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아직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에서 글을 씁니다.
저는 지난 해까지 부천필에서 기획팀장으로 일했었습니다. 말러 시리즈를 기획한 당사자이기도 하구요, 말러 까페와는 오랜 인연이 있지요.
제가 오늘 이렇게 갑자기 인사를 드리는 것은 제가 한국을 곧 떠나기 때문입니다.
뜬금없이 한국을 떠난다고 하니, 놀라실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너무도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긴 이야기이도 하구요. 지난 해, 1년 동안 제가 겪었던 일은 아마 말러의 음악과도 같은 깊은 심연과도 같아 도무지 말로 표현못할 것입니다.
지난 해, 건강 문제로 직장을 그만 두고, 두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집안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절망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연을 끊고 지냈지요. 죽음이 임박해오면서 불안해했고, 경제적인 것과 함께 한국에서의 모든 기반이 무너져 가는 것을 보며, 두려워했습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죽을 운명은 아니었나 봅니다. 가까스로 건강을 회복하고, 저는 다시 재기를 노렸지요. 그래서 몇군데 취직하고자 문을 두드렸지요. 저는 그래도 부천필에서의 경력이 잘 통할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모든 곳에서 저를 거부했습니다. 건강 문제와 그로 인한 공백이 커다란 장애이더군요. 절망했습니다. 후회했구요. 부천에서의 생활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터진 집안의 우환...끝없는 나락이었습니다. 말러의 9번 교향곡을 들으며 서서히 자살해야겠다는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와이프와 함께요.
그러던 중, 미국에 유학 간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가 가 있는 보스톤에 있는 학교중에서 내가 지원해볼만 학교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아서, 반신반의했지만, 친구가 그 학교에 자기가 아는 교수도 있고, 지금까지의 제 경력으로 충분히 커버가능하다고 하면서 한번 컨택해보라고 하더군요. 저는 용기를 내어서 연락하고, 준비해보았습니다. 급히 준비하고, 연락을 취하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 학교에서 제 경력을 인정해주었던 것입니다. 1년 동안 지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친구가 아는 교수가 잘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악몽과도 같았던 지난 1년, 당분간 잊고 지내고 싶습니다. 물론 그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1년에 불과하지만, 이 악몽을 잊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다른 대안은 없기에 가기로 했습니다.
출국을 앞두고, 이제 그동안 저를 아셨던 모든 분들에게 연락을 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절, 말러 시리즈와 함께 했던 부천필에서의 기억은 제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이기는 하지만,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말러를 통해 너무도 멋진 여러분들과 알게 된 이 까페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 만약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아는 척이나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제가 가는 학교는 보스톤 다운타운에 있고, 바로 그 옆에 보스톤 심포니 홀이 있더군요. 돈이 거의 한 푼도 없는 관계로 음악회를 보러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한번은 보스턴 심포니의 연주를 들을 수 있겠지요.
기호야. 여기 글을 썼다는 소식 듣고 들어와 봤어. 그동안 정말 힘든 세월을 보냈구나. 글 읽으며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말러 시리즈가 끝난 후 기호와 함께 하지 못해 정말 섭섭했는데 그동안 몸고생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구나. 그래도 바라던 유학의 길을 가게되었다니 정말 잘 됐어. 유학 가서 건강하고 종종 연락하길.
첫댓글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경험은 종종 삶을 대하는 태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가신 곳에서도 모든 일들이 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be happy!!!
전기호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타지에선 절대로 아프지 마시구, 하고자 하시는 일들 모두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아... 그래서 아끼시던 음반을... 어디로 가시건, 무엇을 하시건 앞으로는 항상 잘 되시길 바랍니다.
기호야..왜그렇게 연락이 안되나했었어... 가기전에 한번 볼 수 있을까? 연락주라..번호 모두 다 그대루야.. 은숙이는? 여기에 글 남기면 너랑 연락이 될까해서 리플 단다. -cellsi 미경-
앞으로는 분명 좋은일들만 있으실겁니다... 힘내시고 어디에서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목적하신 바, 바라신대로 이뤄지시길 기원할게요... 홧팅입니다...^^
기억합니다. 어려운일을 당하시고 다시 새출발하시는군요. 음반을 판매하실때 무슨일이 있다는걸 예상은했지만요. 앞으로는 항상 건강하시고, 늘 행운이 함께하세요^^
참으로 어찌 이런 일이... 처음엔 한 편의 소설을 읽는 줄 알았습니다. 신의 은총과 행운이 늘 님과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안녕하세요 전기호님, 힘든 시간을 보내셨군요. 새옹지마라고, 앞으로는 좋은 일만 가득 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럼,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길 바랍니다.^^
저도 그 은반을 샀던 사람입니다. 그리도 힙든일이 있으셨군요. 지금이 가장 바닥이라면 이제 상승할 일밖 에 더 있겠습니까! 부디 힘내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기호야. 여기 글을 썼다는 소식 듣고 들어와 봤어. 그동안 정말 힘든 세월을 보냈구나. 글 읽으며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말러 시리즈가 끝난 후 기호와 함께 하지 못해 정말 섭섭했는데 그동안 몸고생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구나. 그래도 바라던 유학의 길을 가게되었다니 정말 잘 됐어. 유학 가서 건강하고 종종 연락하길.
정말 아쉽네요 부천필연주는 보진 못했지만 속속히들려오는 정보로 알고있습니다 앞으로 항상 좋은 일만 생기시길 바랍니다.
물론 기억합니다... 힘든 일을 많이 겪으셨군요.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미국생활 잘 하시고 돌아오시기를...
외지에서도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운이 함께하시길. 덕분에 부천필 연주와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