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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려타곤(懶驢 坤) 29-3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소림사의 방장실에 모여 있는 네 명의 불심 깊은 노승들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의견들을 주고받고 있었다.
"사제들도 그 소식을 들었을 것이네."
"소문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섭습니다. 백초당의 편을 들었다간 중원 전체를 적으로 삼게 만들어 놓다니---."
방오 대사가 곤혹스러운 표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소림사의 방장이 된 사대금강의 수좌 방진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사제들을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우리 사찰에 소구의 누나인 방화련 시주가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사제들도 알 것이네. 어찌하면 좋겠는가?"
"소구와 백초당이 소림에 베푼 은혜를 생각한다면 절대로 그녀를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방성이 말하자 나머지 세 노승은 그 말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군산에 모여 있는 사악한 자들이 꾸민 음모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이라도 무승들을 백초당으로 보내어 소문이 잘못 되었음을 깨닫게 하고, 어리석은 자들이 음모에 빠진 것도 모른 채 헛되이 죽는 일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북해로 정각 사숙을 모시러 간 소구가 돌아온 다면 이 일로 중원 전체가 피로 물들 수도 있습니다."
방철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나머지 세 노승은 방철의 말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세상이 평화롭기를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곁에서 소구의 모습을 보았고 몸 안에 숨어 있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느낄 수 있었기에 앞으로의 일이 너무나 걱정이었다.
"소구는 복수의 대상을 운룡회의 운룡들로 한정했기에 천하가 조용했던 것이지만, 만약 일이 잘못되어 가족 중의 누구 하나라도 죽는 일이 벌어진다면 더 이상 참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 때는 그 누구도 소구를 막지 못하게 될 것이고 중원 무림은 끝장 날 것입니다."
"아무리 소구의 무공이 높다 해도 천하 전체가 적이 된다면 소구 또한 최후에 가서는 죽게 될 것입니다."
"그럴 테지. 그러나 그전에 구파라 불리는 모든 단체가 강호에서 지워질 것이네."
"방장,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다행히 소구에게는 사부가 되는 정각 사숙께서 중원으로 들어왔다는 연락이 왔고, 그분이 백초당이 있는 개봉으로 가고 있다고 하네. 자네들은 방화련 시주를 모시고 함께 개봉으로 가게. 정각 대사에게 말해서 소구의 살심(殺心)을 조금이라도 누구려 뜨려 달라고 말해 보게나."
"만약 일이 잘못되어 우리가 가기 전에 그곳에 누구라도 죽어 있다면---."
"아무도 죽어 있지 않기를 바래야지, 군산에 모여 있는 무리 들 중 살아남을 자는 아무도 없게 될 것이니--."
방진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네 노승은 서로를 향해 합장하며 불호를 외우며 인사한 뒤, 소림사의 주지라는 중책을 맡은 방진만이 남고 다른 셋은 소림사의 산문 밖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백초당의 총관이라는 노인과 함께 방화련이 소림사를 떠난 것이다.
"우 아 아 아!"
울분에 찬 고함이 들려올 때마다 개봉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흠칫 흠칫 몸을 떨었다.
바로 하루 전까지만 해도 개봉 전체가 몸살을 앓게 한 추위는 사라졌지만, 바로 다음 순간에는 몸도 마음도 완전히 얼어붙게 하는 살기라 불리는 기운이 개봉 전체를 공포로 떨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시작된 고함과 함께 개봉의 외곽에 자리 잡고 있던 네 개의 저택이 불타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백초당이라 불렸던 폐허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적혈마향 양려군은 눈물을 글썽이며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하늘 높이 치솟는 네 개의 불기둥을 바라보았다.
"건물을 때려 부셔도 소용없어. 이미 모두 도망친 뒤에 건물만 때려부순다고 무슨 소용이야."
그녀는 슬픈 얼굴로 백초당의 한 가운데 지하로 뚫려 있는 커다란 구멍을 내려다보았다. 그 아래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깨어날 순간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고, 단 하나뿐인 친구는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져 있었다.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녀의 능력으로는 저곳에 들어 갔다간 얼어죽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는 지상에 서 있는 것이다. 쏟아지는 폭우에 몸이 흠뻑 젖어가고 있었지만 그녀가 비를 피할 장소는 이곳에 없었다.
