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꼼짝 못하고 우울하게 누워있다가 몇 통의 전화를 받고, 또 꼼지락대면서 누워있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라서 글로 적어봅니다..
탱고 새 품앗이를 뽑아야할 때가 왔죠..
제가 생각하는 탱고 품앗이의 조건.. 또는 앞으로 품앗이 하실 분들께 바라는 것을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탱고 품앗이는 밀롱가의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수까 밀롱가에 꾸준히 나오고 있고, 사람들이 즐겨 춤을 청하는 사람.. 다른 낯선 밀롱가에 가서도 무리없이 그곳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탱고 품앗이의 일 중 하나가, 레슨이 끝난 밀롱가 때 남자 품앗이는 땅게라들과, 여자 품앗이들은 땅게로들과 춤추는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품앗이 기간 중에는 자기 스스로 즐기는 탱고는 조금 희생해야 합니다) 이제 배우기 시작한 분들과 춤을 추기 위해서는, 밀롱가에서 산전수전 겪어본 경험이 꼭 필요합니다.
또 한가지.. 탱고 품앗이는 레슨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땅고엔미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게시판에 글을 쓰고 분위기를 띄우고.. 이런 걸 해내려면 반드시 밀롱가의 사람이어야 하겠죠..
레슨을 마치는 날 모든 품앗이들이 제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 탱고는 이제 시작입니다.." 라는 말이죠. 10주 레슨은 탱고를 '소개'하는 기간에 불과합니다. 그때부터 밀롱가에서 춤추며 탱고 마일리지를 쌓아가는 것이 정말 탱고를 배우는 거죠.
레슨의 마지막이 시작인 것은 품앗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막 레슨을 마친 분들이 믿을 구석이라곤 품앗이 사부들 뿐입니다. 제자들을 밀롱가에 소개하고 탱고를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러려면 품앗이는 가능한 한 '앞으로도 계속' 밀롱가의 사람이어야 하겠죠..
둘째, 나름대로의 탱고관(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탱고란 게 어떻게 추는 춤인지, 밀롱가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땅게로와 땅게라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떻게 다른지.. 나름대로 자기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가르칠 수 있겠죠.
탱고 레슨에는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고, 아무도 그런 걸 정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품앗이를 하게 되었을 때도, 하도 막막해서.. ^^;; 선배 품앗이들이 어떻게 했는지를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살리다 하나만 해도 가르치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더군요. 어떻게 레슨을 시작하고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가. 이 동작을 가르칠 때는 어떤 것을 말해 줄 것인가. 이런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셋째, 자신도 배우고 있는 사람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음 하지만, 두번째 조건에 너무 부담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 플로어에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제압하는 고수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초급 레슨의 품앗이는 사람들이 탱고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하고 꾸준히 탱고를 출 수 있게 하면 가장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탱고가 8주나 10주 만에 완성되는 춤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신이 두번째 조건에서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면, 배우고 연구해나가면 되겠죠. 어차피 우리는 길어야 1년이나 2년동안 탱고를 춘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완벽하지도 않습니다. 겨우 즐길 줄 안다면 다행인 셈이죠. 품앗이가 되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탱고가 완성되었다거나 어떤 우러러볼 만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배우고 연구해나가는 자세.. 항상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안다는 건, 품앗이를 하면서 파트너와 관계에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품앗이를 하다보면 의견이 안 맞아서 싸우게 되는 경우도 있고.. 특히 탱고 레슨은 주의하지 않으면 땅게로 중심으로만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레슨 전에 반드시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해두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실은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건데.. ^^;; 품앗이라는 것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화를 받고 생각해보니 이번에도 품앗이를 여러 사람 중에 뽑아야 하게 생겼습니다. 신청하신 분들 모두 위의 세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자질을 가지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대전 레슨은 한 반이니까, 이제 전직 품앗이들이 모여서 다음 품앗이를 뽑아야 합니다.
전직 품앗이라고 해봐야 몇 사람 없습니다. -o- 이 일은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문제여서 다들 어려워합니다. 어서 빨리 결론을 내리고 워3라도 하러 가고 싶다.. 고 다들 생각하죠. 가끔은 매끄럽지 못하게 처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두분을 뽑고 나면 나머지 분들은 떨어지게 됩니다. 밀롱가에서는 어떤 사람의 춤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말하지 않는 것이 예의지만, 품앗이를 뽑으려면 이런 것들도 말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품앗이에 신청하신 분들이 이것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마셨으면 하는 겁니다.
