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1. 16. 목요일.
이른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리고 가을비가 내린다.
날씨가 흐리니 내 마음도 덩덜아서 울울하다.
내일 오전 중에 자동차를 끌고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 고향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 오는 일요일에는 종중의 시향/시제에 참가해야 한다.
비가 많이 내리면 미끄러운 고속도로에서는 차 운전하기도 어렵고, 더우기 낡은 자동차라서 제동이 어려울 게다.
날씨가 춥다고 하니 오늘 오후에 아내는 내가 입을 속옷을 챙겨서 꺼내놨다.
내일 아침에 속내복을 입어야 할 듯.
늦가을비가 내리니 조금은 춥고, 마음조차도 조금은 울적하다.
<한국국보문학카페> '등단 시인방'에는 '김병환 시인'의 '빈 잔'이란 시가 올랐다.
짧은 시인데도 많은 내용이 들어있다.
내가 댓글을 단 뒤에 퍼서 '세상사는 이야기방'에 올려서 내 글감으로 삼는다.
내 댓글 :
'빈잔처럼 자신을 비워놓고
청빈한 삶 깨끗함을 담아라'
위 시 문구를 보고는 한참이나 더 생각해야겠습니다.
'빈잔'이 주는 뜻이 무척이나 다양하게, 많겠군요.
다 먹어서 빈잔이 되었다는 뜻도 되겠지요.
몇해 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산책로에서 거지청년을 보았지요.
산책로 한 구석에 철부덕 앉아 고개를 숙이고, 그 옆에는 작은 빈 그릇 하나.
동냥을 달라는 뜻이지요.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 쓰레기장에는 왜그리 빈그릇이 많을까요?
정말로 많은 빈그릇(술잔, 컵, 냄비, 쟁반, 솥, 밥그릇, 수저, 화분 등)을 마구 내버리대요.
재활용할 수 있는데도 왜들 버리는지...
아깝더군요. 특히나 이삿짐 트럭이 오가면....
저는 화초를 좋아하기에 쓰레기장에 내버려진 빈 화분을 보면 욕심이 나지요.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합니다.
자신이 먹어야 할 잔은 비어 있거나 조금만 채우고,
대신에 남한테 내주어야 할 잔은 가득 채웠으면 합니다.
시 내용이 좋아서 엄지 척!
'빈잔'
하나의 낱말인데도 많은 뜻을 담았다.
누구의 시각으로,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지 등 숱한 뜻이 들어있는 말이다.
절에서 수도하는 스님, 성당과 교회에서 기도하는 신부와 목사 등은 '빈잔'이라는 말을 숱하게 할 게다.
나는 아무런 종교도 없고, 아무런 사회적 지위도 없고, 마땅한 직업도 없는 가난한 사람이지만 나는 달리 다양하게 생각한다.
결언한다.
나는 '빈잔'보다는 '가득 채운 잔'이었으면 한다.
가득 채운 잔을 나 혼자서 후루룩 마시는 것보다는 남한테 내밀어서 남이 먼저 다 마셨으면 싶기에.
비어 있는 상태의 '잔'을 뜻하는 그릇은 무척이나 많다.
술병, 술잔, 컾, 반찬그릇, 밥그릇, 국그릇, 냄비, 항아리, 가마솥, 솥단지, 보온밥통, 숟가락, 상자, 박스, 주머니, 가방, 백, 몸뚱이 위(뱃속, 창자), 화분, 볏광, 곡간, 창고, 허드렛광, 은행통장, 등.
내가 생각하기에는 텅 비어 있는 상태보다는 2/3쯤 넉넉히 채워졌으면 싶다.
언제라도 꺼내서 바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든든하게 채워졌으면 싶다.
가진 게 많아서 혼자 배터지게 먹는 것보다는 나보다 못한 사람, 가난한 이웃한테 자주 나눠주었으면 싶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그렇게 하려면 ''빈잔'이 아니라 넉넉히 채워진 '잔'이어야 한다.
나는 농협은행에 통장이 있다. 정기예금통장, 일반예금통장이 있다. 수시로 꺼내서 쓸 수 있는 일반예금통장에 예금액이 다소라도 있다.
