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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41 章 귀운장(歸雲莊) 위기(危機).
1.
도일봉은 그녀의 마음이 다소 풀렸음을 느끼고 헤헤 웃었다.
"싸움도 끝났는데 어서 가자고. 금벼룩들이 다시 오기전에 말야."
"싸움이 끝났다고?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은데?"
도일봉은 그녀가 가르키는 쪽을 돌아보았다.
자욱한 먼지, 급박한 말발굽 소리. 백명도 넘을 것 같은 군사들이
말을 휘몰아 달려오고 있었다. 이곳의 싸우는 소리 때문에 미처 듣
지 못했던 것이다.
점령의 위기에 처했던 군사들이 달려오는 원군을 보고 환호성을
질러댔다.
"원군이 온다!"
"힘을 내라. 모두 처죽이자!"
죽자사자 싸우던 흑의인들도 달려오는 군사들의 기세를 보고는 기
가 질린 모양이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갑자기 긴 휘파람을 불
었다. 흑의인들이 재빨리 물러서며 품 속에서 한웅큼의 암기들을
꺼내 한꺼번에 군사들을 향해 던졌다. 군사들이 암기에 맞아 놀라
물러서는 사이 흑의인들은 주인을 잃고 방황하는 말들을 잡아탔다.
미처 말을 못 잡은 자들은 동료와 함께 말에 올랐다.
"물러서라."
"후퇴하라! 모두 후퇴해!"
퇴로는 오직 한곳 뿐이다, 앞에는 군사들이 있고, 뒤에는 원군이
달려왔으며, 왼쪽은 호수다. 흑의인들은 오른쪽을 향해 말을 달렸
다. 도일봉과 초무향도 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향은 흑의인들과
같았다.
흑의인들은 숲 속으로 들어서면서 다시 한웅큼씩의 암기들을 바닥
에 뿌렸다. 이번엔 질려(疾藜)였다. 말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장애
물을 깔아두자는 수작이다. 도일봉과 초무향은 흑의를 입고 있어
흑의인들과 동행하여도 표가 나지 않았다.
군사들의 추적이 시작되었다. 십여명이 남아 부상당한 동료들을
돌봤다. 싸움이 멈춘 들판은 실로 끔찍 했다. 삼십여 구의 시체들
이 널려 있고, 갈대밭은 온통 피투성이다. 어느새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했으며 하늘은 온통 먹장구름으로 가득했다. 비라도 한바탕 쏟
아질 것 같았다.
도망치는 자들도 결사적이었으나, 추적하는 군사들도 멈출줄을 몰
랐다. 도일봉과 초무향이 낀 흑의인들은 군사들의 추적을 피해 점
점 산 속으로 접어들었다. 호수변에는 깍아지른 절벽을 낀 높은 산
이 있었다.
호변의 봉우리들은 의외로 가파르고 험했다. 등산은 생각보다 어
려웠다. 어느정도 산 속으로 접어든 흑의인들은 꼭 쓸모있는 물건
들만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버렸다. 말은 더 이상 타고갈 수가 없
다. 도일종과 초무향도 이들과 행동을 같이 하게 되었으니 말을 버
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가보는데까지 가보는 도리 밖에 없다.
흑의인들은 산 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산 중턱에 이르자 어둠
이 깔렸다. 군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흑의인들은 더 나아가지 못하
고 바위 밑에 멈추었다. 그러나 불을 피우진 못했다. 흑의인들은
보초를 세워두고 담요나 피풍의를 두른체 바위에 기대어 잠을 청했
다. 도일봉과 초무향도 마찮 가지였다. 둘은 흑의인들과 조금 떨어
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도일봉이 투덜거렸다.
"아. 제기랄!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내
가 그 꼴을 당할 줄이야. 도대체 이 꼴이 뭐람. 우리가 어째서 그
깟 군사들에게 좇겨야 하지? 대체 저놈들은 누구야? 예사 인물들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 궁굼하면 직접 물어 보려무나."
"에에이. 그런 소리 말어. 괜시리 저놈들 빌위를 건드렸다간 악귀
나찰 처럼 달려들텐데 그걸 어찌 막누. 차라리 모르는게 나아. 어
짜피 상관없는 일이니까. 우린 내일 날이 밝으면 가버리면 그만이
야."
