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한 장소와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카지노가 있는 지음이라는 땅이 장소고, 그 카지노에 버려진 하늘이가 아이다.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열 살이 넘어서도 전당포에서 살았다. 전당포 주인이 할머니, 그 딸과 아들이 엄마와 삼촌이 된다.
지음은 처음엔 탄광촌이었다. 그러다 카지노가 들어오면서 유흥도시로 변하기 시작한다. 도박을 하러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음은 투기의 땅이 됐고 할머니 전당포에 더 이상 맡길 것도 없는데도 그 땅을 떠나지 못하고 메여있는 유령 같은 사람들도 늘어간다.
하늘이는 그런 유령 도박꾼들 사이에서 만나 생겨난 아이였다. 엄마는 자살하고 아버지라는 사람은 아이만 두고 사라져버린다. 그 아이를 데려와 전당포에서 키운다. 절망의 끝에서 태어난 하늘이는 많은 일을 겪은 대쪽 같은 할머니와 어딘가 모자란 엄마와 삼촌의 울타리 안에서 성장한다. 한 공간의 곡절 많은 내력과 그 안에서 자라는 한 아이의 성장을 담은 소설이었다.
하늘이의 어린 시선으로 서술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재밌었다. 억지스럽지 않고 솔직하고 나름의 고민과 해석이 어른인 나를 위로하기도 했다. 성인이 될수록 사실이 왜곡되기 쉽고 변형되기 쉬워서 그런가. 가끔 아이들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생각보다 진실에 가까운 면이 더 잘 드러나기도 한다.
카지노에 버려진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자신 스스로를 그림자 아이로 생각하며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존재하진 않는다 라고 말하지만 하늘에게는 딱 맞는 가족이 있었다. 특히 할머니는 하늘이에게 큰 영향을 준다. 하늘이가 자기 운명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해주고, 스스로 그럴 수 있다고 굳게 믿게 해주고,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잘 들여다볼 수 있게 역할을 다 해준 것 같다.
결국 삶에 대한 태도의 이야기다. 환경과 상황은 언제나 원치 않게 예고 없이 바뀌고 많은 순간들에 어쩔 수 없이 휘둘리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끈질기게 살아가보겠다는 의지. 지금이 어떻든, 이후에 뭐가 있든 버티고 넘어보겠다는 고집. 후회와 자기연민에 빠지기보다 당장 살아보겠다는 생명력. 이런 희망도 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