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可知論, Agnosticism
1. 개요
일반적으로 어떤 명제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입장을 가리킨다. 보통 불가지론은 종교적 관점에서
논의되므로 이때 그 '어떤 명제'는 신이나 초월자, 혹은 초자연 현상에 대한 관점이 된다. 종교적 관점에서의
불가지론은 간단하게 '인간은 신의 존재에 대해 알 수 없다'로 요약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는 초월자가 아니라 다른 명제에도 쓸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넓은 의미보다는, 신 혹은 그와 비슷하게 정의되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입장에 대해 확답을 피하는 입장으로 주로 쓰인다.
신에 대한 생각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불가지론도 다양하게 설명되고 있어 원칙적으로 정리하면
불가지론(agnosticism)은 영국의 생물학자 토머스 헨리 헉슬리가 1869년에 만들었으며 간단하게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니 신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으니 믿음을 가질 수 없다는 뜻으로 시작했다.
다만 그 전에도 비슷한 개념이 없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기원전에도 관련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불가지론에서 말하는 신의 범주는 원래는 예수 같은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었다. 오늘날에는 과학이
발전해 종교가 인기가 떨어지고 각자 신에 대한 생각이 깊어져 신이 곧 예수를 지칭하지 않지만 당시 유럽 사회는
기독교가 지배하고 있었다. 토머스 헨리 헉슬리의 별명은 다윈의 불독으로 진화론을 지지해 창조론을 믿는 기독교와 맞서 싸웠었다. 처음에는 옥스퍼드의 성공회 주교와 논쟁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으나 신의 존재에 대해 신학과,
반신학 의견 모두 제쳐두고 과학적 증거가 없으니 믿을 수 없을 뿐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다만, 그렇다고 기독교의 신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며 형이상학 전반에 관한 문제이다. 애당초, 인격신을 대하는
논리는 다른 신이나 초월적 존재에게도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다.
불가지론에서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히 모르니 있는 것(유신론적 불가지론)/없는 것(무신론적 불가지론)으로 치자'가 아니라, '신은 있는지 없는지 현재로선 (혹은 인간으로선) 알 수 없다'는 부정과 인정 그 사이에 중립적
입장을 취하며,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보류 혹은 불가함으로 본다. 이는 즉 결론이 확실한 유신론과
무신론을 전부 부정하는 논리다. '신은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다',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은 무의미하다
(혹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그노스티시즘'과는 구별된다.
2. 상세
"불가지론"으로 번역되는 개념, 'agnosticism'에는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존재한다.
첫 번째 의미
본래 의미에서 'agnosticism'은 진화론을 선보인 찰스 다윈의 맹우로 유명한 생물학자 토머스 헨리 헉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인식론적 일반 원리(epistemic normative principle)였다. 즉 일종의 과학 철학적 자세로서
과학적 검증 등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해당 사실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는가 없는가의 여부')이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는 믿음을 갖지 않는다는 원리이며, 그 자체로 신에 대한 존재론적 고찰에만 국한된 원리는
아니었다.
두 번째 의미
두 번째 의미는 위에 설명 된 헉슬리의 일반 원리에 기반한 철학적 회의론(philosophical skepticism)의
일종으로, 하나의 인식론적 명제(epistemic proposition)이다. 이 관점은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인간이 알 수
없다 - 즉 '불가지하다' - 는 입장을 취한다.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어도) 오늘날 의미에서 '유신론'과 '무신론'과는
아예 궤를 달리하는 명제이다. 달리 말하자면, 보통 회자되는 '무신론', '유신론', '불가지론'의 의미와는 아예 관계가 없으며, '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아예 별개의 명제다. 'Agnosticism'의 번역어 '불가지론'과 완벽히 의미가 일치함에서 알 수 있듯, 해당 용어는 바로 이 두 번째 의미를 직역한 결과다.
세 번째 의미
agnosticism의 세 번째 의미는 종교적 의미인데 이 용례에서 '불가지론'이란 앞서 개요에 설명된 바와 같이
"신은 존재한다", 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들에 대하여 유신론과 무신론이 각자 "그렇다" 혹은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는 것과는 달리, 해당 명제에 대한 확답을 피하고 유보하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신에 대해 "있다", "없다", "모르겠다"라는 직관적인 세 가지 태도를 관찰할 때, 바로 마지막의 '(아직은) 모르겠다'는, 양자 중
어느 쪽도 거부한 제3의 입장을 의미한다.
헉슬리적 의미에서 '불가지론'이 다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소위 '신무신론'(new atheism) 운동에서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의미에서 "무신론"의 일반 용례를 무시하고 잘못된 규정을 하면서부터였음은 지적해 둘 필요가 있는데,
이는 이미 확립된 무신론을 소위 '약한 무신론'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에 수반된 것으로, 약한 무신론에서 소위
'거증 책임(burden of proof)'을 약화시키려는 수단으로 '어떤 주의 주장도 하지 않는 회의적 태도'로 무신론을
멋대로 규정하면서 약한 무신론에 'agnostic atheism'라는 명칭을 부여하여 "신의 여부에 대해서는 인간이 알 수 없으므로 신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는다 = 무신론이다"는 해석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3. 어원
'불가지론'이란 단어는 서양 언어의 불가지론이란 단어를 의역한 것이므로 서양 언어에서의 불가지론이란 단어의
어원을 알면 불가지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양 언어에서 불가지론은, 언어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Agnosti-'와 주의를 나타내는 어미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면 영어에서 Agnosticism이고 프랑스어에서는 Agnosticisme이라고 사용한다. 그리스어 αγνωστικισμός(agnosticismos)에서 나온 단어이고 이 단어 역시 '모르는'이란 뜻의 그리스어 agnôstos와
'앎 혹은 지식'이란 뜻의 gnosis, 두 개가 합쳐져서 나왔다.
여기서 앎 혹은 지식이란 단순히 사전적 의미의 앎이 아니라 영지주의(gnosticism)에서 말하는 지식(gnosis)을
말한다.
agnosticismos(불가지론)이란 단어는 토머스 헉슬리가 사용을 하면서 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