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장 : 풍운(風雲), 호위제(護衛祭) - 02
- 싸우려면 상대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층으로 올라오는 일행 중 맨 앞에 올라오는 두 청년 중 한명은,
귀가 크고 키가 크며, 얼굴이 조금 긴 말상의 청년이었다.
나이는 장곽이나 막총과 비슷해 보였는데 입고 있는 비단옷이나
가죽신, 그리고 머리를 질끈 동여맨 머리띠 등은 언뜻 보아도 호
화롭고 사치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의 청년은 준수한 얼굴에 얇은
입술 그리고 호리호리한 중키의 청년이었는데, 그 들의 뒤에는
나이 육순정도 되어 보이는 노인이 있었으며, 그 노인 곁에는 제
법 예쁘장하고 늘씬한 한 명의 미녀가 함께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뒤로는 다섯이나 되는 장한들이 등에 검을 메
고 일렬로 올라오고 있었는데, 얼핏 보여주는 기세 속에는 그들이
결코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음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었다.
이층에 올라와서 사방을 둘러보던 말상의 청년은 장곽을 보고 조
금 뜻밖이라는 표정이었지만, 그 모습은 곧 반가운 모습으로 변하
였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장곽보다도 장령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하하, 장형 이런 곳에서 뵙게 되다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그리고
장소저 안녕하셨습니까? 뜻밖에도 안휘성 황산에서 뵙다니 이것도
인연인가 봅니다.”
장곽과 장령은 무엇인가 불안한 기색이었다.
장곽은 마지못한 듯 두 손을 앞으로 모으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시오. 정형을 여기서 뵐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유들거리며 말하는 말상의 청년은 단엽이나 덩치가 산만한 관패는
안 중에도 없는 듯 했다.
그의 눈은 뱀처럼 장령을 휘감았다가, 다시 여소운에게 향해졌다.
그러더니 자신의 뒤에 있는 여자와 청년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
했다.
“흠, 뭐 나야 이분 낭자와 호공자님을 만나기 위해 안휘성으로 돌
아가는 길이외다. 한데.......”
말상의 청년은 잠시 말을 멈추고 막총과 황보룡을 훑어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강소성의 황보 공자와 여 낭자, 그리고 절강성의 막형과 장형이
여기에 온 것을 보니 황산의 늦겨울 정취를 즐기고자 한 듯 합니다.”
막총과 황보룡은 입가에 쓴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하였다. 그들
역시 별로 달가와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오랜만이오. 그간 안녕하셨소?”
“안녕하시오.”
막총과 황보룡의 인사를 귓전으로 돌린 말상의 청년은 장령과 여
소운에게 시선을 돌리며 다시 인사를 하였다. 특히 장령을 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다.
“두 분 낭자도 안녕하시오. 황산은 잘 보시었소?”
장령이 대답하기 귀찮은 듯 말했다.
“겨울 황산은 기개가 있고, 구름 같은 신비가 있죠. 이때 아니면
언제 구경 할 수 있겠어요. 혹시 더 할 말이 있나요.”
명백하게 이제 인사 다 했으면, 그만 가주세요. 하는 뜻이었다.
말상의 청년 얼굴이 서늘해졌다. 그는 장령의 당찬 말이 조금 뜻
밖인 듯 그녀를 보다가 관패와 파사랍을 보았다. 제법 하는 덩치
들이었지만 한명은 병색이 완연하였고, 관패야 보기에도 질리는
덩치에 험상한 얼굴이었지만, 내가의 고수란 덩치로 싸우는 것이
아니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관패의 무공 수준은 이미 자신의 기가 저절로 안으로 들어가 머무
는 경지라 별로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관패의 능력을 보지
못한 자가 단엽을 알아 볼 리 만무했다. 더군다나 말상의 청년은
감히 자신을 보고도 전혀 본체만체 하는 두 명의 덩치와 제법
무엇인가 있어 보이는 단엽에게 밸이 꼬여 들고 있었다.
우선 단엽 같은 자가 장령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참기로
하였다. 그리고 말상의 청년은 이들의 기를 한번에 꺾어 놓을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참 인사하시오. 이분은 사천 당가의 당의려 낭자이시고, 이분은
사천 호가장의 대공자이신 호대운공자님이시오.”
당의려라는 말에 막총을 비롯한 청년들과 두 소녀의 안색이 변했
다.
당의려라면 현 당가주의 딸이었고, 용부의 신룡각 각주인 신기자
(神奇子) 용화성(龍和聖)의 부인인 철접(鐵蝶) 당호령을 고조모님
으로 둔 배경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질리게 만들기에 조금도 부족하
지 않았다.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한때 최고의 여걸이라 불
리던 철접 당호령이 당가의 후기지수 중 가장 아끼고 귀여워하는
인물이 바로 당의려임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성격과 성정은 당호령의 어렸을 적 모습을 가장 빼어 닮았
다고 알려져 있었다.
