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새의 선물
지 인
하늘을 흘러가는 흰 구름 사무쳐서 바라보면
글썽이는 눈물 속에 당신이 보이네
이름 모르는 흰 새가 물어다 준 꽃씨 하나
가슴에 고이 품고 봄날을 기다려
나의 영혼과 피와 살로 한 송이 꽃을 낳았네
너무 희어서 아픈 나의 꽃!
바야흐로 향기의 종소리 울려 퍼지는 여름
천둥이 울고 비바람 휘몰아쳐 흰 꽃잎
속절없이 떨어져 강물 위로 떠내려 가네
오필리아처럼
당신을 원망하며 불쌍한 꽃잎을
울며 따라가다 한 생이 흘러갔네
생은 선물, 그 선물 속에 들어있는 고통이라는 은총*
한 생이 파노라마 치는 바닷가에 이르러
더는 따라갈 수 없어 처연하게 바라보는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 위에
꽃은 섬이 되어 당신과 나 사이에 떠있네
당신을 용서하고 내가 나를 용서하는
아득한 시간 하늘에서 흰 눈이 내려
내가 걸어온 눈물의 발자국을 지우네
잊으라고 잊으라고 이 세상에 흰 눈이 내리네
*조에 부스케 「달몰이」 중
⸻격월간 《현대시학》 2021년 5-6월호
-----------------
지인 / 충북 제천 출생. 1989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카페 유혹』 『내 안의 푸른 별』 『황금물고기』 『여우비』 『달어항』 등.
카페 게시글
추천시
흰 새의 선물 / 지 인
오두막
추천 0
조회 10
21.07.15 08:31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