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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지향론
[1]
얼마 안남았다.
웃기게도, 영화에서 소설에서 보던 것 처럼.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하늘을 보게 될 그 순간이 말이다.
일년 전 쯤인가? 드라마에서 다루던 소재.
난 그 때 그 드라마를 보면서 실컷 웃어댔다.
엄마며, 오빠는 그런 날 보며 감정이 메말랐다고 했다.
그러나 난 그 때 전혀 눈물을 보일 수 없었다.
그리고 너무나 웃겼다.
그런 웃긴 상황이 나에게 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제 와 나의 악녀 지향론이 이렇게 이용되 먹을 줄은 몰랐다.
또한 나의 그 악녀 지향론에 필요했던 "동기"라는 부분이 설명되기도 했다.
[급격한 시력 저하]
유전적으로 시력 하나는 자신 있던 나였다.
그런 나에게 몇 달 전부터 이상 증세가 나타났었다.
아니, 그 당시에는 이상 증세라고 할 것도 없었다.
다만 빛을 볼 때 눈이 심하게 아려왔다는 것과 조금만 있어도 눈이 피로했다는 것.
그 것이 전부였으니까...
얼마 전부터 급격히 떨어지는 시력에 안경이나 하나 맞춰봐야겠다는 식이었건만.
뜻밖에도 내게 돌아오는 건 암담한 현실 뿐.
그래도 그 순간에 난 살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에서처럼 안암으로 죽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원인도 치료법도 잘 모른 채 그저 급격한 시력 저하라는 사실이 조금 슬펐을 뿐.
[2]
나는 그런 삼류 로맨스 소설이나 삼류 추리 소설을 볼 때 마다 생각했다.
정말 형편없노라고.
그런 소설들에 나오는 건 하나 같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특히 삼류 소설에서 표현 되는 "악녀"라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졌었다.
내 자신이 악녀였던 것도 아니었으며, 특별히 관계도 없었건만 유난히 싫었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악녀지향론"을 세우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때부터가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내 불행의 시작.
[3]
이미 동기는 부여되었다.
내가 내 마지막 남은 빛의 시간동안 악녀가 되어야만 하는 동기는.
이기적이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단 한 달.
그 한 달동안 나는 처절하게도 악녀가 되어야 했다.
이로써 나의 악녀지향론이 또 하나 맞아떨어졌다.
악녀는 어쩔 수 없었으며, 또한 괴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끝을 알면서도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4]
"악녀지향론"의 5가지 사실.
1. 악녀에게는 동기가 있다. - 결국 악녀를 만드는 것은 그 동기였을 뿐이다.
2. 악녀는 가장 처절하고도 가장 약하다. - 겉으로 강한 척하는 것 일뿐.
3. 악녀의 시작은 괴롭다. - 그 동기로 인해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4. 악녀의 끝은 정해졌다. - 그러나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무너질 줄 알면서도.
5. 악녀는 사랑을 안다. - 그래서 나중엔 결국 보낼 수 밖에 없다. 자신이 무너지면서 까지...
[5]
오늘 찾아갔다.
그를.
그래서 그가 사랑하는 그녀가 실은 추악하고도 잔인하다는 말을 했다.
나도 어쩌자고 그런 거짓말은 한 건지 모르겠다.
그는 믿지 않는 듯 했지만, 나는 보았다.
그의 눈이 일순간 움직이는 것을...
"유비에. 난 그런 말 안 믿는다. 우리 지예는..."
"오빠! 오빠 바보에요? 나 못 믿어요? 흐흑.. 난 오빠 곁에 5년이나... 흑... 내가 뭣 때문에 그런 거짓말을 한다는 거죠? 내가 직접 봤다구요. 그 언니가 다른 남자들 품에서 희희낙낙 놀아나는 걸.. 그리고 진한 키스까"
찰싹
뺨을 맞았다. 고개가 쫙 돌아갈만큼.
오빠한테 맞은 건 처음이었다. 아프진 않았다.
다만... 조금 놀라고 슬픈 뿐.
주하 오빠는 날 때렸다는 사실이 조금 당황스러웠던 건지 놀란 눈을 했다.
오빠가 걱정할까봐 살짝 웃으며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조금 표독 스러워 진 것 같다.
"오빠... 주하오빠... 너무 하다... 그치? 내가 들은 건데, 내일 4시에 스카이에서 오빠가 확인 해봐. 그럼 나 갈게..."
돌아서는 그 순간 눈물이 흘렀다.
다행이었다. 오빠에게 이런 모습 보이지 않아서.
추한 모습은 보여주기 싫었다.
설령 나쁜 악녀로 낙인 찍히더라도, 다른 악녀같은 추한 꼴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6]
"지예언니. 저 부탁이 있어요."
"응 뭔데? 우리 주하오빠랑 친한 동생이니까 그 정도는 들어줘야지"
환히 웃는 언니.
미안해요. 지금 이 순간의 말이 내겐 마지막 사과가 될 거에요.
"미안해요."
"괜찮아, 뭔지 말만 해."
언니... 그렇게 착하면 더 미안한데.
그래도 한 달만... 한 달만 참아주세요.
그 한 달 동안 언니 그 사랑 변하는 거 아니니까.
5년 동안 바라만 봤으니까 딱 한 달만 끼어들게요.
"제 친한 친구한테 쫓아다니는 여자가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 그 여자를 떼놓기 위해서 여자친구 역할 좀..."
"흠.. 어쩔 수 없지 뭐. 비에가 처음으로 부탁한거니까... 어디로 가면 되는 데?"
