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우아한 펜대를 거두어내고 투박한 연장을 집어든 김진송 씨.
활발하게 활동하던 평론가이자 기획과 출판 일을 하던, 말하자면 ‘책상물림’으로
살았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목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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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연목으로 가구를 만든다. 돈을 주고 번듯한 나무를 사는 것이 아니다.
근처 야산에서 벌목된 소나무, 우연한 기회에 이웃에게 얻은 느티나무 등
주변에서 구한 것으로 가구를 만든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그는 나무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제재목을 사용하는 목수나 평생 한두 가지 나무만 고집하는 전통
공예인과 달리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나무를 재료로 삼는다. 재료를 가리지
않다보니 10여 년 동안 그가 다루어본 나무는 1백종이 넘는다.
자연목은 짧게는 3-4년에서 길게는 7-8년의 시간이 흘러야 비로서 가구를
만들 수 있는 온전한 재료가 된다. 이렇듯 나무와 함께 긴 시간을 보내게 되니
가구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목리 木理를 깨우치고 나무가 살아 있을 때의
생태까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자연목을 다루는 목수의 일의 묘미를
‘자연을 가까이서 보고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 말한다.
그의 디자인은 나무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눈앞에 놓여있는 나무의 형태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 나무의 목리를 따르는 디자인, 어찌 보면
나무가 제 속에 숨겨놓은 디자인을 그가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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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송 씨는 가구를 직접 배달한다. 배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자신이 만든 가구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면서, 가구가 놓일 곳의 채광과 습도 등
물리적인 환경도 점검하고 어떻게 건사하는 것이 좋은지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사람들에게 배달꾼이 될 때와 작가가 될 때 상반된 대접을 받곤 한다.
그를 배달꾼으로 여기고 무례하게 대하다가도 가구를 만든 사람임을 알게 되면
‘작가 선생님’으로 대접이 달라진다고.
목수든 작가든 배달꾼이든 물건 자체의 기능과 아름다움이 존중받을 만하다면
그 앞에 모두가 동등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작가가 아닌 목수를
고집하고 배달꾼을 자처하는 이유다.
-김성은 기자, <목수 김진송씨- 나무는 목수에게 경험적 지식의 창고다>
『행복이 가득한 집』2009년 3월호
경험적 지식의 창고라.. 와닿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