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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땡 울리는 산사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소구는 한산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절의 산문 앞에 서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법공 대사님과 만나기로 하신 분이십니까?"
한 명의 사미승이 밖으로 쪼르르 달려나와 물었다.
"예, 접니다."
"대사께서는 이 뒤의 암자에 홀로 머무르고 계세요. 이쪽으로 따라오시지요."
"꼬마스님,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바위 위에 세워진 작은 암자 앞에 한명의 노승이 서서 저 멀리 보이는 태호(太湖)의 수면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소구의 눈에 들어왔다.
"법정 대사십니까? 소생은 백초당에서 온 방소구라고 합니다."
"아미타불, 공자의 명성은 이미 들어 알고 있소이다. 일수에 하늘이 놀란다해서 일수진천이라 불린다지요?"
"일수진천? 글쎄요--. 처음 듣는 말이군요, 그보다 소개 시켜 준다는 그 사람은---."
"이제 곧 올 겁니다. 안전을 위해서 그 놈을 제가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법정 대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사람이 바위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당신이 백초당에서 온 사람이요?"
"댁이 운룡회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그 사람이오?"
둘은 서로에게 질문을 가하고 서로가 상대가 찾던 사람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소. 내가 원하는 것은 준비된 겁니까?"
"이미 준비 해 놓았으니 갑시다."
사냥꾼 복장을 하고 등에 활과 화살통을 매고 있는 사십대의 마른 얼굴의 사나이는 합장하며 법정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산 아래로 내려와 소구가 타고 온 마차에 올라탔다.
"휴우--, 살 것 같네. 산 속의 절간에만 틀어 박혀서 술도 여자도 가까이 하지 못하고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소."
앞에 앉아서 입고 있는 가죽옷이 더운 듯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소구가 물었다.
"뭐 하던 사람이오?"
"난 보석을 세공 하던 사람이오."
"보석을 만지던 사람이라고?"
"난 당신들이 찾고 있는 운룡회의 여섯 사람을 모두 만나 보았소. 얼굴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는 있소."
"어떻게?"
"그보다 술과 여자는 준비돼 있는 거요? 난 벌써 몇 년 동안 술과 여자에 굶주려 있었단 말이오. 나에게 그것을 주기 전에는 어림도 없으니, 미리 나에게 무언가를 알아낼 생각은 마시오."
소구는 침묵하고 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단지 노려보기만 한 것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한 순간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살기만으로 사람을 죽일 정도의 경지에 이른 소구였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감당할만한 사람은 중원천하에 아주 소수만이 있을 뿐이었다.
지독한 살기(殺氣)를 흘리면서 소구의 입에서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인 자들이다. 내 위로 한 명의 형이 있고 두 명의 누나가 있지만 형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얼어서 잠든 상태고, 내 바로 위의 누나는 그들에게 쫓겨 십년이나 지하에 갇혀 살았다. 또 한명의 누이는 그들에게 끊임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아오면서 살아 왔고---. 지금 당장 말하지 않는다면 너를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 머무르게 해 주겠다."
결코 큰 소리로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구의 앞에 앉아 있던 연철이라는 이름의 보석 세공사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난---, 단지--- 말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오. 내 안전과 남은 평생을 즐길 수 있는 돈만 준다면---. 언제든지 말을 할 준비가---."
소구는 대답하지 않고 단지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안간힘을 쓰고 소구의 시선과 살기를 버티려고 하는 연철이었지만 손끝하나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의 공포가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연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의 일이었다.
"그자들의 얼굴은 보지 못했소. 단지 난 그들에게 반지를 만들어 주었을 뿐이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연철이 소리쳤다.
"계속 말해."
"그들은 자신들이 운룡회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표식으로 하나씩의 반지를 만들었소. 그 반지는 세상에 단 하나씩 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런 반지이니, 그 반지를 끼고 있는 자를 찾아내면 바로 그자가 운룡회의 운룡이오."
"그 반지가 어떻게 생긴 것이지?"
"그 반지는 각각 천룡환, 혈룡환, 금룡환, 흑룡환, 은룡환, 청룡환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소. 보통 때는 보통 반지와 다를 바가 없지만 그것에 공력을 주입하면 각각의 반지는 이름 그대로의 용의 형상을 드러내게 되어 있소."
"그럼 바로 옆에 그 반지를 끼고 있는 자라고 해도 알아 볼 수가 없지 않나?"
"아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오. 자세히 살펴보면 그 반지는 각각의 색깔에 맞춰서 보석이 박혀 있소."
"천룡환은?"
"그건 다른 모든 반지의 주인보다 위에 있는 자의 것이오. 바로 운룡회의 회주의 반지이기 때문에 그 반지에는 일곱 가지 빛을 뿜어내는 보석을 박았소. 칠채보주가 박혀 있는 그 반지를 가지면 다른 반지들의 주인을 찾아내는 일은 아주 쉽소. 그것들은 서로 반응하게 만들어져서 다른 반지가 근처에 있으면 빛을 발하게 되어 있소."
소구는 앞에 앉아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아주 신기한 반지로군."
"내 일생일대의 걸작이었소, 그것들은---.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난 가족도 모두 죽고 이리 저리 숨어사는 처지가 되어 버렸소."
"네가 원하는 술과 여자도 이미 준비되어 있는 상태고 너를 보호하기 위해 열명의 일류 무사들이 앞으로 네가 있을 춘풍루에 머물게 될 것이다. 운룡회의 무리들은 너에게 신경 쓸 여유 같은 건 없을 것이다. 그들은 나를 피해 숨어 다니고 있는 중이니---, 말해 줄 것은 그것뿐인가?"