"양 여협, 그들이 모두 어디에 있다고 그랬지요?"
"군산, 군산입니다."
"악양의 동정호 한 가운데 있다는 섬이라고 하셨지요?"
섬뜩한 핏빛의 눈을 하고 있는 소구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리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양려군은 그런 소구의 모습을 바로 코앞에서 보면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도 절정고수라 불리는 무인 중의 하나였지만 지금 보고 있는 소구의 모습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 그래요."
"저는 이대로 군산으로 갑니다. 이곳에 제 사부이신 정각 대사가 양평 사형과 오실 테니 제 대신 양 여협이 이곳을 지키고 계시다 두 분을 영접해 주세요. 형을 고치는 일은 밑에서 지키고 있는 취하와 취앵이 있으니 제가 없어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구의 몸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허공 높은 곳에서 벼락이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백색의 선이 남쪽으로 길게 그어졌다.
바로 다음 순간 지하에서 잔뜩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한 취하와 취앵이 뛰쳐 올라왔고 두 여자의 얼굴에는 멍 자국이 하나씩 나 있었다.
"휴--우, 갔구나."
"너무 무서워서 혼났어."
두 여자는 서로를 향해 그렇게 말하면서 서로를 위로했다. 양려군은 놀란 눈으로 취하와 취앵을 바라보았다.
"두 분 얼굴이--?"
"남편이 때렸어요."
취하가 원독에 찬 눈으로 먹구름 가득한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에?"
"남편을 믿지 못하고 함부로 집을 떠나 수련 아씨와 매형을 죽게 했다면서---. 흑 흑."
취행이 울먹이면서 대답했다.
그녀들의 대답에 양려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들이 백초당만 떠나지 않았다면 수련도 신기서생도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라리슈카는 어떻게 됐어요?"
볼이 잔뜩 부은 채 취하가 물었다.
"몇 명의 무사들을 붙여서 고향인 쿠차로 떠나 보냈어요. 그녀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아요."
양려군의 대답에 취하와 취앵의 얼굴 위로 부럽다는 빛이 떠올랐다.
"두 분도 백초당을 떠나실 생각인가요?"
그녀들은 황급히 얼굴빛을 바꾸면서 대답했다.
"아니요! 양 여협 저희들은 떠나지 않아요!"
"절대로 안 떠나요!"
양려군은 두 여자가 황급히 외치는 소리를 듣고 속으로 실소했다.
"다시는 맞고 싶지 않아--."
"백초당을 또 벗어나 있으면 이번에 정말로 죽일 지도 몰라--."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양려군은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맛보면서 황급히 물었다.
"소구 공자가 두 분을 죽이려 들었단 말입니까?"
취하와 취앵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의 능력은---, 개봉 전체를 가을에 한 겨울로 만들어 놓을 정도의 그런 능력으로도 대항 할 수 없다는 것입니까?"
취하와 취앵은 한숨을 내쉬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양 여협, 저희들의 주인 나리의 능력은---, 우리가 가진 능력은 소구 도련님이 가진 능력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것이죠. 개미가 호랑이 아니 용에게 덤비는 꼴입니다."
취하가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도망이라도 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남편이 억누르고 있던 힘이 깨어난 이상 그녀들은 천하 어디로 도망쳐도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천하가 남편의 한 걸음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그녀들은 무서웠다. 남편의 분노가 식지 않는다면 그녀들의 남은 삶은 무척이나 고달프게 변할 것이다.
양려군은 그녀들의 말을 들으면서 소구가 사라진 남쪽 하늘로 시선을 던졌다. 잔뜩 살기가 동한 상태에서 군산으로 떠난 천하제일고수라 알려진 수면천마 방소구가 할 일은 단 한가지 밖에 없었다.
양려군은 그녀들의 말을 들으면서 깨달았다. 군산에 모여서 백초당을 망하게 하려고 한 자들은 단 하나도 살아남지 않게 되리라는 것을---.
