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어부지리(漁父之利)-2
운문상단의 상선이 돌진해오자 언백의 입가에 모호한 느낌을
주는 미소가 그려졌다. 언백은 고개를 돌려 부장에게 말했
다.
"적이 돌진해 온다. 전투준비를 해라."
"알겠습니다. 두목."
부장은 언백의 명령을 받자 몸을 돌려 선상을 향해 외쳤다.
"전투준비다."
"와와와~."
수적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지루한 기다림으로 지쳐 있던
수적들에게 전투가 벌어진다는 이야기는 삶의 활력소나 다름
없는 말이었다. 그들이 지르는 고함은 그치지 않았다. 오히
려 다른 다섯 척의 배에서 쏟아져 나오는 함성과 조화를 이
루며 운하를 뒤흔들었다.
그런데 언백은 부하들이 함성을 지르며 날뛰는데도 별 변화
를 보이지 않았다. 흥분은 고사하고 차갑게 얼어붙은 안색으
로 후면을 힐끔 처다 보았다. 언백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
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언백의 두 동생인 언
중과 언계마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언가 삼형제가 무
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운문상단의 상선은 바람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쾌
속선조차 따르기 힘든 속도로 운문상단의 상선이 돌진해오자
전방에 위치한 세 척의 수적선에 타고 있던 수적들은 당혹스
런 느낌이 들었다. 상대가 자폭이라도 하려는 듯이 달려오고
있으니 그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핑. 핑. 핑. 핑.]
운문상단의 상선 2척에서 각각 2발씩 거대한 불화살이 발사
하자 수적들은 혼비백산했다. 운문상단의 상선이 겉모습과
달리 대형노를 설치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
다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불화살은 길이만 이 장이 넘어
보이는 대형 화살이었다.
[파박. 파바박.]
뛰어난 저격수라도 있는지 불화살 네 발은 모두 전방에 있는
세 척의 수적선에 명중됐다. 특히 가운데에 있던 배는 2대의
화살을 맞았다. 한 발은 돛에 맞았고 다른 한 발은 선상의
후미에 불화살이 박혀 버렸다.
돛은 바닷물에 일년간 담은 마로 짠 것이지만 불이 붙는 것
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후미에 박힌 불화살이
일으킨 재앙이었다. 수적선의 후미에는 수십 통이 넘는 기
름통이 쌓여 있었다. 기름통 안에는 기름이 가득 실려 있었
다.
[콰쾅.]
기름통에 불이 붙어 폭발을 일으켰다. 수적선의 후미는 불바
다로 변해 버렸다. 미처 피하지 못한 수적들은 불덩이로 변
해 운하로 뛰어 내렸다. 불을 끄는 것은 물이니 강속에 들어
가면 살 수 있다는 본능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불로 만들
어진 수십 송이의 꽃들이 강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안타까웠
다.
중앙에 있던 수적선은 단숨에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지옥도를
그렸다. 불덩이가 되어 강으로 추락하는 자부터 시작해 공포
에 빠져 어찌 할 줄을 몰라 우왕좌왕 하는 수적들까지 수많
은 군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좌측에 있던 언백의 배는 별
이상이 없었다. 불화살이 선상에 박혔지만 큰 혼란에 빠지지
는 않았다.
언백의 지휘아래 불을 끄고 불화살을 운문상단의 상선을 향
해 날리기 시작했다. 수백 발이 넘는 불화살이 한꺼번에 하
늘을 수놓았다. 언백의 지휘를 받는 배에서 불화살 공격이
시작되자 우측에 있던 수적선들도 호응을 하는 듯 불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수놓은 수백 발의 불화살은 꽃비처럼 내려왔다. 절반
정도는 강속에 처박혔지만 남은 절반은 운문상단 상선에 가
차없이 박혔다. 운문상단 상선의 선상은 단번에 불화살이 고
슴도치처럼 박혔다.
"으악..."
"크악!"
"아악! 살려줘. 불이 붙었어."
운문상단의 상선도 아비규환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십여 명
이 불화살에 박혀 비명을 질렀다. 그나마 방패를 이용해 불
화살의 공격을 막아낸 사람중에 상처가 없는 사람은 천행이
었다. 쉴새 없이 날아오는 불화살은 방패마저 무력하게 만들
었다.
