시하고 올바른 죽음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죽음을 앞둔 이의 심리 상태는 극도로 예민합니다. 나의 마음 상태가 그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에 항상 진심으로 대해야 바람직한 호스피스 봉사가 가능해요. 내가 온전히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다가가야 환자들이 마음을 열고 몸을 맡기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이 건강하고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음 보살은 “불교 호스피스 봉사자에게 마음공부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와 마음을 주고 받고, 그들의 임종을 계속적으로 접하게 되기 때문에 본인의 심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음 보살은 1992년부터 매일 새벽 4시 인근 사찰을 찾아 108배와 참회 기도를 올린다. 매년 두 번 정기적으로 임하는 봉정암 순례를 제외하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20년간 이어온 습관이다.

음 보살은 지난 13년 간의 봉사 경험을 되짚어 보며 “매일 아침 부처님 전에 엎드려 마음을 내려놓고 알게 모르게 지은 업들을 참회하는 이 시간이 없었더라면, 호스피스 봉사를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며 미소지었다.

음 보살의 자비행에 불현 듯 떠오르는 『열반경』의 가르침. 베풀 때는 상대를 가려서는 안되고,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도 베푸는 것이 아니라는 가르침.

법정 스님 말씀처럼 사랑은 베풀 일이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이 다음에는 더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불심으로 다져진 따뜻한 마음으로 죽음의 문턱에 선 환자들에게 자비의 손길을 건네는 음 보살. 그의 밝고 환한 웃음이 환자들에게는 마치 관세음보살의 그것으로 비춰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청주 정토마을

[금강화]

_()()()_

[무애심]

나무 보문시현 원력홍심 대자대비 구고고난 관세음보살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