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이상 고령자
백신접종 체험기
가느다란 주사기를 쥔 젊은 간호사의 손놀림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나도 미리 반팔티셔츠에 가벼운 윗도리를 걸쳤기에 한쪽 팔을 빼자 접종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뉴스에서 보여주던 접종장면 영상은 심각하고 진지해 보였는데 순간 따끔한 느낌만 주고 끝나버려 확실하게 접종이 이루어졌는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전 8시에 도착하여 9시에 접종한 후 오후엔 자전거로 강변로를 달리다가 접종반응을 묻는 시청 공무원 전화를 받았다. 마감뉴스에서 한국은 19,855명으로 접종률 1.7%라고 했다. 이스라엘 55%, 미국 16%, 프랑스 4% 등이고 88개국 중 우리나라는 84위지만 백신여권은 미국이 5월에 도입할 예정인데 우린 이달에 바로 시행할 거란다.
백신확보가 늦어져 국민들 원성이 심해지자 1조 원가량 웃돈을 주고 백신을 들여온다고 또 여론이 들끓었다. 어제 오후 나의 지적 때문인지 기초단체장도 오늘 현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코로나 대처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기회를 놓친 걸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백신여권을 만들어 여행에 숨통을 트이게 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에서 빤히 바라보이는 백신접종 현장을 하루 전날 찾아갔었다. 문자로 보내온 위치는 주차장인데다 처음 시행하는 접종이라 불안했던 것이다. 약도대로 찾아갔다가 허탕치고 그 반대 위치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뒤쪽이 맞았다. 오전 8시, 코로나에 지친 2백여 명 노인들이 북적댔고 접종관리 요원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우왕좌왕했다.
접이식의자도 40개 정도밖에 안 돼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불편해하고 있었다. 옛 평야지대에 들어선 의과대학 부속건물 일대엔 강풍이 불었고 햇볕이 없어 한기가 느껴졌다. 마침 대형관광버스 힌 대가 보이기에 살펴보니 10여 명이 타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좌석에 앉히라 했더니 여러 이유를 들어 관리자는 탑승시키길 거부했다.
접종시각도 일방적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고 조끼를 걸친 관리인들은 예진표 작성한 것 확인 말고는 전혀 하는 일이 없었다. 차분히 안내하지 못하고 시끄럽게 고성을 질러대며 백신을 처음 접하는 노인들 혼을 빼놓고 있었다. 코로나 백신 접종하러 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려고 저러나 싶었다. 흰 가운을 걸친 의사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오후 늦게 시청 담당자로부터 내일 백신접종을 꼭 맞아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때 잘 만났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오전에 현장에서 목격한 얘길 들려주면서 책임자는 왜 없느냐고 따졌다. 추운 바깥에 의자도 없이 다리가 불편한 노인들을 떨면서 왜 서있게 하느냐, 그러고 이름을 두고 왜 어머니 아버지로 부르도록 교육을 시켰느냐고 물었다.
이튿날 오전 8시 도착했을 때 관광버스가 6대나 길게 늘어서 있었고 난 버스로 바로 안내되었다. 건물 1층은 접종을 실시하는 곳이라 대기실 용도로 버스를 부른 것 같았다. 그러고 오늘은 어제 첫날보다 대상자가 절반도 안 돼 보였다. 오늘 대상자들은 어제 내가 미리 현장을 둘러보고 건의한 때문에 편안하게 접종한다는 생각에 안도할 수 있었다.
접종 후 이상반응을 살피기 위해 옆방에서 30분을 기다리라 했다. 반시간이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여든 후반은 돼 보이는 노부부가 접이식의자를 옆으로 떨어져 앉았다가 시간이 되어 할멈이 나가자고해도 남편은 거동이 불편한데다 정신이 맑지 못한 것 같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얼른 다가가 노인을 부축해서 접종장소 건물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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