그러나 돛에 박힌 불화살들은 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운문상단의 상선은 돛을 특별하게 주문해서 만든 것이었다.
기름을 먹여 방수 효과를 내는 다른 돛과 달리 운문상단 상
선의 돛은 방화(防火)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상단의 선
견지명(先見之明)은 최악의 상황만은 면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방화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불이 붙
지 않는다 해도 불화살에 의해 구멍이 나는 것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척신명은 돛에 화살이 박혀 구멍이 늘어
나자 안색이 변했다. 방화는 표면만 가능했지 내부는 아니었
기 때문이다.
구멍난 부위에서 조그만 불꽃들이 보이자 척신명은 붉은 깃
발을 들어 올렸다. 붉은 기가 오르자 악삼 일행이 타고 있던
배는 돛을 절반 정도 내렸다. 상선의 속도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다른 상선 한 척은 돛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속도
를 더 내어 전면으로 나섰다.
그리곤 악삼 일행이 타고 있는 선박의 앞을 막아섰다. 운문
상단의 상선 2척은 1열 종대로 포진한 것이다. 덕분에 전방
에 있는 상선은 집중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두 척에 나누어
져 날아가던 화살들이 전방에 있는 상선을 향해 한꺼번에 쏟
아져 내렸다.
돛은 구멍이 숭숭 뚫려가고 선상은 화염지옥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전방에 있는 상선은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드는 상선의 돌격은 무시무시했다. 전방에 설
치된 대형노는 불화살을 쏠 준비를 끝냈다.
대형노는 화살이 크기 때문에 장전을 하려면 쇠뇌수들이 많
이 움직여야 하는 단점이 있다. 문제는 작업의 난이도가 아
니라 적의 공격이 우박처럼 쏟아지면 움직이기 힘들어 화살
을 장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문상단 상선에
있는 쇠뇌수들은 동료들의 시신을 방패삼으면서 움직여 화살
을 장전했다.
동료와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쇠뇌수들의 눈에는 핏발이 서
버렸다. 동료의 시신으로 방패를 삼으면서 화살을 장전한
것은 마지막 공격을 가해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기 위
해서 였다. 여섯 발의 화살이 장전한 선두의 상선은 수적선
불타오르고 있는 중앙부 수적선과 우측의 수적선 사이로 파
고 들었다.
[빠지직.]
[와장창. 쿠카캉.]
배 한 척이 통과하기도 힘든 사이를 운문상단의 상선은 뚫고
들어갔다. 상선을 지휘하는 사람은 살아남아 있는 선원과
수부들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쏴라. 공격하라."
[푸슁. 푸슁. 푸슁...]
[쾅. 콰쾅...]
쇠뇌수들은 대형노에 장전된 화살를 발사했다. 화살은 바람
을 가르며 수적선를 강타했다. 불타고 있던 중앙에 있던 수
적선은 두 발의 불화살에 치명상을 입었다. 불화살이 측면
을 가르고 지나가 돛대를 강타해 버렸다. 돛대는 충격을 이
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런데 우측의 배는 쇠뇌에 의한 타격은 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상선의 측면과 충돌한 부분이 심하게 파손되면서 용
골이 큰 손상을 입으면서 하부에 엄청난 누수가 발생했다.
세척의 배가 끼어져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불은 사방으로 번
져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우측에 있는 수적선을 향해 상선의 생존자들이 칼을 들
고 뛰어 들어갔다. 불바다 위에서 처절한 혈전이 벌어졌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몰랐다. 모두 살기 위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베어버렸다. 상선의 지휘자는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린 수적선을 보다가 화약통이 가득 실린 창고로 달려
갔다. 그의 손에는 작은 횃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콰콰쾅.]
"크아악~."
"아악..."
천지가 뒤집어지는 듯한 폭음이 터져 나오더니 상선은 대폭
발을 일으켰다. 수적선 두 척은 폭발의 직접적인 타격을 고
스란히 받았다. 상선이 잔해도 남기지 않고 날아갈 정도였으
니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두 척의 피해도 상상을 초월할 정
도였다.
