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오후 10시경...
바다낚시를 시작으로 쏘가리 루어낚시에 맛을 들여 민물고기에 관심을 가진지
8년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낚시는 인생이고 민물고기에 버금가는 최고의
취미생활입니다. 갯바위낚시 전문이긴 하지만, 낚시라 하면 장르를 막론하고 좋
아합니다. (붕어바닥낚시, 붕어중층낚시, 붕어내림낚시, 붕어원투릴낚시 제외)
작년 이맘때 성산대교에서 낚은 50짜리 점농어, 60급 강준치, 30급 쏘가리, 25급
배스 등등등... 의 옛 생각이 간절하여, 가까운 한강을 찾았습니다. 집에서 10분
거리임에도... 가깝고도 먼 한강입니다. 1년만의 한강루어낚시였습니다.
바늘에 4인치 붉은계열 지그헤드웜을 달고 열심히 낚시 했습니다. 특별한 포인트
가 없는 곳이기에, 마음 내키는대로 캐스팅 했습니다. 한시간쯤 흘렀을까...
바닥을 끌어 천천히 릴링을 하며 액션을 주는데, 무언가 입질을 느낄 겨를도 없이
4인치 웜을 물고 내빼더군요. 1.9미터짜리 루어대가 활처럼 휘어 반원을 그리고,
2000번 릴에 감은 3호원줄이 터질듯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점농어를 잡은 기억에, 직감적으로 점농어라 확신을 했죠. 사실, 강준치나 쏘가리는
그다지 힘을 많이 쓰는 물고기는 아닙니다. 낚시대가 부러질까, 낚시줄이 터져버릴까
노심초사하며 2분남짓이 흘렀습니다. 그제서야 물고기는 모습을 드러내는듯 하더니
이내 물속으로 고개를 쳐박으며, 농어 특유의 바늘털이를 하더군요. 난리를 치던 그
녀석을 재빨리 재압하고 뭍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근데 농어가 좀 이상합니다......
어두워서 잘 안보이더군요. 가까이 다가가보니... 대형누치였습니다. 뜨아... ㅡㅜ
크기를 재어보니 세뼘에서 몇센티미터가 모자라더군요. 60cm 가까운 녀석입니다.
견지낚시에 누치가 올라온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루어낚시에 누치는 어울리지 않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투박하고 두꺼운 주둥이크기가 탁구공정도였으니, 물고기치어를
잡아먹는데 큰 손색은 없어보였습니다...
9월 30일, 오후 9시.
한강시민공원은 오후 9시부터 주차가 무료입니다. (공휴일무료, 1회주차 3000원)
차를 세우고, 며칠전 찾았던 곳으로 갔죠. 헌데... 젊은 남녀 6명정도가 술판을 벌이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습니다. 아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부부동반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남자 2명이 약간 소란스럽게 떠들더니...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러더니
점점 깊은곳으로 걸어가더군요. 어느새 수심은 그들의 키를 넘겼고, 그들은 허우적
대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인천앞바다가 만조인 시간이라, 한강의 물살은 상류쪽을
향하여 아주 거칠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인천앞바다에서 들이닥친 밀물은 그들을
강 한가운데로 내몰았고, 허우적대던 그들은 간간히 머리만 물위로 나올뿐...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때 누군가 구명튜브를 던졌고, 입수자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남자 2명이 물에 뛰어들어, 가까운쪽에서 허우적대던 한 남자를 건져냈습니다.
그들 역시 만취상태여서 그런지, 10m 앞에 있는 그를 구조하는데 5분이 넘게 걸렸습
니다. 그를 구조하는 동안... 나머지 한사람은 더 멀리 떠내려가서 더이상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119에 신고를 한지 근 20분이 되어서야 구급차와 재난지휘본부
차량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해양경찰 보트도 3대가 출동했습니다. 허나 더이상 그는
없습니다. 해양경찰 잠수부들은 입수하지 않더군요. 보트위에서 후레쉬로 비춰볼뿐...
조류의 반대방향을 탐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남자는 이미 조류를 따라 사고현장에서
한참을 상류로 떠내려갔을텐데, 계속 사고현장만을 빙빙 돌며 후레쉬만 비추더군요.
사고발생 1시간이 지나고, 잠수부들이 입수했습니다. 왜 미리 뛰어들지 않았을까요...
물론 탁한 한강물 때문에 한치앞을 분간할 수 없다지만... 그래도 찾아는 봐야 하지
않았을까요... 1시간이 지나서야 입수한것을 보니, 사체를 찾는것 같았습니다.
30여분이 더 흘러서야 사체는 사고발생지점에서 상류30m 부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사고자의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연신 비명을 질러대고, 같이 놀러온 동료들이 그녀를
붙잡았습니다... 싸늘한 시체로 들것에 실려나가는 그를 보니...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모든일이 순식간에 벌어졌습니다. 구명튜브가
근처에 없었고, 100 여미터에 떨어진 해양경찰은 30분이 지나서야 출동했습니다.
사고발생과 동시에 신고한 119 역시 30분이 지나서야 출동했습니다.
밝은 대낮이었다면, 저라도 뛰어들었을겁니다. 수영을 할줄 아는 저이지만, 깜깜한
밤에 빠른 물살의 한강에 뛰어든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살릴 수 있었습니다만, 어이없이 죽었습니다...
오늘 그를 죽인것은... 같이 술을 마시던 동료들, 근무태만했던 해양경찰, 늦게 출동한
119구조대, 그리고 그곳을 지키고 있던 우리 모두들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어이없는 죽음입니다...
오늘 낚시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자꾸 그가 허우적대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잠도 못이루겠네요.
술먹고 물에 들어가지 맙시다~~ !!
첫댓글 어떤 보트가 시체 찾나보다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날짜를 보니 그게 아니군요.(어제는 자전거 타고 방화습지까지 간 터라;;;)
사고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술 먹으니 몸에 열이 났고 이성도 잠시 잃었을테고, 물에 들어가도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을테고....아고~~정말 안타깝습니다. 남편도 낚시터에서 가끔 소주 마시는데 절대 못마시게 해야겠네요..열받아서 뛰어들면 ......
이런........ 안타깝습니다...............
안타까운 일이군요. 순간의 영웅심에 목숨을 담보로 하는 많은 이들을 보았습니다. 여러분들 한잔술에 객기는 목숨도 앗아 갈수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
--;;; 설마? 하는 생각들이 사고가 되어 돌아 오는 순간 제일 마음이 무겁습니다. 모두들 안전에 주의하시고 물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너무 안탑깝네요.. 사람이 목숨이 그리 허망하게 정말 순간이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