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마음
김정자
봄이 오는 소리와 더불어 산등성이를 향해 올랐다. 일주일 전보다 많
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오른다. 맑은 하늘엔 이름 모르는 새들의 소리도
한결 아름답게 들리고 빼곡히 둘러쌓인 소나무 잎들도 기지개를 펴는 듯
검은 초록빛깔이 연초록으로 변하고 있다.
오늘은 마음먹고 좀더 높은 정상을 향해 걸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
는 산골짜기가 여인의 넓디넓은 치마폭처럼 이어지는 자락들이 마치 내가
살아온 날과 살아 가야할 날들이 한눈에 보이는 듯 하다.
오랜만에 내 마음의 우울함이 산과 산을 이어주는 산자락을 바라보며
마음과 눈과 귀를 열어줌을 느껴본다. 뼈 마디마디에 절여있는 노폐물이
빠져나간다. 세포마다 배어있는 불순물이 헹구어지는 듯한 개운함을 맛
보았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은목걸이같은 물이 흐르는 소리가 있다. 하늘이
드문드문 보이는 골짜기가 정이 간다. 머지않아 쑥이며, 미역초며 산나물
들이 앞다투어 아름답게 꾸며주는 봄놀이가 시작된다.
해마다 봄이면 폭넓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단짝 친구와 산골짜기로 봄
나물을 캐러 떠난다. 통통한 고사리가 마른풀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걸
보노라면 삶의 의욕이 절로 솟는다.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준다.
함부로 생각할 수 없는 생명의 존엄성이 거기에 있다. 산골짜기에서
눈을 살며시 감고 몇 분간만 있으면 필하모니의 연주보다 더 아름다운 소
리가 귓전에 들린다. 새들의 지저귐, 올라가고 내려오는 바람소리가 나뭇
잎에 맞닿는 소리, 이끼가 물을 먹는 소리, 돌멩이들의 숨쉬는 소리, 그
밑을 구르는 모래소리...... 이들은 산골짜기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이다.
달빛이 내려앉고 어쩌다 별빛이 스치고 가지만 언제나 건장하고 싱싱한
골짜기는 산의 자존심이리라.
한낮이 되면 그들이 좋아 찾아오는 우리들이 있기에 철따라 아름다운
옷을 갈아입고 우리를 맞는다. 긴 세월이 지나도록 한결같이 변함없는
환영이 있기에 사계절 변함없이 찾는 이도 많으리라.
오늘도 내가 살아갈 산자락을 향해 지금까지 보다 진솔하고 보람있는
내 생을 추구하며 걸어가는 내 마음을 저 산골짜기는 아는지 모르는지....
1999.
첫댓글 내가 살아갈 산자락을 향해 지금까지 보다 진솔하고 보람있는
내 생을 추구하며 걸어가는 내 마음을 저 산골짜기는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내가 살아갈 산자락을 향해 지금까지 보다 진솔하고 보람있는
내 생을 추구하며 걸어가는 내 마음을 저 산골짜기는 아는지 모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