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말합니다 / 이상원
十方三世 시방삼세는 지나가고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늘 한 자리에 언제나 같이 있지요. 버드나무처럼 한 자리에서 三世가 싹트고 꽃피고 잎지는 것과 같음입니다. 과거의 인연이 현재 인연의 씨종자기 되고 현재의 인연은 미래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상인은 값진 물건을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아무것도 없는 듯이 하는 것과 같이 마음과 마음의 연결고리가 인연입니다.
인연은 말 모이(사전)에서는 '어떤 사물과 또는 자연과 사람과 관계되는 [연줄]'이라고 합니다.
緣(인연 연) 연과 관계 있는 말에는 혈연, 지연 그리고 학연 등 삼라만상 일체가 緣으로 관계되어 있지요.
緣은 불가에서 자주 인용하여 쓰는 말로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인간관계 또는 우주 만물과의 관계를 인연이라고 합니다. 生생하고 滅멸하는 것도 인연에 의해 반복된다고 보는 것이 불가의 '연기설'입니다. 불생불멸 이지요. 생멸은 "不一不二" 불일 불이 로서 "하나가 아니면서 둘이 아니고, 둘이면서 하나"의 관계가 인연입니다.
원인의 「因」인과 결과할 때의 「果」과가 합쳐서 「인과」라고 하는데 「인」과 「과」 사이에서 서로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 緣 연입니다. 연은 '인'을 도와 '과'를 만든다고 해서 불가에서는 [인연과] 라고 하지요.
이 때 緣연이 因인에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果'과가 천차 만별로 달라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연]은 시도 때도 장소도 없이 인[因]에 작동하여 과 [果]를 만들어 내고 있지요. 이 연[緣]의 작동에 따라 生이 달라진다고 보는것이 인과설입니다.
인과갚 연으로 관계를 맺었다면 자주 코빼기도 보여주고 씨신대고 부댓끼고 그리고 자주자주 쑤시고 박아줘야 질긴 인연줄이 됩니다.
정 안되면 꿈속에서라도 그리워라도 해야지요. 연줄을 맺었다고 연줄이 닿았다고
치내삐리 놔두면 굵다랗고 질긴 [연]이 가느스름해지고 소략해져
고대 끊어질 뿐만아니라 홀라당 천지사방으로 내빼쁩니다. 불일간에 한번 만나 보세하지만 내일이면 우애될지 누가 알겠능가.
인연은 서로의 관계입니다.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혹시나 화살이 갑옷을 뚫지 못해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어떻하나 걱정을 하고, 갑옷을 만드는 기술자는 갑옷이 화살에 뚫려서 사람이 죽으면 어떻하나 걱정을 합니다.
의사(무당)는 환자의 병을 내가 고치지 못해서 죽으면 어떻하나 걱정을 하고요 병원 앞에서 널을 만들어 파는 상인는 의사(무당)가 환자의 병을 고치면 어떻하나 걱정을 하지요. 이와같이 관계와 관계가 서로 만나 인간관계를 맺어 주는 것이 인연입니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시룻몸과 같은 것이 인연이 지요.
한번 맺은 인연도 계속 인연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연]줄이 질기고 오래 가려면 든든한 인연줄이 필요합니다. 뜰배로 웅굴에 물을 풀 때 새끼끄나깽 줄(緣)이 없으면 웅굴물을 풀 수 없지요. 줄이 짧아도 웅굴에 물을 뜰 수 없습니다. 썩은 새끼끄나깽이 줄이면 뜰배에 물이 올라오다가 줄이 끊어지지요. 새끼끄나깽이 줄이 곧 緣연입니다.
하늘을 나는 연도 연줄이 없으면 날 수 없고 더 높이 하늘로 오르고 싶다고 연줄을 끊으면 고대 땅으로 꼬로박히고 말지요.
[인]과 [연]이 만나 관계가 되며 우리는 관계라는 인연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인연]줄이 끊어 지지 않도록 인연 찹쌀풀로 다림질하듯 자주자주 민대 주고 문질러 주어야 인연 줄이 질겨지게 됩니다.
인연이 없으면 남이요 맺은 인연줄이 끊어지면 도로남이 됩니다. 움켜쥔 주먹을 펼 때만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집니다.
옮겨온 글 한 귀절 소개합니다.
"한 교수가 학생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 20명을 공책에 적으라 한 후에 학생에게 이웃을 한 분씩을 지우라하자 먼저 회사동료를 그 다음에는 친구 순서대로 지웠지요. 이제 남은 이웃은 4명입니다.
누굴까요.
부, 모, 자식 그리고 남편입니다. 교수는 "또 지우세요." 하자 학생은 그만 '펑펑' 울면서 부모님을 지웠답니다.
"마지막으로 또 지우세요"
하자 자식과 남편 중에서 자식을 지웠답니다.
"왜 그렇게 지웠나요"
교수가 묻자 부모님은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실 분이시고 자식은 평생을 같이 살 이웃이 아니고 곧 내 곁을 떠나 가지만 남편은 평생을 함께 할 이웃이라고 했답니다."
관계에 대한 현실론적 인식이지만 지워버린 인연도 영(zero)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나와 관계를 맺고 있었던 이웃이지요.
"德不孤 必有隣" (덕불고 필유린)
德덕을 쌓아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란 논어의 말씀입니다. 德이 곧 인간관계의 씨종자인 것이지요. 우리는 관계와 관계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했지요. 이름을 불러주면 친구가 되고 밥같이 먹으면 한식구 되듯이 관계가 곧 인연입니다.
"낯선 거리에 임자 없는 시체가 되지 말라."
덕을 베풀고 쌓아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걸방부리며 살아가는 곳이 인연터가 아니시덩가요.
近者悅 遠者來(근자열 근자래)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절로 찾아온다." 했습니다.
인연이 말합니다.
애옥살이 인연길 피 떨고 나면 그대 알속은 대체 몇 근이나 되십니까.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 '척척척' 해 본들 인연길만 어지럽구나.
우 ㅓ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