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작업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던 것도 아닌데 벌써 반년째 글쓰는데 게을러졌다. 그간 눈과 손만 장단맞추고 귀는 어만데 있었다. 아, 지금도 그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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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관심사에 대꾸하려다 보니 어느덧 정치 유튜브들을 섭렵하게 되었다.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도 평일 하루동안 유튜브에 속해있는 시간이 솔찬하다.
아침 7시에 시작되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로부터 시청하기 시작하여 – 이어지는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그리고 11시 “백운기의 정어리TV” 서두만 보고 30분쯤 뒤에 “송작가TV”를 점심시간 중에 줄곧 시청하였다. 그리고 나서 “2시 매불쇼”에서의 다양한 패널 캐릭터의 말잔치에 녹아들다 보면 어느새 늦은 오후로 접어들게 되었다.
집중력 부재로 CNC엔드밀 꽤나 부러뜨렸다. 손에 못 안박힌 것만도 다행이다. 어느덧 낮길이가 길어지면서 봄마저도 사그러지는 시기가 도래해서야 글 쓸 맴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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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처 예상치 못한 조명효과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조카네와 손녀에게 각각 만들어 보내 준 글라스 볼이다. 크리스탈 3D볼을 구입한지 1년도 훌쩍 넘기고서야 겨우 만들어 줄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 태만함을 만회하기라도 하듯이 몇 개를 더 만들었는데, 여기서 또 고질병이 도졌다.
그냥 판매되고 있는 것과 같은 원통형의 받침대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명색이 목공예 좀 한다는 소리 듣는데 뭔가 깔짝꺼리 짓이라도 해서 그럴듯하게 꾸미고 싶었다.
처음에는 삼발이 모양에 LED를 원통에 넣는 형태로 만들다가, 문득 예전에 조명디자인을 다운한 적이 있음을 상기하고 다시 토네이도검색에 돌입했다. 이번 조명에 쓰일 적당한 디자인을 찾는데 한참을 수고해야 했다. 다시 이것에 맞도록 모양을 변형시켜야 한다.
거기에 색상을 입히니라 필터도 넣었지만 과열방지도 할 겸해서 조광기로 적당한 조도를 맞추었다. 그리고 일출일몰 전후에 작동하게끔 타이머까지 부착해야 속이 편하다.
동창 아래 이렇게 진열해 놓고 보니 다른 장식품들과 섞여 마치 예전부터 이 자리에 놓여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밤에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새삼스레 올려보니 우주선 불빛처럼 오묘한 혼불의 간접조명이 되었다. 썩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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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른 지성과의 만남
이래저래 꼼지락거리던 중에 나의 서정성이 자극되는 스케치를 보았다. 그냥 지나칠 수도 겠지만 오가며 만난 새로운 인연의 오픈마인드가 내 심상에 그림을 펼쳤다. 동연배의 시인이신데 부산에서 거의 평생 사시다가 이곳에 정착하기로 했단다.
오랜만에 펼쳐 본 그의 시집안에서 만다라가 피어올랐다. 선물받은 시집 중에서 내게는 다소 난해한 열거의 “46억년의 바다를 지나 그가 온다”라는 첫 시집을 보고 나서, 조금은 익숙한 듯한 삽화가 곁들어진 다른 시집인 “내 안의 만다라” 속에서 나는 시인과 손잡았다.
이후 몇번의 집방문으로 우리 부부와 함께 편한 만남을 지속하다가, 최근에도 끊임없이 열중하고 계시는 만다라를 들여다 본 나는 그 스케치를 평면에서 떠내고 싶었다. 또 다른 표현의 방법인 목공예로 구현하고 싶다는 의견에 동의를 해주셔서 같은 그림에 두어가지 방법을 적용하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작업하여 보여드렸다.
다른 형태로 모사된 만다라를 보고 흡족해 하시는 모습에 어떤 소명을 다한 것 같아 안도하고 그동안 즐겼던 시간에 감사한다.
레이저를 사용하지 않고 조각한 것도 있었는데, 의도한 것처럼 표현되지 않았다. 소재의 특성상 세밀한 밀도가 필요한 그림은 조각날로 구현하기 어려워 포기했다. 꽤나 오래 걸렸던 작업에 마침표를 찍는 기분으로 나무 낙관도 만들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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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어지는 혼불에 미치다.
