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밤으로 갈까
- 김휼
이 골목의 밤은 미완의 사랑 같다
어슬렁거리는 그리움과 내일을 맞대 보는 청춘들의 객기, 접시만 한 꽃을 피워 들고 저녁
을 달래는 담장, 그 아래 코를 박은 강아지의 지린내까지
어둠에 물드는 것들을 간섭하느라
거북목이 되는 중이지만 난 괜찮다
홀로 선 사람은 다정을 기둥으로 대신하는 법이라서
담보 없는 빈 방과 함석집 고양이의 울음까지 시시콜콜 알려 주는 이 골목의 살가움이 좋다
붙박이로 있다 보니 사고가 경직될까 봐
나도 가끔 어둠에 잠겨 사유에 들곤 한다
진리는 항상 굽은 곳에 있다
비탈을 살아 내는 이 기울기는 너의 밤으로 가기 좋은 각도
퇴행을 앓는 발목에 녹물이 들겠지만
굽어살피는 신의 자세를 유지한다
깊숙이 떠나간 너를 찾을 때까지
ㅡ시집 『너의 밤으로 갈까』(시인의일요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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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아침인데 우리 동네 골목은 태극기를 내건 집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음력 오월 초하루 햇살은 밝고 따갑지만 오고 가는 사람들 발걸음조차 드뭅니다
여의도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이 그토록 크게 부르짖는 현충일이건만....
죽어서 더 사랑하게 되는 조국인데 미워하다 못해 잡아먹지 못헤 안달이 난 현대살이입니다
누구나 바닥에 쳐박혀야만 일어려고 노력을 펼치려나 봅니다
아직 살만하니까 굽어살피지 못하는 걸까요?
호국보훈이 달 현충일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오늘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