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가 늦가을인지 초겨울인지 헷갈릴 정도로 오락가락 합니다.
한낮에는 짧은 팔이 어울릴 정도로 따숩다가 아침 저녁을 제법 쌀쌀합니다.
개다가 바람이 참 세차게 불더군요.
오늘은 그 ‘바람’ 이야기입니다.
‘바람’에는 뜻이 참 많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뜻은,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거나 기구 따위로 일으키는 공기의 움직임”이죠.
다른 뜻으로,
맞고 싶지 않은 바람은, “남에게 속다. 허탕을 치다.”라는 뜻의 바람이고,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만 할 수 있는,
배우자 몰래 다른 사람과 거시기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바람이라 합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바람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바람’입니다.
흔히들 ‘바램’이라고 하시는데 이건 ‘바람’을 잘못 쓰신 겁니다.
우리가 ‘바람’을 ‘바램’이라고 쓰는 데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노사연이 부른 ‘만남’이라는 노래에 보면,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이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너무나 많이 부르는 노래다보니 국민의 입에 아예 익어버렸지 뭡니까.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여기서부터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바램’이 아니라 ‘우리의 바람’인데...^*^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라다’에서 온 ‘바람’이지 ‘바램’이 아닙니다.
‘자라다’에 명사를 만드는 ‘-(으)ㅁ’이 붙어서 ‘자람’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라다’에 명사를 만드는 ‘-(으)ㅁ’이 붙으면 ‘바람’이 됩니다.
‘자라다’와 ‘-았-’이 결합하면 ‘자랐다’가 되는 것처럼
‘바라다’에 ‘-았-’이 결합하면 ‘바랐다’가 되는 거죠.
조금은 익숙하지 않으실 수 있지만,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램’이 아니고 ‘바람’입니다.
참고로,
‘바램’은 ‘바래다’의 명사형으로,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는 뜻입니다.
빛 바랜 편지/색이 바래다/종이가 누렇게 바래다처럼 씁니다.
우리 국민 모두, 아니 제가 아는 사람만이라도
우리말을 바로 쓰는 걸 보는 게 바로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