말을 하고 있는 소구의 몸에서 이제 살기가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이미 숨이 막혀오는 듯한 살기를 맛본 연철이었다. 연철은 앞에 앉아 있는 상대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은 상태였다.
"약속은 지켜주는 것이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약속은 지킨다."
"휴--우."
연철은 소구의 말을 듣기가 무섭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한숨을 내쉬는가?"
"조금 전에 당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 때문에 숨이 멎는 줄 알았소. 그리고 정보만을 듣고 날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했소이다."
"내가 정말로 그럴 생각이었다면 당신을 마차에 태우지도 않았을 것이오."
"이제 편안하게 먹고 마시면서 여자들과도 같이 자면서 살 수 있는 것이오?"
"당신 때문에 소주에 있는 춘풍루라는 기녀원을 아예 사버렸지. 그들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가지 그 곳이 당신의 집이오."
"아예 기녀원을 사버렸다는 말이오?"
연철은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 물어보았다. 소구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을 보면서 연철은 속으로 감탄했다.
'말로만 천하 제일의 거부가 아니로구나!'
"나에게 그것 말고 또 해줄 말없소? 그들은 숨어 있고 이 넓은 천하 어디에 있는지 그것만으로는 알 길이 없지 않소?"
속으로 감탄하고 있는 사이 소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마음이 풀어진 연철은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잠시만---, 그들을 만났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겠소."
그들을 만날 때는 항상 깜깜한 어둠 속에서였기에 그들의 모습조차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말 또한 일부러 쇠가 긁히는 탁한 음성만을 내뱉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고, 나이 또한 짐작할 수가 없었다.
소구는 침묵하고 생각에 잠겨 있는 연철이라는 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 한마디에 복수의 순간이 멀어지든가 가까워지든가 하게 될 것이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연철의 입에서 말이 튀어나온 것은 마차가 춘풍루에 도착할 때였다.
"너무 어두워서 그들의 모습도 보지 못했고, 목소리 또한 변성을 해서 그들의 나이조차 짐작을 할 수가 없지만--."
"없지만?"
"그들의 말 중에 한 사람이 낙양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소."
"그게 몇 년 전의 일이오?"
"오 년 전의 일이지요."
잔뜩 긴장해서 연철의 말을 듣던 소구는 맥이 빠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자에게 알 수 있는 것은 반지에 대한 것뿐이었다.
춘풍루의 집사 정연은 소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라리슈카라는 기녀는 백초당으로 보내고, 연철이라는 자는 당분간 이곳에서 머물게 하라고요?"
"그래. 왜?"
"라리슈카는 이 춘풍루의 매상을 절반이나 책임지고 있는 아이인데--?"
"그런 건 난 몰라. 정 집사가 알아서 이곳을 말아먹던 말던 마음대로 하고 라리슈카는 무조건 백초당으로 보내도록."
"끄응---. 알았습니다. 그럼 연철이라는 자에 대한 대우는 어떻게 할까요?"
"한 일주일간만 술과 여자에 파묻혀서 살게 한 다음 그 다음부터는 일 시켜. 계속해서 공짜로 숙식과 여자까지 제공해 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자가 이 춘풍루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잘 감시하고--."
"염려 마십시오. 그자에 대한 조치는 이미 모두 취한 상태입니다. 내가 대리고 온 열명의 무사들은 모두 춘풍루에 자리를 잡았는가?"
"예. 그들 또한 모두 자리를 잡은 상태입니다."
"그들에 대한 대우 또한 잘 해 주도록. 그 연철이라는 자보다는 그들에게 신경 쓰는 편이 좋을 거야. 앞으로 그들이 이 춘풍루를 지켜 줄 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공자께서는 이대로 혼자 떠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나는 혼자가 편해."
"어디로 가실 생각이신지--?"
"난 이대로 낙양으로 갈 생각이니 백초당엔 그렇게 연락하도록."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소구의 몸은 춘풍루에서 꺼지듯 사라지고, 정연은 주먹을 불끈 쥐고 뒤돌아 섰다. 이제 조금 더 권력과 가까워진 것이다. 그로서는 이렇게 만나서 직접 지시를 받고 대화를 나눌 정도의 상대가 아니었다. 방소구란 인물은 천하에서 가장 큰 세력과 재력을 지닌 단체의 실질적인 주인이었고, 그의 신분으로 얼굴도 보기 힘든 상대였다. 이제 기회가 와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자에게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얻었으니 이 기회를 살려야만 했다.
"라리슈카! 어디 있나?"
"예? 부르셨어요?"
정연은 자신의 외침에 황급히 달려오는 라리슈카를 보면서 이제 말투를 고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소구의 여자가 되었으니 이제부터 그녀는 그의 아랫사람이 아니었다.
"어서 짐을 꾸리시지요. 백초당으로 마님을 보내라는 공자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라리슈카는 말투가 바뀐 정연을 이상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공자의 여인이 되었으니 라리슈카의 신분은 제 윗사람이지요. 이제 라리슈카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중원에 없습니다."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라리슈카에게 곧 말투가 바뀌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친절까지 보여주는 정연이었다. 바로 어제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단지 하룻밤만에 이 정도의 신분으로 뛰어오르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라리슈카였기에 그녀는 꽤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지 하룻밤의 봉사로 들은 지나가는 말 정도로 여긴 말이 사실로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던 그녀였기에 그녀는 꾀나 충격을 받게 되었다.
어찌 되었던지 그녀는 이제 춘풍루의 기녀가 아닌 방소구의 세 번째 첩이라는 신분을 얻어서 소주를 떠나 백초당이 있는 개봉으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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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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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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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갑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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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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