중앙에 있던 수적선은 절반 이상이 날아간채 운하 속으로 가
라않기 시작해했다. 그리고 우측에 있던 수적선도 폭발의 충
격으로 용골이 부러지면서 두 동강 나버렸다. 전방에 있던
상선이 두 척의 수적선과 함께 산화하자 척신명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그대들이 치른 희생을 잊지 않으마..."
척신명은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선상에 모인 모든 사람들
의 안색에는 비장함이 흘렀다. 폭발이 있고 나서 생긴 변화
를 주시하던 척신명은 선원들에게 외쳤다.
"동료들의 희생으로 길이 열렸다. 전속력으로 질주해라."
선원들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돛을 최대한으로 빠르
게 올렸다. 비록 구멍이 숭숭 뚫려 있지만 돛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선두에 있던 상선은 2척의 수적선만 껴
안고 가지 않았다. 언백이 지휘하는 수적선은 충격으로 밀
려 나가 운하의 끝에까지 밀려나가게 만들었다.
덕분에 배 두 척이 지나 갈만한 공간이 확보되었다. 후방에
포진한 세 척의 해적선도 폭발의 여파로 전투기능이 마비됐
다. 운문상단의 상선이 질주하려고 할 때 운하에 뛰어 들었
던 조 집사가 선상 위로 올라왔다. 조 집사는 난간에 미리
매달아 놓은 줄을 잡고서 올라왔다.
조 집사는 물 속에 들어간 후에 쾌속선을 향했다. 비대한 몸
매가 거짓으로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속도를 발휘해 쾌속선
근처까지 도달했다. 장강의 물귀신들과 조우한 조 집사는 들
고 있던 작살을 이용해 낚시를 시작했다. 그들도 분수아미자
로 무장을 한데다가 수십 명이 넘는 인원을 자랑했지만 조
집사의 마수를 피하지 못했다.
쾌속선은 누런 강물이 진홍색으로 변해가도 신경을 쓰지 않
고 돌진했다. 그러나 세 척 정도가 조 집사의 손에 전복이
되자 쾌속선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장강의 물귀신들은
조 집사 눈앞에 나타나는 족족 작살과 삼지창의 공격을 받아
물고기 밥으로 전락했다.
진전한 물귀신은 조 집사였던 것이다. 거의 모든 물귀신들
을 물고기 밥으로 만든 조 집사는 쾌속선으로 마수를 옮겼다.
쾌속선 10여 척이 연달아 전복이 되자 남은 쾌속선 중에 절
반은 상선 공격을 포기했다. 그러나 남은 절반은 상선을 공
격하기 위해 악착같이 달렸다. 그들은 쾌속선이 더 빠르지
인간이 빠르겠냐고 결론을 짓고 상선을 향했다. 그러나 그
들이 내린 결론은 조 집사라는 괴물을 무시한 처사였다.
조 집사는 지상전보다 수중전이 더 강했다. 스스로도 수중에
서 겨루면 천하에서 자기 손에서 벗어날 인물이 없다고 자부
를 할 정도였다. 조 집사에 대해 알리 없는 장강의 수적들은
쾌속선을 몰고 상선을 향했다. 정말 무모한 행동이었다.
일곱 척이 더 전복되고 물에 빠진 수적들이 물고기 밥으로
전락하는 것을 목격한 뒤에 그들은 포기했다. 조 집사가 작
은 물고기들을 위해 다져버린 서너 명의 수적들 시신을 발견
하고서야 무모한 행동을 멈추고 되돌아 갔다.
조 집사는 쾌속선이 물러나자 상선을 향해 헤엄쳤다. 물고
기조차 조 집사의 속도를 따르기 힘들 정도였다. 손은 움직
이지 않고 온 몸을 나선형으로 회전하면서 나가는 조 집사의
자맥질은 특이하다 못해 괴이했다. 그러나 속도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조 집사는 상선의 난간에 매달아 놓은 줄을 잡았다. 그때 상
선은 돛을 올리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상선에
있는 사람들은 조 집사가 어떻게 되든 나 몰라라 하면서 도
주할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상선이 산화
하면서 길을 만든 것에 큰 감명을 받아 조 집사가 물 속에
뛰어 들어 갔다는 것을 잊어 먹은 것이 정답이었다.
