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되니 아픈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병을 얻고서야 어이쿠 놀라면서 담배도 줄이고 술도 끊고 운동도 시작하고 한다. 병을 얻기 전부터 주변인들은 이미 건강 챙기라는 잔소리를 많이 했을 테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깨달아야만 아파봐야만 갑자기 건강을 챙기기 시작한다. 주변인에겐 꽤 약오르는 일이다.
남편이 아프면 와이프가 주변에서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나보고 챙겨주라며, 저렇게 놔두면 어떡하냐며. 뭘 어떡하나 아무리 말해도 안 들을 게 뻔한데. 나는 좀 놔두는 편이다. 자기 건강 자기가 안 챙기는 건 바보거나 애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쪽이 애달복달하면 한쪽은 더 비뚤어지는 게 부부다. 죽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해야만 스스로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스스로 뭐라도 해볼라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말이 쉽지, 사랑하는 사람이 죽든지 말든지 상관 안하기가 사실 더 어렵다. 잔소리 한 마디 하는 게 나는 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건강뿐이랴. 공부도 엄마가 공부하란다고 하는 것 같지만 다 자기가 동기부여가 되어서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어떻게 하라고 주문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하게끔 동기부여하는 역할을 잘하고 싶다. 그래서 남편에겐 당신이 죽든지 말든지 나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살고 아이들에겐 너네들이 공부 못해서 거지가 되든지 말든지 엄마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산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첫댓글 "잔소리 한 마디 하는 게 나는 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200퍼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