내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덕분에 나는 배 곯지 않고는 학교 다니면서 살았고, 내가 성인이 된 뒤로는 서울에서 직장 다니면서 월급 받아서 아내와 함께 4남매를 낳아서 키웠다. 정년퇴직한 뒤로는 쥐꼬리보다 조금 더 긴 연금으로 그럭저럭 산다.
쥐꼬리보다 조금 더 긴 연금이기에 늘 아껴서 알뜰하게 써야 한다.
내 주머니 속의 지갑에는 천원짜리, 오천원짜리, 만원짜리 돈이 얼마쯤이라도 늘 들어있고, 또 바지 주머니 속에는 100원, 500원 동전도 몇 개나 들어있다.
내가 원하는 삶은 '빈 지갑'이 아니다. 넉넉하게 채워진 지갑이다.
언제라도 지갑을 꺼내서 소소한 물건을 사고, 또 이런 저런 것에 대해서 돈을 내밀어 지불한다.
* 요즘 나는 생고구마를 자주 산다. 한 봉지에 3,000원 정도 하기에.
거느린 가족, 퇴직한 이후라도 최소한의 사회활동을 하기에 나는 '텅 빈 지갑'보다는 어느 정도껏 '채워진 지갑'을 원한다.
텅 비어 있는 잔보다는어느 정도껏 즉 2/3쯤 채워진 잔을 들고서 후루룩 마시고 싶다.
이 추운 늦가을철에는 따끈따끈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진다.
다 마셔서 텅 빈 잔, 깨끗이 씻어서 보관하는 잔보다는 이를 꺼내서 따뜻한 숭늉을 가득 채운 잔이었으면 싶다.
남한테 나눠줄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채운 그런 잔이었으면 싶다.
국가와 정부에 세금을 많이, 잘 내는 국민이 더욱 많아졌으면 싶다.
주머니 속의 돈을 꺼내서 살기 어려운 이웃한데 골고루 나눠주었으면 싶다.
그렇게 하려면 '빈잔'보다는 ''넉넉하게 채운 잔'이었으면 싶다.
내가 기억하는 1950년대, 60년대의 시대상황이 떠오른다.
서해안 산골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도 왜그리 얻어먹으려고 외지에 온 거지들이 많았던지.
문둥이(나병환자, 용천뱅이)도 있고, 한국전쟁이 끝난 뒤라서 팔다리가 없거나 시원찮은 상이군인들도 와서 빈 바가지, 빈 깡통을 내밀면서 '밥 좀 주세요. 동냥 좀 주세요'라고 구걸했다.
이들이 내미는 바가지, 그릇은 모두 텅 비었다.
내가 1960년 이른 봄에 대전으로 전학가서 살 때이다.
대전시 중심지에 있는데도 왜그리 거지떼들이 많았는지.
목척교, 중교다리 밑에는 허름한 천막을 치고 사는 거지들이 많았다.
이들은 빈 깡통을 들고는 집집마다 동냥을 요구했다. 찬밥 한 덩이라도 얻어서 먹으려고.
이들이 내미는 깡통, 양푼 속은 늘 텅 비었다.
대전 대흥동 천주교 성당 마당에는 큰 가마솥을 걸고 장작불 때서 옥수수죽(강냉이죽)을 끓여서, 조금씩 퍼서 가난한 이웃한테 나눠주었다. 가난한 이들이 손에 들고온 그릇은 빈 그릇.
빈 그릇에 국자로 퍼서 담은 강냉이죽 빛깔은 노르스름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빈 그릇을 손에 들고 줄 서서 기다렸다가 밥이라도 얻어먹어야 했던 '그때 그시절'이 생각이 난다.
나도 빈 양푼을 들고, 천주교 성당 마당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강냉이죽을 얻어서 집으로 가져와서 떠 먹었다.
위 김병환 시인의 시 '빈잔'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한참이나 더 생각해야겠다.
2023. 11. 16. 목요일.
나중에 보탠다.
잠깐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