하지만 상선이 돌진을 하기 전에 조 집사가 선상에 올라 왔
으니 문제없이 좋게 해결된 셈이다. 조 집사는 선상에 올라
와 보니 모두가 결의에 찬 얼굴로 무기를 굳세게 잡고 있자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이 모두 굳어 있어
질문을 던지기엔 껄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조 집사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사색이 된 얼굴로 복부를 잡고 있는 석
진이었다. 석진은 또 다시 시작된 배 멀미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사색이 되고 있었다. 조 집사는 석진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석진 무사님."
"돈, 돈형인가..."
"네. 그런데 다들 표정이 굳어 있고 이상해서 그렇습니다."
"그, 그거야 이유가 있지."
"이유라니요?"
볼멘 소리로 말하던 조 집사는 눈이 동그래졌다. 사실 조 집
사는 멋지게 수중전을 치른 자신에게 여러 사람들이 다가와
칭찬은 안 해 줘도 한 마디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런 올라
와 보니 한 마디는 고사하고 조금만 늦었어도 버림받은 고아
신세가 될 뻔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조 집사의 눈에도 돛을 올리고 빠르게 돌파하려고 준비하는
장면을 봤던 것이다. 석진은 사색이 된 얼굴로 온 몸을 몇
번 비틀다가 안정이 됐는지 조 집사를 보면서 말했다.
"자네가 보기에도 변한 것이 없는가?"
"사람들 표정이 전에 없이 굳어져 있군요. 그리고 다른 상선
이 보이지 않는군요."
"잘 봤네."
"그럼 상선 한 척이 침몰한 겁니까?"
"침몰은 했지. 제 손으로 말이야."
"제 손으로 침몰했다고요?"
석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 집사는 수중전을 벌이느라 다
른 상선이 자폭을 해서 두 척의 수적선을 침몰시켜 길을 만
들었다는 것을 몰랐다. 석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 사실
을 알려주었다. 조 집사는 물속에서 낚시 좀 한 것 가지고
우쭐한 자신이 창피스럽게 느껴졌다. 자폭한 상선에 타고 있
던 인물들은 생명을 내놓았던 것이다.
운문상단의 상선은 쾌속선을 우습게 볼 정도로 빠른 속도를
냈다. 단숨에 포위망을 뚫어버린 것이다. 뒤를 쫓아 온 여
섯 척의 배는 닭 쫓던 개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아직 시
야에 있으니 추적을 멈출 수는 없다는 것이 선단의 지휘자가
내린 결정이었다.
여섯 척의 배가 상선을 추적하자 언가 삼형제가 지휘하는 배
들도 방향을 선회했다. 먼저간 여섯 척을 뒤따르기 시작한
4척의 배는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상선이 자폭할 때 약간
씩의 고장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안돼 먼저 떠난 여섯 척의 배와 합류를 했다.
상선은 눈앞에 있었고 추적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상선
이 황하를 타는 순간 수적선들은 추적을 멈추고 말았다. 장
강수로연맹과 황하칠십이수로채가 휴전을 하면서 내건 조건
에는 장강이 황하를 범치 못하고, 황하가 장강을 넘지 못한다
라는 구절이 있었다.
한마디로 장강의 물귀신들은 황하를 넘을 수가 없다는 이야
기였다. 대운하는 공동으로 다닐 수 있지만 절대로 황하와
장강은 고유의 영역으로 인정해 서로 범하지 않기로 협상을
봤던 것이다. 만약 고유영역을 침범한다면 그 즉시 휴전 협
정서는 종이조각으로 변해 버리고 장강과 황하의 전쟁이 다
시 벌어진다는 것이다.
장강의 물귀신들은 누런 물이 넘치는 황하 앞에서 발목이 잡
혀 이러 지도 못하고 저러 지도 못하는 황당한 입장에 처해
버렸다. 그런데 운문상단의 상선과 교차하며 십여 척의 배
들이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다. 대운하에서 벌어진 수전을 어
떻게 알았는지 황하칠십이수로채에서 십여 척이 넘는 수적선
을 보낸 것이다.