"잠깐 들자니 마교 어쩌고 하던데?"
"나도 듣긴 했어. 이름만 들어도 으시시 해. 무슨 교파일까? 무림
집단일까?"
"무림인이라면 군사들과 싸울리 없잖아?"
"그것도 그렇군."
궁굼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직접 물어볼 수도 없었다.
"어라, 비가 오시네."
저녁부터 흐리더니 기어이 비가 오기 시작했다. 새벽까지는 이슬
비가 내리더니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흑의인들은 날이
밝기전에 출발을 서둘렀다. 도일봉과 초무향은 뒤에 처져 따랐다.
"제기랄. 날시마저 사람을 괴롭히는군. 아이고, 추워라!"
투덜거리는 소리가 조금 컸는지 앞서가던 자가 낮게 소리쳤다.
"어느놈이 소리를 치느냐? 죽고싶어 환장했어?"
"빌어먹을 자식. 큰소리는 자기가 치면서 누굴보고 지랄리야, 지
랄이!"
"어느놈이 말대꾸를 하느냐? 썩 나와!"
둘이서 실갱이를 하는데, 맨 앞선 자가 걸음을 멈추고 낮게 소리
쳤다.
"당주(堂主)님. 앞쪽에 놈들이 있습니다!"
모두 일제히 숨을 죽였다. 소리친 자가 뒤로 와서 입을 열었다.
"군사들입니다."
좀 전에 도일봉을 향해 호통친 자가 바로 당주란 자인 모양이다.
"몇명이나 되더냐?"
"이십명쯤 됩니다."
"다른길은?"
"산을 더 오르거나 되돌아 가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흐음."
흑의인들은 저희끼리 둘러모여 어떻게 할 것인지 상의하기 시작했
다. 도일봉은 그 틈에 앞쪽으로 나가 살펴보았다. 군사들이 한 곳
에 모여 비를 피하고 있었다. 도일봉이 투덜거렸다.
"정말 재수 더럽군. 어쩌지. 뚫고 나갈까?"
"마음대로 하려무나."
"그럼 옆으로 세자고. 저런 놈들과 티격태격 해봐야 좋은게 없어.
이곳은 놈들에게 맡기고 우린 우리 갈 길이나 가자고."
두 사람이 쑥떠거리고 있을 때 흑의인들이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돌아보고 있었다. 여직껏 동료인줄 알았던 것이다. 동료
인 것을 알리는 소맷자락의 불꽃무늬가 없었다. 그걸 알아챈 당주
란 자가 재빨리 부하들을 향해 눈짓하며 칼을 뽑아 도일봉의 목을
겨누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어라?"
막 자리를 뜨려던 도일봉은 차가운 감촉이 목을 자극하자 눈을 똥
그랗게 떴다.
"이건 또 뭐야? 이봐, 이거 치워.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당주란 자가 스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누구냐고 물었다?"
도일봉은 목이 따끔한 것을 느끼고 단번에 인상이 바뀌었다.
"이런 제기랄. 나는 도일봉이다. 네놈들 때문에 이 생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제 칼까지 들고 위협해? 이봐, 좋은말로 할 때 칼 치워.
안그러면 흥흥."
당주란 자가 어이가 없는지 입을 열었다.
"안그러면? 그래, 어떻게 하겠다고? 억!"
당주란 자는 말을 하다말고 등줄기를 뚫고 들어오는 한기에 반신
이 마비되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 초무향이 어느새 다가와 명문혈
을 제압했던 것이다. 도일봉은 당주란 자의 칼을 빼앗아 들고 히죽
웃었다.
"어떻게 하긴 이놈아. 그렇게 된다는 말이다. 헤헤헤. 무향. 그놈
고생좀 시켜줘. 아주 시원할거야."
우두머리를 제압한 도일봉은 흑의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린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하다. 너희놈들 때문에 이런 고생을
했는데 큰소리를 처? 이 고연놈들아. 우리가 이제 우리길을 가겠다
는데 어째서 큰소리를 치느냐 말이다, 앙? 어디 큰 소리를 처볼까?
군사들이 얼씨구나 할걸!"
도일종은 군사들이 듣지 못할 정도로 욕을 해댔다. 촘누향은 당주
란 자의 혈도를 제압해 두고 물러섰다. 당주란 자는 그제서야 살
것 같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며 도일봉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놈들을 죽여랏!"