당의려가 알려진 명문의 후기지수라면, 호가장은 사천에서 제법
알려진 곳이긴 하지만 그다지 유명하진 않았다.
막총 등에게 호대운이란 이름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단지 조금 날
카롭고 아름답게 생긴 아가씨가 당의려란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말상의 청년은 막총등의 놀라는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
렀다. 한마디로 난 이 정도의 사람들과 어울려 다닌다는 포만감이
얼굴에 가득했다.
“막총입니다.”
“황보룡이 인사드립니다.”
“장곽입니다.”
세 청년이 인사를 하자 당의려는 고개만 까딱하고는 본체조차 하
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했고, 나
무라는 투로 말상의 청년을 볼 때는 왜 자신의 이름을 말해 귀찮게
했느냐고 나무라는 투였다.
그녀가 자리를 잡자 노인과 호대운, 그리고 다섯의 장년인도 자리
를 잡고 앉았다. 이렇게 되자 막상 인사를 한 세 청년은 무안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수치심이었다.
막총을 비롯한 청년들은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말상의 청년과 당
의려 등을 번갈아 보았지만, 도리가 없었다.
힘에도 배경에서도 그들이 어쩔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절강성은 항주와 소주를 끼고 있어서, 항상 번창한 곳이었다. 그
러다 보니 그 곳에서는 다른 어떤 성보다도 표국이나 전장이 많은
곳이었다. 그 중에서도 대룡표국은 절강성을 주 무대로 하는 표국
들 중, 가장 세력이 컸고, 강호 무림을 통 틀어도 오대 표국 중
하나였으며, 무림의 세력으로도 절강성의 패주라 부르기에 부족하
지 않았다.
절강성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대룡표국이다보니 절강성의 표
물 중 거의 칠할이 대룡표국의 손을 거치게 되었고, 다른 표국들은
대룡표국의 지점이 되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절강성에
서 표국을 하려면 그 누구도 대룡표국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들은 점점 오만해져 갔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 표국은 대룡표국의 견제 속에 결국은 문을 닫게 되곤 하였다.
물론 처음부터 대룡표국이 절강성을 대표하진 않았다.
백룡표국과 함께 절강성을 대표하는 삼대표국 중 하나였었지만,
그 세력은 삼대 표국 중 가장 약했었다. 하지만 대룡표국 장주의
장녀가 당가의 며느리로 들어가면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용부의 사돈이고 신룡각의 대부인을 배출한 사천 당가의 위세를
등에 업은 대룡표국의 기세는 욱일승천하더니 불과 삼 년 만에 절
강성 최고의 표국으로 자리를 잡았고, 오년 만에 절강성의 패주로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당가를 배후로 두었다고 하지만, 비정상적인 속도로 커져
간 대룡표국의 기세는 다름 사람이 보기에도 불가사의 할 정도였다.
장곽과 장령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항주의 백룡표국은 절강성 최고
의 표국이였었지만, 역시 대룡표국의 그늘을 벗어날 순 없었다. 특히
대룡표국에 있어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심을 얻고 있는
백룡표국의 장가기는 눈에 가시였다.
비록 지금은 대룡표국에 밀려 삼류 표국으로 내려앉은 백룡표국이
지만, 대룡표국은 백룡표국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했다.
백룡표국의 국주는 대룡표국의 많은 횡포를 지금까지도 묵묵히 뚝
심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대룡표국의 국주인 정문문에게는 한 아들과 두 명의 딸이 있었고,
지금 나타난 말상의 청년 정대호는 그 중 장남이었다.
원래가 호색한인데다, 망나니로 유명한 정대호는 백룡표국의 장령
에게 일찍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터였으며, 대룡표국에서는
백룡표국에 계속 압력을 넣는 중이었다. 그러나 장가기는 물론이고
장령 역시 망나니로 소문난 정대호에게 시집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
다. 그런 저런 이유로 장곽 남매와 정대호는 서로 껄끄러운 상대였었다.
막총 역시 절강성 사람이기에 대룡표국의 그늘을 벗어나긴 어려웠
다.
막총은 가볍게 입술을 물고 자리에 앉았다. 더 이상 정대호와 다
투기도 싫었고, 상대하기도 싫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지만, 누구보다도 장곽의
처지와 자신의 가문을 잘 아는 막총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기회만
노리고 있는 정대호에게 기회를 주는 멍청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정대호는 아주 고소하다는 시선으로 그들을 보며 장령을 돌아보았
다. 그는 한마디로 니들이 화가 나면 어쩔래 하는 노골적인 표정
이었다.
“장낭자 우리 또 봅시다.”
