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를 달린다는 것은 바늘로 우물을 파는 일이며 삽으로 높은 산을 쌓는 일이며
가래로 운하를 파는 일이라고 한다.섣불리 달려들어 행하기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특히 올해
같이 여름내 폭우가 쏟아져 달리기에 마땅찮아 훈련이 부족하고 여름보다 더 무더운 초가을엔
더욱 그러했다.그러나 계절은 부지런하여 철원으로 향하는 길가에 코스모스와 구절초가 피어
바람에 흔들려 하늘거리고 있었다.멀리 고려산과 명성산이 맑은 하늘아래 깨끗한 얼굴로 인사를
한다.초가을 더위 속에 얼마나 쓰러지고 일어나야 완주를 할까? 나는 주로를 가늠해보고 울리는
총성에 달려 나갔다.
출발선을 떠나 달림이들 속에 섞이니 철원의 넓은 들이 나타났다.드넓게 뻗어간 들판이 끝나는
곳에 산이 솟았고 강이 흘렀다.들은 산을 방패삼아 강을 벗삼아 그렇게 펼쳐져 있었다.들판을
가득 채운 벼들이 바람이 불적마다 초록의 파도가 되어 흔들리고 볏잎의 이슬은 햇빛속에 반짝이고
있었다.들을 돌고 가로지르며 달려야 풀코스가 끝날터였다.10km를 지나니 호흡이 터져 달리기에
편했다.들숨과 날숨이 일정하고 다리는 가벼웠다.지나치면 나중이 걱정이라 나가려는 나를 누르며
달랬다.뜸뜸이 주로에는 아들같은 군인들이 나와 박수치고 소리치며 격려한다.두 동강난 조국이
젊은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마음과 가슴을 맞대는 화해없이 앞세운 이념 앞에 선 젊은이들에게
부끄러워 목이 말랐다.15km를 지나자 긴 오르막과 맞바람이 거셌다.하프까지 이어진 언덕과 바람앞에
나는 무기력했다.하프를 지나고 뒷바람이 불었으나 발걸음은 무거웠다.앞서간 달림이들도 뛰는 모습이
흔들리고 있었다.35km를 지나니 논사이로 난 끝간데 없는 길이 뱀처럼 징그러웠다.내딪는 걸음은
천근이요 흔드는 팔은 만근이다,자세는 무너지고 종아리와 허벅지에서 경련의 신호가 찌릭거리며
닥아왔다.마음을 모으고 몸을 쥐어짜며 달렸다.무너지고 흐트러진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가혹하다는
느낌에 모른채 고개를 돌리고 사는 것이 더 가혹하지 않은가 되물었다.38km마지막 반환점을 도는데
온거리보다 가야할 길이 더 혹독했다.나의 바늘은 샘을 찿았나.삽으로 얼마나 높은 산을 쌓았나.나는
단지 앞만 보고 달려서 골인했다,동료들이 건네준 물을 머리에 뿌리니 나를 찾은 느낌이다.노여움도
슬픔도 분노도 기쁨까지도 모두 내려놓은 원초의 내가 허수아비처럼 서있었다.욕심도 필요없고 다만
현재의 내가 고귀한 허수아비가 되어 외롭게 작열하는 햇빛속에서 한참을 서있었다.길고 긴 시련의
즐거운 여행은 철원들판에서 이렇게 끝났다.
파란하늘과 쪽빛들판과 시원한 바람을 가슴에 안고 돌아오며 생각했다.철원들에서 남도 북도 사라지고
이념도 없어지고 철망과 총칼이 사라지고 다만 들로 남아 허수아비 몇개 지키면 좋겠다.이념에 볼모인
젊은이는 부모의 품으로 연인의 곁으로 보내고 허수아비는 참새와 들꽃과 달빛을 친구삼아 사는 평화의
땅이면 얼마나 좋을까.들에겐 벼와 허수아비 몇개만 필요할 뿐이다.
첫댓글 철원마라톤 홈페이지에 올린 후기입니다.10등안에 들면 상금 100달러를 준다기에 돈에 눈이 멀어서...발표는 내일(23)이라는데 까페가 허전해서...기록으로 안되니 이젠 글장난(?)이나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마사달의 기록과 용봉의 행운권 담첨에 질투심이 생겨서...지역구(천클까페)와 다른 전국구라 다르게 썼네요.이렇게 라도 해야 100번을 채우나.당첨되면 중앙과 내년 동아와 mbc까지 쓰고 말아야지 후기계의 이정숙이 되고 싶진 않내요.만약 내일 당첨되면 축하해 주실거죠.부끄러워라.
후기 멋지네요. 당첨되길 바랄께요. 현월님 힘
당첨되길 바랄께요. 현월님 힘!
출사표,후기 등등 전부 다 서브쓰리입니다.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