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마을로 내려가서 구원을 청하고 싶으나 영우 처에게 이곳은 오늘 처음 온 곳이라 밤중에 여기를 떠났다가 돌아와 이곳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또 그동안 영우가 어떻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또 피를 흘리는 환자를 혼자 놓아두었다가 피 냄새를 맡은 산 짐승이라도 내려오면 하는 걱정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다.
산 짐승에 생각이 미치자 영우의 처도 무서움이 생긴다.
불을 피워놓고 있으니 산짐승이 덤비지는 못하리라 생각을 하면서도 삭정이 중 단단한 것을 찾아 몽둥이를 만든다.
생각에는 산짐승이 나타나면 몽둥이를 들고 싸울 판이나 생각같이 될지는 의문이다.
깊은 산중에 혼자 있는 것도 무서운데 가끔 들리는 이름 모를 산 새소리는 무서움을 더하게 하고 그래서 멀리서 산짐승의 우는 소리를 들으며 무서움에 떨던 영우의 처는 심하게 다쳐 사경을 헤매는 남편을 생각하자 그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죽기 아니면 살기라고 독하게 마음을 먹으며 혹시라도 실제로 산짐승이 나타날 것에 대비하여 불이 꺼지려고 하면 나무를 꺾어다가 넣어 불을 돋우며 한편으로는 산짐승의 접근을 막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우가 한기를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밤을 새워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여자 혼자 몸도 가누지 못하는 환자와 같이 산속에서 밤을 새워야 한다는 것이 여간 무섭고 불안한 것이 아니다.
이제 밤이고 이곳은 깊은 산 속이라 이 시간에 이곳까지 올 사람은 없다.
더욱이 여기는 군 작전 구역이라 더 할 것이다.
어떻게 하든지 어떤 일이 벌어지든지 이 밤을 잘 넘기고 날이 밝으면 마을로 내려가든지 가까운 부대로 가서 구원을 청하리라고 영우의 처는 생각한다.
한편 마을에
필상이네 집에서는 할 일이 없어도 해질녘이면 집에 꼭 들러서 인사를 하고 가던 영우가 오늘은 들르지를 않아 이상하게 생각한 필상이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하여 저녁을 먹고 서둘러 영우네 집엘 가보곤 놀란다.
날이 어두운지 한참이 되었는데 불도 안 켜고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영우가 세 들어 사는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오늘 아침부터 마차를 빌려서 산에 해 놓은 나무를 나르고 있었는데 좀 늦은 오후에는 영우의 처도 영우를 돕는다고 같이 마차를 끌고, 산으로 가서는 아직 안 돌아와 자기도 걱정하며 궁금해 하던 차라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마당 가에 안 보이던 나뭇더미가 보이고 영우가 아침나절 산에 해 놓은 나무를 나르겠다고 우마차를 빌리려고 자기에게 왔다가 자기가 두엄을 밭으로 내느라 우마차를 쓰고 있는 것을 보고 그냥 간 것이 생각이 났다.
자기가 오늘만 우마차를 쓰면 되니까 내일 가져다 쓰라고 한 것 같은데 그것을 못 참고 다른 집에서 우마차를 빌려다 썼는가 하고 섭섭한 생각이 들다가 자기가 내일 같이 가자고 했더니 내일부터 남의 집 담장을 고쳐주어야 하니 오늘 자기 혼자 나무를 나르겠다며 형님은 염려 놓으시라고 한 것이 생각나면서 많이 늙지도 않았는데 건망증이 이렇게 심한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곤 오후에 늦게 산에 갔으면 아직은 돌아올 시간이 못 됐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하고 집주인에게 영우가 돌아오면 자기에게 연락하란다고 전해달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밤이 깊어도 영우네한테서 소식이 없어 밤 11시쯤 다시 영우네 집으로 가보니 영우네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무리 깊은 산으로 갔어도 늦어도 너무 늦는다는 생각을 하는 필상은 이상하게 두려움과 전율을 느낀다.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가 필상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것인가 보다.
아무래도 마중을 나가보아야 할 것 같은데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답답한 생각에 안절부절못하던 필상은 아침결에 마차를 가지러 왔던 영우가 얼핏 감악산에 군작전 도로가 있는 근처에 나무해 놓았었다고 한 것 같은 생각이 났다.
그때는 “형님은 바쁘시니, 오늘 나무 나르는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다.” 하며 필상이 나무해 놓은 곳이 어디냐는 물음에 대강 나무를 해 놓은 위치를 이야기하는 것을 흘려들었는데 좀 자세히 그 위치를 물어볼 걸 그랬다고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하지만 답답하고 이상하게 몰려드는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은 불길한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영우네를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고 마을을 돌며 친한 몇몇 친구들에게
“영우가 낮에 우마차를 빌려가지고 감악산으로 산에 해 놓은 나무를 운반한다고 갔는데 지금, 이 시간이 되도록 안 오고 있어 무슨 사고가 아닌가 걱정된다며 찾아보러 같이 갔으면 좋겠다.”라고 부탁도 하고 설득도 하였다.
그렇게 해서 모인 5명이 손전등을 들고 영우를 찾으러 나섰다.
차를 빌려 타고 감악산으로 가며 혹 길에서 영우네를 만날까 하고 기대를 했으나 허사였다.