물론 '탱고를 가르친다'는 건 평생 해볼까말까한 큰 경험이긴 합니다. 하지만 탱고를 추다 보니 어쩌다가 품앗이도 하게 되는 것이지, 품앗이를 하기 위해 탱고를 추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하면 되지 않습니까? 세계는 넓고 탱고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이번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저도 전혀 예상을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품앗이 선정의 결과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가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품앗이 신청이나 선정 이런 것들 따위 때문에, 탱고에 대한 재미가 조금이라도 감해진다거나 설마 밀롱가에 나오기가 싫어진다거나 한다면.. 젠장.. 그런 걸 뽑아서 뭐합니까? -o-
물론 품앗이 신청하신 분들 모두 그럴 리는 없다고 믿습니다만.. 혹시나 해서 적어봅니다.
모두 화이팅~~ ^O^
그리고 허리 조심하세요.. T-T
젊은 것이 교수님 앞에서 쭈그리고 다니려니까 정말 우울해서 눈물이 납니다.. 흑흑..
첫댓글 역시나 늘보옹은 대전 탱고계의 대들보라는 생각이 그르지 않았음을 확인하였소.. /(-0-)/
오빠 좋은글 잘읽었어요^^ 품앗이로써.. 잊고있기도했고,모른체하고 있기도 했군 생각중이예요..--; 그나저나 오빠 허리 조심~! 저도 한번삐끗하니 계속 시원찮은것이...`
요즘 땅게로들의 허리가 수난이군..-.-;; 빨리 나으셔. 누워 쉬는게 젤 좋다우. 방도 따뜻하게 하고.
와아 멋진 품앗이 지침야.... 근데 허리 부상이라니? .. 그래서 리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게야? ㅠ.ㅜ ... 어여 쾌차해... !!!
오오.. 댄보에게 한표요~ (-_-)/ & 허리 조심해 늘보옹. 밀롱가서 보고싶구려...
감사합니다.
늘보야, 이 글 품앗이 게시판에 한 번 옮겨놓지 그러냐? 아주 좋은 글인디. ^^
[10주 레슨은 탱고를 '소개'하는 기간에 불과합니다. 그때부터 밀롱가에서 춤추며 탱고 마일리지를 쌓아가는 것이 정말 탱고를 배우는 거죠.] 12기 분들이 마음에 새겨야할 말, 명심할게요!
역시... 늘보오빠셩~ 허리빨리 나으세용~ 어쩐지 수욜에 안보이신다 했어~ ^^
늘보야 계속 허리 아파라? 누워 있다보니 좋은 생각 많이 하는군...허참!!
앗!!! 찔린다...-_-;;
12기 싸부님들,너무 좋았어요.....왈츠님과 거북이님께 수고와감사의 박수를....짝짝짝 싸부님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을 멋진땅게로가 되겠습니당...
늘보는 한국의 땅고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구나. 멋지다. 라속에서 이젠 공로상같은거 만들어 주어야 할텐데. 전용자료실인 FTP와 더불어 이젠 쌉 지침서까지.. 대단허이..늘보~
음 훌륭한 글이군. 오동 허리 빨리 나아라. 머냐 젊은 넘이. 허리 운동 좀 꾸준히 해.
...... 동병상련... ㅠ.ㅠ
헐 .. 품앗이 신청을 취소해야 할까보다 ... 홈홈 -_-a;; (그래도 무척 좋은 글이니까, 늘보에게 박수를 !)
[탱고에 대한 재미가 조금이라도 감해진다거나 설마 밀롱가에 나오기가 싫어진다거나 한다면.. 젠장.. 그런 걸 뽑아서 뭐합니까? -o- ] 그치? .. 젠장..
한마디 한마디 어디 한군데 버릴데라곤 없는 주옥같은 말들이로군...
동감. 늘보옹 홧팅.
"사랑으로 사랑합시다"라는 글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늘보오빠는 탱고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참 부러울만치 놀라운 사람이에요.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허리 얼렁 나으세여 ㅠㅠ 밀롱가에서 탱고도 춰주시고여 ^^;
언젠가 정말 좋은 품앗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사부님들과 그리고 모든 품앗이님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음.. 솔직히 나는 내가 품앗이라는걸 해보고 싶다는 욕심(?생각)은 전혀 없었다..지금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렇게 탱고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많은 곳에서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고픈 욕심은 든다.. 마일리지를 쌓아야겠다..늘보오빠 얼른 쾌차하세요~~
명불허전이라... 과연 절세고수의 명문이로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