정대호가 이죽거리며 말하자, 세 청년은 다시 한번 화가 난 얼굴
로 그를 보았고, 특히 장곽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
였다. 그러나 그 보다 빠르게 장령이 말했다.
“비켜주세요. 꼴 보기 싫으니.”
장령의 차가운 대답에 말상의 청년은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그는
기회가 왔다는 듯, 처음부터 자신과 일행을 본 척 조차 안하는 단
엽과 관패, 그리고 파사랍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죽거렸다.
“어디서 덩치 좀 있는 호위무사를 구했나 보군, 장낭자는 이 어벙
하게 덩치만 큰 멍청이들을 믿고 기고만장하는 모양이군 그래.
흐흐”
장령의 얼굴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러나 그보다도 마지막 남은 술
을 한 모금에 들이 마시고 술통을 바닥에 내려놓던 관패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그의 시선이 말상의 청년 정대호에게 돌아갔다. 잠시
상대를 쳐다보던 관패는 막총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건 뭐에 쓰는 물건이냐? 종마치곤 종자가 개판이고, 짐을 끌기
엔 비루먹었고, 말 같기도 하고 당나귀 같기도 하네. 저것도 보아
하니 좋은 종자에게 씨를 받은 것 같진 않은데.”
그의 말을 들을 막총은 속이 다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디 그
뿐이랴 장령과 여소운은 입을 가리고 킥킥거렸다. 단지 청년들은
후련하면서도 당가나 대룡표국과 원한 관계가 되는 것을 원치 않
았기에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관패를 말리려 하였다.
막총 일행과 두 탁자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흥미롭
게 이 광경을 지켜보던 노인과 당의려, 그리고 호대운의 안색이
찌푸려졌다. 본래 개를 때려도 그 주인을 보고 하라고 했다. 지금
정대호를 우습게 본다면, 그것은 당의려 역시 함께 무시당한다는 말
이고 더 크게 생각하면 사천 당가에게 모욕을 준 셈이었다.
당사자가 아닌 두 사람들이 그럴진대 정대호야 어떻겠는가? 세상
이 다 자신의 발아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기고만장이었던 그로
서는 생각지도 못한 모욕이었다.
그의 눈에 흉폭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런 백정 놈의 새끼가 다 있나, 눈깔이 있어도 사람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까불다니, 당연히 그 눈을 파놓아야 정신이 들겠
구나.”
“백정, 크하하하하, 참으로 말 잘했다. 나의 예명 중 하나가 인간
백정이었고, 그 소린 내가 아주 좋아하는 소리였지. 역시 짐승은 제
죽이려는 인간을 제대로 보는 구나.”
관패가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막상 앉아 있을 때는
모르지만 일어서고 나자 그의 몸에서는 무시무시한 기세가 솟아나와
정대호를 눌러 왔다.
그제 서야 무엇인가 이상함을 눈치 챈 정대호의 안색이 변했다.
그러나 후회는 언제나 늦게 마련이고,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관패란 인간이 상대에게 그런 기회를 줄 정도로 침착하거
나 마음이 너그럽지 못했다.
관패의 기세를 보고 놀란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그것도 늦
었다.
“부웅”하는 소리와 함께 관패의 주먹이 정대호의 면상을 후려쳤
다. 손도 길이서 주춤거리는 정대호의 면상을 치기에 조금도 모자
라지 않았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정대호의 입은 완전히 뭉개져 버렸다. 그리
고 뒤로 날아가 쳐 박혀야 할 그의 몸은 어느 새 관패의 왼손에
멱살을 잡혀 꼼짝도 못하고 말았다. 모르긴 해도 그 한방으로 당분
간 밥을 먹긴 힘들 것이다.
관패가 상대를 친 주먹을 거두어 드리자, 후두둑 소리와 함께 허
연 치아가 붉은 액체를 타고 바닥을 눈처럼 수놓았다.
입에 피 거품을 문 정대호를 보면서 관패는 몹시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 그래도 뼈대는 제법 튼실한 종마 같더니 어째 이 모양이
냐?”
관패가 불만을 토로할 때 막총과 청년들은 모두 안색이 변해 버렸
다. 이것으로 대룡표국과 그들은 씻을 수 없는 원한 관계가 성립
되었고, 그의 뒤에 웅크린 당문은 물론이요. 용부의 신룡각까지 적으
로 두는 상황이 되었다.
관패와 단엽은 어딘가로 홀가분하게 떠나버리면 되지만, 그들의
가문과 사문은 달랐다. 그들이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할 때, 자리에서
일어선 노인이 관패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 손을 놓게!”
“놓게? 어 내게 명령인가?”
노인의 눈이 서늘하게 변했다. 아무도 노인을 소개하진 않았지만
들어 올 때부터 이들 일행의 최고 고수는 이 노인이라고 생각했던
막총 등은 심상치 않은 노인의 기세에 다시 한번 놀란다. 그러나
그들은 관패가 노인에게 패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노인은 관패를 보면서 침착하게 말했다.