용감한건지 미련한건지 모르겠다. 당주란 자는 자신의 목숨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명령을 내렸고, 졸개들은 그 명령에 따라 칼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어이가 없는 자들이다. 초무향은 눈썹을 곤두
세우며 몸을 날렸다. 막고, 피하고 할 시간도 없이 네명의 흑의인
들이 당장에 한빙장에 맞아 쓰러졌다. 손에 사정을 두어 죽이진 않
았지만 한동안은 고생좀 할 것 같았다. 도일봉도 달려든 한명의 어
깨에 칼을 푹 찔렀다. 흑의인들은 초무향의 이런 무공에 놀라 주춤
하고 말았다. 도일봉은 칼 면으로 당주란 자의 뺨을 후려갈겼다.
"돼지새끼. 어디, 다시 한 번 그따위 주둥일 놀려봐라. 소원대로
당장 목을 잘라주마. 썩 병기를 버리라고 해!"
당주란 자는 부하들이 다쳤는데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우리에게 투항이란 없다. 죽일테면 죽여라!"
"허어, 이것 참! 어이가 없구나. 내 생전 너 같이 못된놈은 처음
본다. 그래, 너 잘났다. 이거나 처먹어라!"
도일봉은 당주란 자의 입에 흙탕물로 더렵혀진 발을 들어 걷어찼
다. 당주란 자의 이빨이 대뜸 서너개 부러져 나갔다.
"나도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는 사람이다만 네놈들처럼 모질지는
못하다. 부하들을 아끼지 않고 죽움으로 내보내는 자는 우두머리로
써의 자격이 없고, 우두머리가 제압되어 있는데도 신변을 걱정하지
않고 경거망동하는 자는 역시 부하로써의 자격이 없다. 또한 너희
같은 돼지새끼들을 다스리는 진짜 우두머리도 역시 자격이 없다.
부하들의 ㅎ실여하에 따라 그 우두머리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이라
면 너희 마교란 단체의 우두머리가 어떤 자인지 보지 않아도 알만
하다. 너희가 몽고 군사들을 용감하게 무찌르는걸 보면 필시 동포
들을 걱정하고, 나라일을 우려하는 집단일시 분명하다만, 너희들의
옹졸함으로 말미암아 우두머리를 욕 먹였으니 내 이대로는 두고볼
수 없다. 너희들에 대해 아는것도 없지만 나는 너희 마교 교주를
대신하여 징계를 하겠다. 누가 감히 마교 교주를 사칭하여 교도들
에게 징계를 가했는지 묻거든 하남 낙양땅의 흑야묘 도일봉이란 자
가 그리했다고 일러라. 명심하거라, 이놈!"
한차례 연설을 한 도일봉은 당주란 자의 입을 틀어막고 칼을 번쩍
내리쳤다. 당주란 자의 왼손이 어깨 아래에서 잘려 털썩 바닥에 떨
어졌다. 도일봉은 당주란 자의 혈도를 막아 지혈한 후 칼을 팽게쳤
다.
"돌아가거든 너희 교주란 자에게 분명히 전하거라. 마음이 옹졸해
서는 아무일도 이룰 수 없다고!"
도일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속으로 걸었다. 초무향이 발을
들어 걷어차 당주란 자의 혈도를 풀어주고 따랐다. 흑의인들은 당
주를 치료하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앞 쪽에서 금방 싸우는 소리
가 들렸다. 두 사람이 군사들과 싸우며 한쪽으로 가고 있었다. 군
사들을 유인하는 모양이다. 흑의인들은 서둘러 빠저나갔다.
한동안 산 속을 헤매며 군사들을 따돌린 두 사람은 산을 내려와
길을 걸었다. 말을 잃어버려 걸어야만 했다. 서먹서먹 햇던 감정도
많이 가신 상태였다. 그러나 도일봉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초무향
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 답지 않게 어째서 표정이 그 모양이냐?"
도일봉은 문득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음. 친구를 생각하고 있어."
"친구?"
"사실, 그 사람이 나같은 인간을 친구로 생각해 주는 것이 늘 마
음에 걸렸어. 가문 좋고, 학문과 무공에 능하며, 인품은 뛰어나고,
하는 일까지 훌륭해. 그의 옆에 있는 사람들, 교재하는 인물들 모
두가 예사 인물들이 아니야. 무엇보다도 그는 굳은 신념을 지녔고.
