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3단계 처리 대책
신용불량자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는 8일 3단계 신용불량자 해법을 제시하면서 오는 11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3단계 해법은 1개 금융기관에 빚이 있는 개별 신용불량자를 우선 탈출시키고, 여러 곳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처리를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한다는 게 골격이다.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이 안 되는 악성 신용불량자들은 오는 9월 발효되는 개인회생제도에 넣어서 회복절차를 밟게 한다는 것이 마지막 수순이다.
◆개별 신불자 처리가 관건=정부 신용불량자 대책의 핵심은 개별 신용불량자의 신속한 처리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개 금융기관에만 빚이 있는 신용불량자수는 100만명에 이른다. 채권자가 하나이므로 채무자와 신뢰감을 쌓을 경우 신속한 채무재조정이 가능하고, 채무의 성격상 가장 신용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당국의 기대다. 이 부총리는 “소액 채무자는 은행 창구에서 발생 단계부터 처리토록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은 자체적으로 개인별 채무 상환 계획을 짜고, 신용불량자에게 일자리를 알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신용불량자 수를 줄이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감독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개별 신용불량자 구제 프로그램이 다른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에 광범하게 확산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효과적인 배드뱅크 설립=다중(多重) 신용불량자 처리를 위해선 배드뱅크를 만드는 방법이 추진된다. 배드뱅크는 개인 부실채권을 한데 모아서 처리하는 곳으로, LG투자증권과 산업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다중 채무자 공동 추심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배드뱅크를 운영하고 있다.하지만 기존 배드뱅크의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LG투자증권과 산업은행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지금까지 1만5000명만 신용회복 과정을 밟고 있을 뿐이다. 여러 채권금융기관 간 이해조정이 쉽지 않고, 관련 규정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조건과 절차를 간소화해서 많은 신용불량자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배드뱅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통 2개월씩 지루하게 걸리는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기준선에 조금 못미치는 신용불량자들도 워크아웃의 틀에 넣어 구제대상을 확대하는 프로그램이 나올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조선일보 (박종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