처음 생각으로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방송중이라는 느낌으로 컴퓨터 위에 올려두려고 만들었다. 하지만 여지껏 그래왔듯이 아크릴도 조금 남아있고 해서 더 해보려는 생각이 들자 곧 다시 끝이 없는 길로 빠져드는 병이 도졌다. 극치를 위한 수고가 또 시작됐다.
우선 하나를 더 조각해 본다. 내 가슴속에 있는 영원한 날개이다
남은 조각들로 이것저것 조각한다. 깊이에 따른 빛반사 상태 확인을 겸한 것이다. 그러다가 본격적인 아크릴 작품집을 위해 그동안 눈여겨 보기만 했던 작업을 하기 위해 몇발 남지않은 탄창을 비워낸다.
나무에 하는 조각과는 느낌이 많이 달라서 선의 두께와 깊이에 따른 빛의 반사를 다채롭게 경험한다. 요즘 우리집 꼬맹이는 해골모양에 삘이 꽂혔다.
조금 큰 아이에게도 성의를 보여야 했기에 피아노 앞에 빤짝거리는 것들로 채워줬다.
수집했던 다양한 그림중에서도 채택했지만 검색 도중에 걸려든 것들도 새겨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선물용으로도 괜찮겠다 싶어서 크리스챤 동생네에 줄 그림도 조각해서 보내 주었다.
내친김에 하나 더 만들어서 근처에 사는 아우한테 가져가라고 카톡했는데 기다리는 예수님이 외롭다.
이렇게나 멋진 소원을 남기신 백범 선생님의 말씀이 예사롭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해 커브 슬롯형의 대형 받침대 위로 모시고 몇번이고 대견스러운 마음으로 읽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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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우리집 사정 - 앞뒤로 지나치면서 흘깃거리는 아내의 눈빛을 부드럽게 비껴가기 위해서 다른 것보다 멋진 연꽃 좌대를 앉힌 부처님을 바치는 정성을 보이는 것은 정해진 이치였다. 그것도 하나로는 안될 것 같았던 위기의식으로 부터의 해방을 위하여 2D 부처님 외에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3D로 조각해 드렸다.
그리고 돌아서려니 뭔가 마무리 덜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메우려고 자작앰프의 옆면에 악기 나부랭이들을 조각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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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숙제를 하고 난 뒤끝이 개운함 대신 불성실한 것을 메꾸는 것 같아 좀 찝찝하다.
요즘 봄비라기엔 좀 뭔가 요상한 날씨 때문인지 잠들기 전에 꾸는 꿈자리가 사납기만 하다.
첫댓글 아니! 이거시 다 머시여?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것이라고?
그것도 내가아는 사람이?
대단해 대단해 ㅎ
그런디! 맹그는 것보다 더 심든거시 머시냐믄 - 머시기를 모델로 디자인할 거신가라네~
고고시 젤 심든다네^^ 대단해봐주니께 겁나 고마워^^
소담공방 방장님.코리아 최고의 예술장인이시다.땅바닥친구이심이 자랑스럽습니다. 세계적 수준이십니다. 이제 바야흐로 제자를 육성할 타임이 아닌가합니다. 그림을 하나하나 다시봅니다. ㅋㅋ
친구가 해주는 과찬의 말씀은 항상 즐거워~^^
남들이 시도하기 힘든 것을 선작하는 재미로 살아오는디 -
요즘은 말걸어 오는 취목인도 드물다오 -
내 보기엔 "여쭈어 봄"을 여간 내켜하지 않는 세대들인가 하여이다^^
건강 자알~잘 보살피시구랴~
우~와~
환상적 입니다
구경가고 싶어요
두분이서 즐기기엔 아까운 훌륭한 예술 입니다
부처님좌상 탐나네요^^
늘 건강하시어 멋진 작품 활동 하시고
행복하시기를요 ()()()
방가워용~ 그간 더 느린쉼이 되고 있으시리라
몇년전 딱 한번 한때 칭구들을 모실 기회가 있었는디
올린 글을 주욱 보셨겠지만 그리 마땅한 타이밍을 갖지 못했네요
세월이 흘러가도 모두 그 모습으로 각인되었는데 보고싶네요
느린이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요^^
갖고 싶다.~ 사고 싶다.!!ㅎㅎ
마지막 탄창에 맞고 쓰러집니다
꼴까닥 ㅎㅎ
언제 작품전 한번 여시게~
참 좋은 노년의 시간~건강만 하소서
나는 미쳤어~~🎶 하는 노래가 갑자기 떠오르네용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것들을 맹글 수 있으까??
경지에 이른 예술이랄까?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