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달릴 생각을 하니 끔찍하고, 놀리며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친구들과 새 학기를 맞은 리츠코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키 162센티미터 74킬로그램의 중년 닥스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전혀 선생님답지 않았고, 나쁜 선생님은 아닌 것 같았지만 약간 촌스러웠고, 도대체 믿음직스러운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선생님이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닥스 선생님은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 눈 밖에도 난 듯했다. 아이들은 자기가 닥스 선생님의 아이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닥스 선생님이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벽창호 같은 선생님들이 아직 수두룩 하단다”라는 말을 하는 순간 줄탁동기의 순간이 시작된다. 밖에서 알을 쪼아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어미 닭,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 이지만..
리츠코는 이야기한다. “ 너무나 이상했다”라고
이제 다른 선생님과는 영 딴판으로 보게 되고 심지어 다들 입을 쩍 벌리고는 닥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런 선생님은 처음 봐.”
놀림을 받으면서 친절이란 게 뭔지 알아가는 거, 친구들의 문제에 참견해서는 안된다 거 시원시원한 선생님의 지시를 받으며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듯 배워간다.
“쇼코는 동생 셋을 키우고 있거든. 정말 기특하지?”
기운을 북돋워 주시고
“정성을 다해 꾀병을 부리고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걸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유미코 자신이지.”
“질 좋은 소고기가 급식으로 나오면, 유미코도 거짓말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야.”
마음에 상처를 입을 때는 “항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가고, 아슬아슬한 순간에 닥스 선생님의 품에서 새로운 삶을 맛보게 된 ‘동이’라는 친구를 통해 가슴이 뜨거워지는 세계가 열리는 경험에 이르게 된다. 가슴이 뜨거워지자 저마다 딴 곳을 보고 있던 아이들이 서로서로 얼굴을 마주 보게 된다.
비참한 경험까지도 스스럼없이 나누게 되고, 활기차게 아주 중요한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간다.
반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진 시간은 불과 두 달 남짓, 예전에는 우리 반에 없다면 얼마나 속이 후련할까 싶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학교라면 지긋지긋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어서 학교에 갔으면 싶을 때조차 있게 된 것이다.
닥스 선생님은 여전히 굼뜨고 촌스러웠지만, 저마다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하나의 일을 해내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는 사실에 충만한 서른네 아이의 노랫소리가 강당 가득히 울려 퍼진다.
리츠코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기가 막혔지만 그래도 닥스 선생님이 약간 귀엽다.
다면적 일상 속에서 실망도 하고, 화나고, 섭섭한 일들이 많은 한 주간이었는데, 잔잔하고 아름다운 동화를 복기해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답게 이 상황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리츠코가 새로운 학기, 전혀 새로운 race를 시작할 수 있었던 기운을 좀 넘겨 받은 것이리라....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경쟁으로 내몰리는 12년의 각박한 레이스(race) 위에서 이런 선생님이 아니 이런 어른들이 종종 발견되고, 아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고 한 번이라도 더 그 레이스(race)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는 “줄탁동기”의 경험이 곳곳에 숨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실은 아이들 뿐 아니라, 우리 어른의 일상에도 이런 가슴뜨거워지는 경험이 많았으면 좋겠다.
*줄탁동시(啐啄同時) 줄탁동기(啐啄同機) 줄(啐)과 탁(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가장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비유하거나, 서로 합심하여 일이 잘 이루어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
첫댓글 다면적 일상 속에 이 책으로부터 기운을 받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우리나라 학생들의 12년의 레이스로 건너가기 전에 필자의 복잡한 한 주간과 책이 만나는 장면에 좀 더 머물러 있으시면 어떨까 조심스레 여쭤 봅니다.
책을 진짜 읽고싶게 잘 꼬시는 글이네요!
<너는 닥스 선생님이 싫으냐?>라는 책을 펴고서, 처음부터 끝장면까지, 마음에 드는 글들만 모아 본거에요^^, 하이타니 겐지로가 고르고 고른 글에서, 저는 또 고르고 고른거죠^^ 글이 따듯해서, 베껴스면서도 좋았어요~
별것 아닌 마음이실진 몰라도 ㅋㅋ 전문가의 말씀이 남다르게 다가오네용 ㅋㅋㅋ
@모퉁이 이렇게 피드백 주시니 감사할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