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향노루 이야기 ♤
어느 숲속에 살던 사향노루가 코 끝으로
와 닿는 은은한 향기를 느꼈습니다.
"이 은은한 향기의 정체는 뭘까?
어디서, 누구에게서 시작된 향기인지
꼭 찾고 말거야."
그러던 어느 날, 사향노루는 마침내
그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험준한 산과 고개를 넘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사향노루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온 세상을 다 헤매도 그 향기의
정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깍아지른듯한 절벽 위에서
여전히 코끝에 맴도는 향기를느끼며
어쩌면 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향기가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향노루는 그 길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한쪽 발을 헛딛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사향노루는 다시는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향노루가 쓰러져 누운 그 자리엔,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향기의 정체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슬프고도 안타까운 사연은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나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더 먼 곳, 더 새로운 곳,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행복과 사랑,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들이야 말로
끝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非命橫死한 사향노루가 아닐까요?
우리는최고의 향기를 풍기고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