"군산에 모여 있는 자들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녀는 나직하게 중얼거리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 가득 먹구름이 가득했고, 세차게 쏟아지는 비는 멈출 줄 몰랐다. 장마였다.
그들이 모여 있는 악양 근처의 이름 없는 산 위로도 장마 비는 무섭게 퍼붓고 그 자리에 모여 있는 여덟 명은 두 패로 나뉘어져서 서로를 바라보며 공격할 기회를 노리는 중이었다. 모두가 우산 대신에 호신강기를 일으켜 무섭게 떨어지는 빗방울은 그들의 몸에 접근조차 못하고----.
"언제부터 오대세가가 여진족의 주구가 된 것이오?!"
무당파의 장문인인 임지한이 빈정대며 소리쳤다.
"그것은 너희들이 만들어낸 헛소문이 아니더냐?! 사부를 시해하고 장문의 자리를 찬탈한 인면수심의 짐승 같은 놈! 온갖 사악한 짓을 도맡아 하는 운룡회의 운룡이라 불리는 자들이 바로 너희들이란 것을 알고 있다!"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진호가 호통을 내질렀다.
"흥! 그대들이야말로 사악한 자들이 아닌가?! 우리는 욕망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대들처럼 거짓과 위선에 차서 지내지는 않아! 백초당을 지키고 있어야 할 당신들이 이곳에 온 것은 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 우리가 백초당을 공격하길 바라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공격하지 않아! 보나마나 우리가 백초당을 공격하러 간 사이 이곳에 모인 군웅들을 설득해 오대세가의 무림맹을 만들 생각이었겠지?! 운룡회도 망하고 백초당도 망하고 천하에 오대세가만이 남아 있다면 좋겠지만 결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곤륜파의 장문이이 된 진하정이 남궁진호와 다른 네 명의 가주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말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그들 여덟 명의 몸에서 발산하는 기운이 끊임없이 부딪치고, 그들이 마주서 있는 벼랑 위 절벽에 금이 가고 있었다.
더 이상 그들 사이에는 말이 오가지 않았고, 주먹이 오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온갖 종류의독과 암기가 그들이 싸우는 벼랑 위를 가득 메우고, 거기에 색색의 강기라 불리는 광채가 어지러이 교차하면서 그들이 싸우고 있는 벼랑은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군산에 모여 있는 운룡회의 세 사람은 오대세가의 가주가 군산에 들어온다면 그들이 계획하고 추진하는 일이 모두 깨어지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군산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했고, 아직 그들의 신분을 모르는 문파의 제자들도 군산에 모여 있는 군웅들도 이용할 수가 없는 상태였기에 운룡회의 세 사람은 직접 싸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악양의 외곽, 모든 산 속에서 오대세가의 제자들과 운룡회와 홍방에 아직 남아 있던 모든 무인들이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이미 운룡회에서 흘려낸 소문으로 인해 청방은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기에, 이 일전에 승리하는 자가 중원 무림을 지배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어느 쪽도 절대로 질 수 없는 싸움이었다. 이 싸움에서 지는 자는 영원히 강호무림에서 사라지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필사적이었다.
중원 무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소문난 여덟이 벌이는 싸움이 멈춰진 것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였다.
피와 땀과 진흙으로 뒤범벅이 된 몸을 한 상태에서 그들은 갑자기 서로에게 퍼붓던 공격을 멈추고 떨어져서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악양에서 싸움을 하던 모두가 싸움을 멈추고 비를 퍼붓고 잇는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하늘에 핏빛의 광채를 몸에서 뿜어내고 있는 한 사람이 둥실 떠서 싸우고 있던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구였다.
소구는 머리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타인의 생각에 미칠 것 같았다. 그들의 공포와 살기와 탐욕과 후회 그리고 그들의 욕망---,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의 생각이 미친 듯이 그의 머리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누나 방수련의 죽음으로 인해 억누르고 있던 혼천문 내공의 부작용이 시작되어 버린 것이다. 타인이 마음속에 생각하는 것이 그대로 들리고 느껴지는 경지 바로 혼천일원공 오성의 경지였고, 다른 인간과 부대끼며 어울려 살 수 없게 만드는 경지이기도 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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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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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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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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