하고자 하는 뜻이 분명이 서 있어. 그런 인물이 몇 명만 더 있다면
몽고놈들은 벌써 사막으로 좇겨 갔을거야. 그는 내 친구로서는 너
무 훌륭해!"
"너 어째서 그토록 의기소침(意氣銷沈)해 졌냐?"
"나도 잘 모르겠어. 그 흑의인들 말이야... 그들이 몽고 군사들을
원수보듯 하며 죽기살기로 싸우는 것을 보면 분명 그들의 우두머리
는 어쨌거나 무언가 큰 일을 해보려는게 분명해. 그들은 정말 죽움
을 두려워하지 않더군. 내가 그들보다 무공은 뛰어 나겠지만 정신
력만은 어림없지. 난 무엇보다 죽움이 두렵거든. 그런데 그런 높은
뜻과 신념이 있는 인물이 그따위 행동을 하다니 정말 뜻 밖이야!
그들 나름대로는 물론 사정이 있겠지. 그렇더라도 인명(人命)을 그
토록 가볍게 여긴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야. 그렇게 행동하다보면
뜻이 아무리 좋고, 신념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결국은 아무것도 이
루지 못할거야. 지금 내가 말하는 두 인물말야. 만약 이 둘을 합쳐
하나로 묶는다면 얼마나 대단할까? 한사람에게는 뛰어난 학문과 그
만한 인품이있고, 한사람은 죽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력한 지도
력이 있어. 이 둘을 하나로 엮는다면 실로 천하무적(天下無敵)이
될 수 있을걸. 그렇게되면 그깟 몽고놈들은 두려워할 건덕지도 없
겠지. 아쉬운 일이야, 아쉬운 일!"
도일봉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초무향은 어리둥절 하기만 했다.
이 도일봉이란 인물의 진실은 대체 어떤 것일까? 그따위 몽고계집
하나 잊지 못해 아쉬워 하고,천방지축 까불어 대는 꼴은 동네 건달
같기만 하다. 그런가하면 충성스런 부하들을 거느린 한 단체의 두
머리이고, 대단한 자만심과 야망도 지니고 있다. 세상에 사람이 없
는 듯 큰소리를 처대고, 다정하고 무정하며, 이젠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까지도 보인다. 이 많은 모습들중 진실한 모습은 대체 어떤 것
일까? 어쩌면 모두 진실한 모습일지도 모르고, 어저면 아무것도 아
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 네가 그들을 연결시켜 주도록 하려무나.
아니면 스스로 그런 인물이 되어보거나."
도일봉이 쓸쓸하게 웃었다.
"내가 비록 세상이 비좁다는 듯 활개치고 다니고는 있지만, 사람
에겐 그 나름대로의 크기가 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어. 나는 스
스로 생각하기를 결코 남보다 못하다고는 생각지 않아. 그렇다고
세상을 온통 담을 수 있는 큰 그릇도 못되지. 힘 닫는대로 노력은
해보겠지만 나는 일개 도둑에 지나지 않아!"
"도둑주제에 제법 지껄일줄도 아는구나?"
도일봉이 껄껄 웃었다.
"말 한 번 잘했다. 난 바로 도둑이야. 하지만 적어도 째째한 도둑
은 아니지. 그래도 장군부의 대원중에는 세상 사람들이 활불이라고
칭송하는 사람도 있거든. 그런 인물들이 내 곁에 있는한 난 부러울
게 없어. 그리고 장군부는 결코 부끄러운 도둑집단이 아니야. 오히
려 자랑스럽지."
"네 혓바닥이 부럽구나. 하하핫."
"제기. 같은 말이라면 좀 좋게 할 수 없어? '넌 역시 멋진 놈이
다!'라든가 말야."
둘은 껄껄 크게 웃으며 남창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그들은 드디어 남창에 당도하였다. 도일봉에겐
실로 감회가 서린 곳이다.
