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 無名草
내가/ 나이 한 살 더 먹으면/ 같이 한 살 더 먹으며/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 아침에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까/ 걱정 안 해도 되는 사람/ 집안일/ 반 쯤 눈감고 내버려 둬도/ 혼자서 다 해 놓는 사람
너무 흔해서/ 고마움을 모르는 물처럼/ 매일 그 사랑을 마시면서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 가파르고/ 위태로운 정점이 아니라/ 잔잔하게 펼쳐진/ 들녘 같은 사람/ 세상의 애인들이/ 탐하는 자리/ 눈보라 몰아치고/ 폭풍우 휘몰아치는 자리
장맛비에 홍수 나고/ 폭설에 무너져도/ 묵묵히 견뎌내는/ 超人 같은 사람/ 가끔 멀리 있는 여자를/ 생각하다 가도 서둘러/ 다시 돌아오게 되는 사람/ 되돌아와/ 다시 마주 보고/ 식탁에 앉는 사람/ 티격태격 싸우고, 토라졌다 가도/ 다시 누그러져/ 나란히 누워 자는 사람
불편했던 애인을/ 가져봤던 사람들은 알지/ 아내가 얼마나 편안한 지를!/ 그런 사람 하나 곁에 있어서/ 세상에는 봄도 오고/ 여름도 오는 것이다
그런 사람 하나/ 옆에 있는 덕분에/ 새소리도 즐겁고/ 예쁜 꽃도 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어서/ 험한 세상 이기며/ 살아갈 수 있었다
별들이 밤하늘에 나란히 빛나듯/ 땅 위엔 나란히 곁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이 있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말없이 곁에서 지켜주는/ 아내 덕분이다/ 고마운 사람/ 참 고마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