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등학생인 큰 아들이 처음 학교에 입학할 무렵, 나보다 먼저 아들을 키운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다.
학교는 평가하는 곳이고, 공부는 학원에서 해야 돼.
아들은 숲 유치원을 다녔고, 다른 유치원과 달리 특별히 한글이나 수학을 가르치치 않았다.
유치원 때 이웃집 엄마는 자기 애가 1000도 넘게 셀 줄 안다며 좋아했지만, 학습지 하기 싫어 실랑이 벌이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학습지를 일절 시키지 않았다.
그 결과...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한글을 떼지 못하고 들어갔다.
학부모총회 때 담임 선생님은 한글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맞다는 말씀을 하셔서 정말 좋은 선생님 만났구나 생각하며 돌아왔다.
하지만 모두가 한글을 익히고 들어온 상태여서 특별히 따로 한글 수업은 없었다.
한글을 모르는 아들을 선생님은 안타까워 하셨지만, 선생님이나 학교로부터 도움은 받지 못했고, 아들을 가르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었고 아들의 자존감은 많이 떨어졌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동네 엄마들로부터 여기는 애들이 다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선생님이 "이거 알지?" 하면서 스킵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중학교 학부모총회 때 교장 선생님은 이번 졸업생을 얼마나 많이 특목고에 보냈으며, 아직 비평준화 지역인 우리 동네에 많은 학생을 좋은(?) 학교에 보냈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 얘기를 들은 엄마들의 반응은 엄마들이 학원 보내 공부시켜 잘한거지, 학교에서 뭐 해준거 있냐는 반응이었다.
1학년 첫 공개 수업 시간이었다. 과목은 과학이었다.
학교에 열심이고 자녀가 첫째인 엄마들이 나를 포함해 대여섯 명 정도 왔다.
공개 수업이어서 그런지 대체적으로 아이들은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지만, 그 와중에도 아예 뒤돌아 대놓고 떠드는 애도 있었다.
수업을 듣는데, 선생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다른 엄마들도 모두다 똑같은 얘기를 하였다.
아는 엄마가 딸을 교대에 보낼까 애기했더니, 그걸 옆에서 듣고있던 아들이 중학교 선생님 시키라고.
초등샘은 할 게 많은데, 중학교 샘은 그냥 수업 들어와서 자기 얘기만 쭉 하다 나가면 된다고.
중3이 끝나갈 무렵 아들이 와서 이런 얘길했다.
엄마, 내가 자리가 바로 교탁 앞이어서 차마 자지도 못하겠고 너무 졸려워서 교실을 둘러보면, 특목고 합격한 애들은 고등학교 공부하고 있고, 다른 애들은 다 자고 있어.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이제 '그 레이스'에 합류하게 되었다.
과학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하더니, 1학기 말 성적이 좋질 않았다.
나는 여름방학에 과학 학원을 등록시켰고, 2학기가 됐을 때 아들은 이제 수업 시간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다는 얘기를 했다.
수업 시간에 대답을 하니까 선생님이 네가 과학중점반을 선택하더니 이제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냐는 얘기도 들었다며.
주위에 엄마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
학원에 안 보내면 그나마 수업도 못 쫓아가고, 수포자 될까봐 보낸다고.
도대체 공교육 만으론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건가...
첫댓글 아,, 정말 아픈 이야기예요. ㅠㅠ 사실 어떤 학부모라도 학교에서 모든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생각하지 돈 들이고, 세상을 배워야 할 시간에 학원에 틀어박혀 있길 바라는 사람 없을 겁니다. 여간 답답하지 않을 수 없네요. 학교에서 공부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그러다가 이번에 공약평가하면서 보게 된 자기평가제를 보며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영어를 늦게 시작한 이제 중학교 들어가는 둘째아이를 보며,, 학원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결과를 보이며 실력이 낮다 하지만 제가 볼 때는 많이 발전했거든요. 자기 속도에 맞춰서 잘 가고 있는데,, 지레 힘이 빠지지는 않았을지 걱정이 되었어요. 먼저 시작한 아이들에 비하면 늦겠지만, 그만큼 빠른 속도로 따라가고 있고, 초등학교에서는 그래도 모두 매우잘함을 받은 아이인데 말이죠. 남하고 비교만 안 해도 덜 아플텐데요.. 어떤 정해진 목표를 이룬 것만해도 잘했다 칭찬과 갈채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할말이 많아지네요.
그리고, 코로나 시기.. 학교의 수학 수업을 보면서,, "00엄마 정말 책임감 없다. 학교에서 수학을 공부시킬 생각이었어요?"라는 말이 실감이 났어요. 완전한 한방향 수업이었어요.. 온라인이라는 한계가 있지만서도, 동영상과, 퀴즈 형식으로 문제 푸는 아카데미(?)를 던져주시고... 그 다음은 집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인지.. 아이는 틀어만 놓고 수업을 듣지 않았고, 학원을 보내달라했습니다. 목표한 학교(특성화고등학교)를 가려면 그래도 좀 따라가야 하는데 지금 자기 실력으로는 안되겠다는 말을 하면서요. 거기에 대고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된다는 이야기를 차마 할 수가 없.. 이번에 입학하는 둘째의 1학년 시수를 보니,, 수학에서 뭉텅 빼서 체험학습을 넣었던데, 그럼 수학은 알아서 배우고들 오라는 말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많은 좋은 선생님들이 계신데, 왜 안되는 걸까요...? 단체의 상근자셨던 이경은 선생님처럼 학교에서 정말 오답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수업.. 눈물나게 기다려집니다.
코로나 첫해
학교 수업은 일년내내 동영상 링크였어요.
imbd태그로 편집해 붙여넣는 수고도 하지 않았어요.
교육 이렇게 하는 구나 속속을 볼 수 있던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죠.
정말 슬픈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가 학교는 왜 만들었는지, 만든 목적에 맞게 과연 운영하고 있는지 드러내 놓고 이야기 해야 할 시간인 것 같아요.
너무도 아프고 속상한 공교육 경험기네요 ㅜㅜ 어느 스무살 청년이 학교는 평가하는 곳이고, 자신은 학원에서 리허설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모두 가짜 학교에 살고 있네요.
글을 읽는데 왜 이렇게 속상한지요. 아이고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