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날이면 잠이 오지 않아서 매번 경기후 기록해 왔던 검도 노트를 꺼내들고 시간의 공허함을 달랬던 것과는달리 이번에는 다행이도 숙면을 하고 연수원으로 향할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대회 당일 날씨는 조금 더웠지만 7월의 장마가 주춤하면서 소강상태로 이어지고 습도도 그다지 높지않아 경기 하기엔 좋은 날씨였다.
작년 이맘때 인천 세계대회를 앞두고 일본 나리타 국제심판 강습회 참가로 8단 대회에 출전 할수 없었지만, 그때 심판강습회에 함께 참가했던 이실관 선배님과 대회에 참석 하지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대화하던중 “김선생 내년에는 우리 두사람 결승에서 만나 멋진경기 한번 해볼까요”라고 툭 던진말이 현실이 될줄이야!!
금번 8단 대회는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른 대회에 출전했을때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건 살면서 자주 찿아오지 않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선 대진표가 말을 해주듯이 과거의 경기에서 실패한 경험을 설욕(雪辱) 할 수 있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의 찬스가 다가왔다. 경기에 임하는 내마음속에는 태풍의 전야처럼 긴장감이 흐르고 소리없는 침묵(沈黙)이 진행 중이었다.
언제든지 중심(中心)이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경기 내내 조금의 방심(放心)도 허락하지않고 오히려 상대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기회(機會)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또 마음의 멘탈이 무너지지않고 차분히 상대를 기다리며 항상 눈을 통해서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집중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중에 사실 부담스러웠던 선수를 꼽으라면 8강에서 만난 진현진 선배님이었다. 지난 4월에 고단자 검도대회를 마치고 약 2개월간 식사 조절과 체중감량을 통해 이번 대회를 준비해온 의지나 결연한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결과에 관계없이 함께 땀흘리며 서로 호흡할수 있었던 시간(時間)과 시공(時空)에 너무나 감사드린다.
이 대회를 2년의 기다림 속에서 나름 변한것이 있다면 경기는 치열하게 임하면서 상대를 존중(尊重)하는 마음자세를 지키려고 최대한 노력을 다했고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영상을 통해 경기를 복기(復棋)해보면 승,패(勝敗)의 절박한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솔직히 말하면 그것이 옥(玉)에 티가 될지언정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다고 표현하고 싶다.
대회를 앞두고 중점적으로 수련한것은 무너지지 않는 정신과 침착함 그리고 상대에 대한 공반(攻反)의 수련에 집중적으로 연습한 것이 소기의 성과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아울러 먼저 체세(體勢)와 중단의 중심과 마음의 정중선(正中線)이 그대로 흐트러지지 않으며 항상 내가 먼저 압박(壓迫)하고 기다린다는 여유로 경기에 임했던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또한 편수와 쌍수찌름을 벽체(壁體)의 공간(空間)을 타격대로 삼아 많은 찌름연습을 했는데 예의상 쌍수찌름을 못했지만 하나의 숙제로 남겨 놓는 것도 깊은 공부의 하나일것 같아 더욱 수련을 쌓은후에 기술적인 완성이 이뤄지면 그때 사용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철학자가 말했듯이 살아남는자가 강하거나, 현명해서가 아니라 변화(變化)가 있어야 진정한 강한자가 될 수 있다고 했듯이 8단으로서 품격(品格)과 성숙도(成熟度)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마음공부를 더 쌓다보면 다음 대회부터는 좀 더 발전된 모습을 여러 검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것이다.
검도를 통한 인간형성(人間形成)의 길(道)로 가는 과정에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늘 가질 수 있는 인격수양과 초심(初心)을 잃어버리면 평정심(平靜心)도 무너진다는 마음으로 매일 수련에 더욱 정진(精進)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어느덧 이제 50대 중반(中盤)에 접어든 좋은 시절(時節)과 가까이에 훌륭한 선생님들과 선배님, 동료, 가족 같은 도반(道伴)들이 주위에 많아서 행복(幸福)함을 느낀다. 삶이 윤택해 지고 마음이 넓어지는 이 시점에 승,패를 떠나 멋지고 아름다운 검도수행(劍道修行)을 위해서 또 한번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싶다.
검도 발전을 위하여 늘 애쓰시는 이종림 회장님을 비롯한 고단자 선생님들과 심판 선생님들 그리고 저와 같이 동행해 주시고 귀한 검도 지식을 전해주신 방규건 선생님, 끝까지 대구선수들을 격려와 애정어린 응원을 해주신 김종덕 선생님, 그 자리에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늘 마음속으로 응원해 주시는 최광길 선생님, 가르침을 어릴때부터 지도해주신 전영술 선생님, 마지막까지 경기를 통해 함께 땀흘리고 애쓰신 선배 ,동료, 후배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오늘 하나의 일을 극복했다면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강한 힘의 소유자가 된다.
곤란과 장애물은 언제나 새로운 힘의 근원인 것이다."<버트런드 러셀>
참 잘 보았습니다. 정진하는 모습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