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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즐기는 수박껍질오미자화채 |
수박은 수분이 많아서 영양 가치는 별로 없는 과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수박 고유의 성질이 현대인에게 더 필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바로 공해에 대한 저항기능입니다. 독성 물질을 배출하고 염증을 낮춰주는 효과가 탁월합니다. 수박은 수분이 많은 데다가 시트룰린이라는 특정 성분과 칼륨의 효과로 이뇨작용이 있습니다. 이것이 몸의 부종을 낮추고, 독성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바로 이것이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적당량의 수박이 좋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수박의 붉은색에는 아주 강렬한 건강의 기호가 숨어 있습니다. 이 색은 카로티노이드계의 색소로 리코펜(lycopene)이라고 부르는 성분입니다. 이 성분은 암을 예방한다고 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냥 버리는 수박씨와 껍질에도 뛰어난 약리작용을 하는 물질이 많습니다. 씨에는 단백질과 지질이 많으며 염증을 낮춰주는 성분이 있습니다. 또 피부를 맑게 해준다고 합니다. 수박씨로 차를 달여 마시면 리놀렌산이 우러나와 고혈압과 같은 혈관질환에 도움을 줍니다. 껍질에는 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변비환자에게 매우 좋은 식품입니다. 깎아서 말린 후 나물을 무쳐 먹거나, 생식하면 되는데, 생식할 때는 믹서에 갈아 레몬즙과 수박즙을 넣어 마시면 됩니다.
수박의 건강상 효능은 동의보감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갈증과 더위를 풀어주며, 제독 기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수박은 아프리카가 원산으로 전 세계에 분포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연산군일기>(1507)에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박은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분이 약 95% 내외입니다. 탄수화물과 칼슘, 인, 철분, 비타민C 등도 들어 있습니다. 수분이 높지만, 당의 함량이 높아 칼로리는 낮은 편이 아닙니다. 큰 것 한쪽(200g)에 50~60칼로리를 포함합니다. 산책 30분 정도를 해야 소모되는 칼로리라고 합니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자기 전에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수분이 많아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므로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부터는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수박의 당분은 즉시 에너지로 바뀌는 포도당이므로 당뇨병 환자는 유의해야 합니다. 단, 수박의 흰 부분은 오히려 당뇨병에 좋다고 합니다. 그 부분을 물에 달여서 마시면 몸의 열을 내리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독성 물질을 배출하는 효과가 탁월한 수박 |
수박의 다양한 요리법
수박이 생식용 과일만은 아니라는 건 다 알고 있습니다. 그 중 몇 가지 요리를 소개해 볼까요. 우선 무말랭이처럼 쫄깃한 맛이 일품인 수박껍질 말랭이가 있습니다. 푸른 껍질을 제거하고 흰 부분을 얇게 자른 후 햇볕에 잘 말립니다. 꾸들꾸들하게 마르면 간장과 식초, 설탕, 마늘 등의 양념으로 무치면 아주 맛있는 밑반찬이 됩니다. 수박껍질로 고추장찌개를 만들어도 별미입니다. 고추장과 국멸치, 다시마로 맛을 내고 바특하게 끓여내면 됩니다. 어묵을 추가하면 더 맛있습니다. 또 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수박 과육과 수박 양의 절반 정도의 설탕, 레몬 한두 개를 다져 넣고 2시간 정도 졸이면 됩니다. 농도를 내려면 전분을 한 스푼 정도 찬물에 풀어서 섞어주면 됩니다.
수박은 서양 요리에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수박을 생것으로 쓰는 게 아니라, 팬에 한 번 구워주는 방법입니다. 버터를 낮은 불에 녹이고 수박의 표면을 한번 지져준 후 갖은 채소를 넣어 올리브유, 레몬즙과 함께 버무리면 아주 맛있는 이탈리아식 샐러드가 됩니다. 잣과 부순 피스타치오 같은 견과류, 가루 치즈를 뿌리면 영양적으로도 균형 있는 요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