삼년전, 문부인을 처음 만나 이곳까지 와서 문국환을 본 일이 떠
올랐다. 그때는 정말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있는건 말짱
두쪽 뿐. 지금처럼 머리 복잡한 일도 없었다. 서슬이 퍼렇게 호통
치던 문국환. 그 후로는 많은 것을 얻었고, 또 그만큼 잃은것도 많
다. 장군부를 세웠고, 홀로 가고 홀로 즐기는 자유분망함을 잃었
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문부인. 아! 문부인. 선녀처럼 아름다운 그녀를 떠올리며 도일봉
은 청운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리오너라. 안에 계시오?"
반가움이 가득한 도일봉의 목소리는 장내가 웅웅 거릴 정도로 컸
다. 그것도 모자라 도일봉은 마구 대문을 두드렸다.
"뉘신데 이토록 소란스러운 게요?"
대문이 열림녀 한 사내가 썩 나타났다. 사내의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도ㅇ종은 그러나 활짝 웃으며 말했다.
"문형 계시오? 난 문형을 보러 왔오이다. 어서어서 들어가 봅시
다."
도일봉은 사내를 밀치며 안으로 들어서려 했다. 그러나 사내는 문
앞에 버티고 서서 비켜주지 않았다.
"보시오. 먼저 신분을 밝히시오. 신분을 밝히기 전에는 들어갈 수
없소이다."
도일봉은 그제서야 사내의 얼굴을 살폈다. 찡그린 얼굴이 곧 주먹
질이라도 할 것 같았다. 도일봉은 어리둥절 해져서 입을 열었다.
"난 도일봉이란 사람이외다. 문형과는 친구요. 문형께 무슨 일이
있소?"
"도일봉?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도일봉은 갈수록 어리둥절 하기만 했다.
"이 집이 문국환의 집 아닌가? 이곳이 청운장은 맞소?"
"이곳은 청운장이고, 그분이 가주인 것은 확실하오."
"그런데도 그를 찾아온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한단 말인가?"
"가주께서는 현제 출타 중이시고, 외인을 함부로 들이지 않는 것
이 바로 본인의 소관이외다."
도일봉은 어이가 없고 화가 치밀어 얼굴 근육을 씰룩 거렸다. 막
발작을 하려는데 초무향이 이죽거렸다.
"흥. 이따위 것이 네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않는 문국환이란 자의
모습이로구나? 부하놈을 보면 그 우두머리 인품을 알아볼 수 있다
고 누가 그랬더라?"
도일봉이 그녀를 노려보며 호통을 내질렀다.
"주둥이 닥쳐!"
도일봉은 곧 사내의 먹살을 움켜잡았다. 사내는 도일봉의 손을 떨
쳐내려 했으나 도일봉은 놓아주지 않았다. 사내의 키가 도일봉보다
훨씬 컸지만 도일봉은 단번에 사내를 잡아 흔들었다.
"이 못된 놈아. 네놈 때문에 문형이 욕을 먹지 않느냐! 장내에 무
슨 변고가 생겼고, 문형이 장내에 없다 하더라도 문형이 손님을 이
처럼 대접 하라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너 같은 놈으로 인해 문
형이 욕을 먹어서야 되겠느냐 말이다!"
화가 단단히 났는지 도일봉은 사내의 고개가 홱홱 돌아갈 정도로
뺨을 이쪽저쪽 올려붙였다.
"네놈으로 인해 문형이 욕을 먹었으니 그 벌로 팔 하나쯤은 마땅
히 잘라 주겠지만, 문형을 봐서 참는줄 알아라. 가서 도일봉이 왔
다고 전해. 다시 한 번 버릇없이 굴었다가는 문형이고 뭐고 우선
네놈의 팔다리부터 끊어놓고 말겠다!"
사내를 대문 안으로 집어 던지고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도일봉은
거친 숨을 헉헉 몰아쉬었다. 초무향은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이죽
거렸다.
"말 만큼은 대단하구나. 하하하. 네 친구라면 알만하지!"
도일봉은 매서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사내놈이 미울 뿐이
다.
"제기랄... 못난놈!"
도일봉은 간신히 화를 ㅅ였다. 그때 청운장 총관의 아들인 목관영
이 급히 걸어나왔다. 그도 못본 사이에 많이 변해 있었다. 이제 30
이 다된 그는 제법 어른 태가 났고, 안정감이 엿보였다. 자연스런
몸가짐에 위엄마져 느껴졌다.
첫댓글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잘밨어요
즐독입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삼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