“난, 요상군이라고 하네, 내 이름을 들어 보았다면 그 손을 놓게
그렇다면 고통 없이 죽여주지.”
“요상군?”
노인의 이름을 들은 막총 일행은 얼굴이 다시 일변했다. 그러나
단엽과 관패는 태연했다.
관패는 상대가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이고, 단엽은 이미 상대를 알
고 있었기 때문이며, 사실 그게 아니라도 그 누가 있어 이 두 사람을
놀라게 하겠는가?
관패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노인을 보았다가 단엽을 보며 물었
다. 이층은 이미 이 싸움에 놀란 손님들이 한쪽으로 밀려 난 채 지
켜보고 있었다.
“주공, 요상군이 뭐하는 물건이요.”
물건이란 말에 요상군의 얼굴이 정말 요상하게 변했다. 그러나 그
얼굴은 다시 놀람으로 바뀌어 단엽에게 향했다. 지금 잘못 듣지
않았다면, 분명 주공이라고 했다.
단엽을 자세히 살피던 요상군과 당의려 등은 단엽이 제법 뼈대 있
는 가문의 귀공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 덩치들은 그의 호위무사
정도 쯤 되리라 생각했다. 그들의 능력으로는 아무리 보아도 단엽
이 무공을 배운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디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던 단엽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사천성에서 가장 유명한 검객 중 한명이지. 그러나 사실 알고 보
면 그는 청죽림의 일급 자객 중, 한명일세. 무영살 호금명이 천금
마옥에 들어가기 전 죽어라고 키운 다섯 명의 제자 중 한명이라고
알고 있네.”
단엽의 말을 들은 이층의 공기는 서늘해졌다.
기세등등했던 요상군의 얼굴은 거의 사색에 가까웠고, 당의려는
물론이요. 호가장의 호대운 역시 얼굴이 퍼렇게 질려 버렸다.
그들은 설마 단엽이 요상군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리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막총과 그 일행은 요상군이 청죽림의 일급 살수란 말에 안색이 더
욱 창백해졌다. 그러나 단엽의 말을 들은 관패는 더욱 실망한 표
정으로 말했다.
“아니 저 늙은이가 호군명의 제자란 말이오. 이거야 원 싸울 맛이
나나.”
관패의 시큰둥한 말에 요상군의 안색은 더욱 처참해졌고, 정신을
차린 정대호는 바들거리며 관패의 손에 대롱거리고 있었다.
관패는 한손으로 정대호를 가볍게 들어 요상군에게 던지고,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얼른 꺼져라! 내가 호 늙은이의 얼굴을 봐서 죽이진 않겠다.”
관패의 말에 요상군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버릇없는 놈이구나! 감히 스승님께 말을 함부로 하다니, 그래도
물러서려 하는 것을 보니 청죽림이 무서운 것을 알긴 아는가 보군,
하지만 오늘 너희들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알지 말아야 할 것
을 알은 죄라고 생각해라.”
요상군의 말에 관패는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고, 막총 등은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들이 보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요상군이 사대금강인이나 금뢰불
보다 강해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고 그 이후의 일
들을 생각해보니 그들로서는 아득한 심정이었다.
막총은 한숨을 쉬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멍청한 놈 때문에 앞으로 고달프게 생겼구나.’
그가 보기에 정대호나 나이 제법 먹은 요상군이나 어리석기는 마
찬가지였다. 최소 상대를 봐가며 덤벼야 오래 산다는 강호의 진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막총 등이 한 숨을 몰아 쉴 때, 호대운과 당의려 등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의 몸은 이미 살기로 뒤덮여 있었다.
그녀로서는 자신과 함께 한 이가 청죽림의 살수임을 아는 자들을
살려 둘 수 없었다.
이층의 손님들 중 눈치 빠른 자들이 겁에 질려 슬금거리며 창가로
다가서고 있었다. 그러나 다섯 명의 장한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이
더니 그들의 퇴로를 막아섰다.
당의려가 다른 손님들과 점소이, 그리고 놀라서 이층으로 올라온
뚱뚱한 주인을 보고 말했다.
“모두 움직이지 말아라, 누구든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죽을 것이
다.”
그녀의 한 마디에 모두 겁을 먹고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지만,
단엽이나 관패는 태연했다.
호대운이 단엽과 관패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네 놈들은 누구냐?”
관패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네 놈들이라니.’ 아무리 보아도 이제 이십이 갓 넘은 애송이에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는 관패였다.
그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그 모습을 본 금강인은 안색이 파랗
게 질렸다. 이미 호되게 당해본 그였기에 관패가 얼마나 무지막지한
인간인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첫댓글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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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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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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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그리고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