황색 깃발에 일흔 두개의 별이 그려진 황하칠십이수로채의
깃발이 선두에 있는 수적선에서 펄렁이고 있었다. 특히 운
문상단의 상선이 지나갈 때 어떤 공격이나 위협조타 없이 그
냥 보내자 장강의 물귀신들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얼마나 많은 동료와 형제들을 수장시키면서 잡으려던 배였던
가. 그런데 황하의 거북이들이 그들을 제지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환호하며 반갑게 맞이하는 행동까지 보였으니 분노하
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언백이 지휘하는 배 안에 있던 수적들의 표정은 분노를
넘어 엄청난 살기와 광기를 내뿜고 있었다. 언백은 부하들의
안색이 심상치 않게 변하자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장강의 형제들이여."
언백이 갑자기 선미에 서서 외쳤다. 다른 배에 있던 장강의
물귀신들은 언백을 바라보았다. 언백은 공력을 담아 큰 소리
로 외쳤다.
"형제들이여."
다들 언백을 주시했다. 장강수로연맹의 수적들은 다 잡은 고
기를 눈앞에서 놓치고 추적조차 불가능해지자 다들 힘이 빠
졌다. 그래서 언백을 바라보는 눈가에는 힘이 없었다.
"원수가 우리들 눈앞에 있다. 우리가 무엇이 두려운가. 위대
한 하백의 후손인 우리가 형제를 죽인 흉수들을 눈앞에 두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장강의 물귀신들 사이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언백은 다
시 한번 외쳤다.
"형제들이여. 우리가 누구의 후손인가?"
"하백. 하백. 하백..."
언중과 언계가 동시에 하백을 외치자 장강의 물귀신들도 합
세했다. 황하칠십이수로채의 선단 앞에서 장강수로연맹의 물
귀신들이 일제히 하백을 부르며 합창했다. 언백은 생각 되로
일이 진행되어 가자 미소를 지었다. 하백을 외치는 소리가
고조되자 언백은 또다시 외쳤다.
"형제들이여. 우리의 원수는 누구냐?"
"황하. 황하. 황하..."
이번에도 언중과 언계 형제가 황하를 외치자 장강의 물귀신
들은 최면이라도 걸린 듯이 황하를 외쳤다. 언백은 다시 한
번 외쳤다.
"우리의 원수인 황하가 저기 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
인가?"
"복수. 복수. 복수..."
언중과 언계는 언백이 룰음에 해당하는 답을 외쳤다. 장강
의 물귀신들은 끓어 오르는 감정의 폭발로 이성을 잃고 언가
세형제의 농간에 넘어가 버렸다. 언백은 모든 것이 무르익었
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그렇다. 우리에겐 복수뿐이다. 황하로 가자."
"와아~."
장강의 물귀신들은 언백의 선동에 취해버렸다. 그들의 마음
속에 숨어 있던 황하에 대한 증오심이 억제력을 잃고 튀어
나왔다. 운문상단의 상선조차 잡지 못했다는 자괴심이 통제
력을 산산히 부셔버린 것이다. 언백은 부장에게 명령을 내
렸다.
"가자. 우리에겐 복수뿐이다."
"알았습니다. 두목."
부장은 수적들을 향해 외쳤다.
"가자!"
"와아아~."
언백의 지휘하는 배가 갑자기 황하로 뛰어 들었다. 그 뒤로
언중과 언계가 지휘하는 배들이 따라갔다. 세 척의 배가 황
하칠십이수로채의 선단을 향해 돌진하자 남은 일곱 척도 그
뒤를 따랐다. 황하칠십이수로채와 장강수로연맹의 두 번째
전쟁이 서막이 올랐다.
그러나 누구도 알지 못한 것이 있었다. 황하칠십이수로채
의 선단을 향해 돌진하는 언백과 언중, 언계 삼형제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음은 누구도 보지 못했다.
첫댓글 다음이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비열한 미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ㄳ
즐독입니다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