감악산에 도착하여 찾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감악산이 워낙 험산 산이고 산 전체가 군작전권이어서 군작전 도로가 한두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의 작전 길을 따라 새벽녘까지 산속을 헤매다 아무 성과 없이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어젯밤 늦게까지 산길을 헤매다 새벽이 다되어 돌아와 자리에 누워 막 잠이 들려던 필상은 처가 급하게 깨우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 짜증스럽게
“무슨 일인데 이제 막 잠이 든 사람을 깨우고 난리야?” 한다.
“여보! 전화 좀 받아보세요. 동선데 무슨 사고가 났데요.”
그렇지 않아도 어제저녁부터 불길한 예감에 무서움 증까지 일던 필상은 깜짝 놀라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수화기를 뺏듯이 낚아챈다.
“여보세요? 전화 바꾸었습니다.”
“아주버님! 저에요.”
하더니 영우의 처가 목이 멘다.
영우 처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안도하던 필상은 영우 처가 말을 못 하고 눈물을 흘리자 불안감이 배가 되어 묻는 말이 더욱 조급해진다.
“네! 제수씨 무슨 일이예요? 무슨 일이 생겼어요? 영우는 어디 있어요?”
수화기에서 울리는 필상의 음성을 듣는 순간 그것도 잔뜩 걱정되어 묻는 필상의 음성을 듣는 순간 반가움과 서러움에 잠시 눈물을 흘리던 영우의 처는 목멘 소리로 대강 사고내용을 말하고 사고 난 장소를 알려준다.
영우의 처 말 중간중간 “아니! 저런!” 하며 놀라던 필상도 이야기가 끝나자 마침내 눈물을 흘린다.
“어쩌다 그런 끔찍한 일이, 알았어요. 내가 곧 차를 가지고 갈게요. 잠시만 기다려요. 지금 있는 곳이 어디에요? 네! 알았어요. 곧 갈게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으나 몸이 떨려 옷도 제대로 못 입는다.
가까스로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서는 필상을 보고 그때까지 옆에서 전화통화 하는 것을 듣고 있던 필상의 처가 같이 가겠다고 나오는 것을 필상이 달랜다.
“물론 당신도 걱정되고 궁금하겠지만 지금은 영우의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 영우네 집으로 가서 혹 영우가 집으로 돌아오면 편히 쉴 수 있도록 집안도 치우고 불도 집히고 이불도 깔아놓고 준비를 해.”
하고 나오다가
“지금 곧 수영에게 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내가 영우에게 같이 가잔다고 하고 수영을 데리고 건널목 근처 큰길가에서 같이 기다리고 있어 내가 차를 가지고 갈 테니.”한다.
수영이라는 친구는 영우도 잘 아는 필상의 친한 친구이다.
엄청난 청천벼락 같은 사고현장에 필상은 혼자 가기가 무섭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거기에 가면 돕는 손이 필요할 것 같았다.
밖으로 나온 필상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느라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지만,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택시기사의 집으로 가는 필상은 다리가 후들거려 걸음이 갈지자가 된다.
택시기사의 집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며 작은 마을인데도 택시를 가지고 운수업을 하는 사람이 있어 이럴 때 무척 도움이 되는 것에 감사한다.
잠에 깊이 빠져있던 택시기사는 누가 이렇게 새벽바람에 대문을 두드리며 단잠을 깨운다고 투덜거리며 문을 열었다가 필상이 서 있는 것에
“자네가 이렇게 아침 일찍 무슨 일인가?”
하고 묻는다.
“이 사람아! 급해 잔말 말고 얼른 차를 가지고 나오게. 급하다니까.”
태평한 친구의 물음에 재촉하는 필상의 말에 짜증과 화기가 어른다.
“아무리 급해도 무슨 일인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아침 일찍 찾아와 자는 사람을 깨어 놓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필상이 못마땅한 생각에 떨떠름하게 묻는 친구에 반문에 필상은 자기의 급한 마음만 생각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를 무조건 다그쳤다는 것을 깨닫고 사고내용을 간단히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는 놀란 친구는 잠자리에서 나와 부스스하고 옷도 제대로 못 입은 모습을 추스르며 뛰어 들어가 겉옷을 걸치고 택시를 끌고 나온다.
택시를 타고 처와 약속한 곳으로 가서 그곳에서 기다리는 친구를 태우고 영우의 처가 기다리기로 한 곳으로 달려간 필상은 그곳에서 영우의 처를 발견할 수 없어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당황해하고 있는데 위병소 군인이 쫓아와 사고를 당한 아주머니가 군대 차를 타고 사고가 난 장소로 먼저 갔다고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부대 앞 정문이다.
그 말을 듣고 차에 오른 필상은 영우의 처가 일러준 사고 장소로 향한다.
영우 처가 가르쳐 준 곳의 근처에 이르러 영우를 찾았으나 아무도 찾을 수가 없다.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영우의 처가 군인부대 차를 타고 왔으면 군인 트럭이 있고 군인도 한두 명 보이고 할 터인데 아무도 보이지를 않는다.
조바심이 난 필상은 아래위로 다니며 찾는다.
다른 사람들은 “여기가 맞아? 잘못 안 것 아니야?”하고 묻고
“여기가 맞을 거야, 영우 댁의 말대로라면.”
“그런데 왜 안 보여?”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떠들며 영우의 이름을 부르고 제수씨를 찾으며 세 사람이 열심히 찾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영우의 대답은 없다.
첫댓글 즐~~~~감!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무혈님!
이초롱님
구리천리향님!
지키미님!
감사합니다.
날씨가 이젠 완전히 초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과 같이 희망이 새록새록 돋는 봄이 되시길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