"내일 4시 스카이요. 이름은 한비겸.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그래"
역시나 웃는 그녀.
혹시라도 오빠가 볼 까봐 걱정하는 듯 하지만 내게 내색하지 않으려는 거...
다 보인다.
악녀가 되고 나니까 별 일이 다 보인다.
근데 언니... 난 내일 오빠가 보게 할 건데.
어떡하죠?
[7]
"비겸아... 부탁해. 내일... 제발."
"난 그 딴거 싫다."
"그래도 우리 10년 친구 잖아..."
".... 알았어."
십년지기 친구 비겸이.
꽤 잘생긴 외모지만 아직까지 애인 하나 없는 녀석.
그 때문에 유일하게 친한 날 애인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었다.
나같은 친구를 둬서 고생이다.
"미안해"
"됬어. 이런 부탁 할 만큼 사랑하냐? 주하형 아직도 못 잊었냐?"
"..."
내가 미안하다고 한 건...
너에게 조차 알리지 않을 거기 때문이야.
내가 곧 실명하게 될 거란 사실을 말이야.
아 그리고 나 말이야, 실명하게 되면 떠날 거다?
나중에 크면 유학가려구 어릴 때부터 저금하던 거 하구,
나 유학보낼 거라구 엄마가 모아놓은 돈...
그거 유학간다고 하고 받을 거거든.
그래서 나 요양소 같은 데 가서 살려구.
짐 안되려면 말이야.
그러니까... 나 못 보기 전에 니 얼굴 잘 외워야 겠다.
"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냐? 내가 잘나긴 했지만, 부담스럽다."
비겸이는 그래도 자길 빤히 쳐다보니까 조금은 진지한 걸 알았나 보다.
"히히... 우리 비겸이 잘생겼다아... 잘... 잘..."
왠지 다시 못 볼 생각하니까 조금 가슴이 아리다.
난 내일 일이 끝나고 나면, 앞으로 너 볼 시간 없을 텐데.
한 달동안 악녀되느라 너 못 볼텐데.
그리고 평생 너 못 볼텐데...
[8]
4시 스카이.
혹시나 안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됬었다.
그러나 비겸이와 언니는 이미 와 있다.
조금 있으면 달라붙는 여자가 올거니까 미리 이러고 있자는 비겸이.
연기력이 수준급이다.
언니 역시도...
그리고 걱정했던 사람. 바로 주하오빠가 왔다.
딸랑이는 방울 소리와 함께.
문 쪽이 바라보이는 자리에 앉은 비겸이는 오빠가 보이자 마자,
지예언니를 끌어안고는 키스했다.
뭣도 모르는 지예언니는 바둥거리려다가 내 부탁과 함께,
잠시나마 친해진 비겸이의 부탁 때문에 가만있어야 했다.
"한지예...."
[9]
"주.. 주하야..."
"실망이다 한지예."
그가 나갔다.
지예언니는 울면서 주저 앉았다.
나는 그런 언니 앞에 서서 표독스레 웃었다.
잠시 눈 앞이 흐릿해져서 놀랬지만 이내 다잡고는 말했다.
"히히... 언니 나한테 속았다 그지? 그니까 왜 나같은 걸 믿었어요... 오빠는 내가 접수할게. 5년 동안 참았는 데 지금 데려가는 거니까 너무 늦다 그쵸?"
"너.. 너... 다.. 다 말할거야."
"누가 믿어나 준다 그래요?"
손을 꼭 쥐고는 부르르 떠는 언니.
너무 가여워보였지만, 가까스로 웃으며 나갔다.
그리고는 뛰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을 따라서...
[뛰지 마십시오. 시력이 현저히 떨어지니까요. 실명일만 부추기는 겁니다.]
순간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놓칠 수 없었다.
다 된 일을 망칠 순 없었기에.
조금 뿌옇게 바래버린 시야.
그렇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빠를 잡았다.
"헉.. 헉.. 오빠 거봐. 내 말이 맞잖아. 그 언니가 막... 내가 이른 거냐면서 날 가만두지 않을거래. 오빠 나 무섭다...? 나 무서워... 흑..."
오빠는 잠시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설마 알아챈걸까? 조금 뜨끔했지만, 모르는 척 울었다.
결국 오빠는 따뜻하게 두 팔로 날 안았다.
그리고 난 볼 수 있었다.
오빠는 보지 못했겠지만...
오빠에게로 달려오려는 지예언니와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은 비겸이를...
[10]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달에서 겨우 2주 남았다.
계획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1주일.
그리고 그 후 1주일.
도합 2주일이 흐른 것이었다.
오빠는 아직도 날 쳐다보며 웃어주지 않는다.
그 날 이후로 오빠는 웃질 않았다.
멍하니, 바보처럼 앉아있거나 술 마시거나...
"오빠 그만해요.. 네?"
어느 새 흐르는 내 눈물을 보고는 또 멍하니 눈물만 닦아주는 오빠.
[가급적 눈물 흘리지 마세요. 눈물 역시도 시력에 안 좋습니다.]
순간 그 말이 떠올랐다.
너무 많이 운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다.
시간이 앞당겨 지는 것만 같아서.
"이제 좀 웃어줘요. 제발. 응? 나 오빠 웃는 거 봐야 된단 말이야..."
"너 어디 가냐?"
또 멍하니 그 말만 남기고는 술을 입에 대는 오빠...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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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파라오의 눈물은 불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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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ㅠㅁㅜ 슬프네요...악녀가 나쁜것많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하 악녀도 그만의 사정이 있을거라고 믿어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