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을 죽여놓고 급발진? 억울하게 죽은 아홉 명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언론이 가해자의 '급발진' 주장을 소개하는 데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주장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조갑제닷컴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12번 출구 부근 사거리에서 역주행 승용차가 보행자들을 덮쳐 아홉 명이 죽었다. 현장에서 검거된 68세 남성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급발진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예가 없다.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7분경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68세 남성이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과속으로 역주행해 인도를 걸어가던 보행자 여러 명과 도로 위에 있던 차들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운전자를 붙들었는데 경기 안산의 한 여객운송업체 소속 버스운전사로서 사고 직후 갈비뼈 통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한 현장 목격자는 “숭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운전 중에 신호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른쪽(세종대로18길 방향)에서 검은색 제네시스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역주행했다”며 “인도에 있는 사람 10여 명을 치고 나서도 브레이크를 안 밟은 것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거리 방향으로 내달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목격된 가해 차량은 운전석과 바로 뒤 좌석이 심하게 파손된 모습이었다. 운전석에는 터진 에어백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천이 매달려 있었다.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인도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서 있던 시민들을 가해 차량이 들이받는 순간이 담겨 있었다. 다른 CCTV 장면에는 가해 차량이 약 50m를 역주행해 오토바이 두 대를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오토바이가 옆의 가게로 날아가는 순간이 담겼다. 사고 직후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운전자에게 음주 측정을 실시했으나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동승했던 여성은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자신이 가해자의 부인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차가 막 여기저기 다 부딪혀서 저도 죽는 줄 알았다”며 “남편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왼쪽 갈비뼈 부근이 아프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남편은 음주를 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경찰이 바로 측정했다”며 “남편 직업이 버스 운전사라 매일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다”고 했다. 이어서 “남편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시내버스를 운전해왔다”며 “착실한 버스 운전사였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발진하면서 역주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사고는 거의 전부가 운전자의 착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가속 페달을 밟은 경우이다. 억울하게 죽은 아홉 명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언론이 가해자의 '급발진' 주장을 소개하는 데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주장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고 차가 멈추는 장면을 보면 속도를 줄이고 정지한다. 급발진이라면 車體 결함이므로 브레이크가 안 먹혀 충돌 때까지는 정지가 안되어야 한다. 자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급발진 주장은 선거 패배 책임을 피하기 위한 부정선거 음모론과 비슷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