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턱 차오르는 여름의 문턱이다. 프로야구 '공공의 적'인 더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체내의 모든 에너지가 고갈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조금만 방심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반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6월부터는 주중-주말 가릴 것 없이 전경기가 나이트게임(오후 6시30분 시작)으로 치러진다. 오는 7월17일 올스타전(대전) 이후 8월말까지는 더블헤더를 금지시켜 체력보호를 위한 완충장치를 마련했지만 선수들에겐 '극기'의 나날이다. 최근 기상청은 지구온난화와 이상기온으로 올여름이 유난히 더울 것으로 전망했다. 풍성한 가을을 위한 8개 구단의 치열한 여름전투가 시작됐다.
▶투수들을 모셔라
푹푹 찌는 무더위 체력저하엔 투수와 야수가 따로없다. 하지만 투수들은 이중고에 시달린다. 내내 마운드를 지키며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특히 매경기 불펜에서 대기하는 중간계투와 마무리는 실전에 나서기도 전에 힘이 빠진다.
여름이 되면 각 팀은 선발로테이션 재점검과 불펜강화에 역점을 둔다. 효과적인 마운드 운용과 투수력의 양과 질이 시즌 중반 순위다툼의 열쇠다.
▶치열해진 순위경쟁→전면전
28일 현재 1위 SK와 6위 한화의 승차는 고작 7경기. 상위권 팀들과 중위권 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형국이다. 자고나면 뒤바뀌는 순위탓에 각팀은 매일밤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더위로 인한 체력감소는 하루아침에 드러나진 않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옛말이 적격이다. 타격사이클이 날씨가 선선한 봄에는 2주일 간격이라면 한여름에는 1주일로 줄어든다. 작은 변화의 움직임에 벤치는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에 배탈과 복통으로 고생하는 선수들이 속출하기 때문에 '먹거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이동중에 에어컨 바람에 과다하게 노출돼 '여름감기'가 기승을 부린다. 보약만큼이나 적온 관리가 최우선된다.
▶무더위 연습
야간경기라고 하지만 경기전 연습은 한낮에 이뤄진다. 기량향상을 위한 집중훈련보다는 컨디션 유지가 목적이다. 더위로 인해 특타와 집중수비훈련은 무리다. 기본기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단의 겨울은 여름을 위해 존재한다. 한여름밤엔 '낭만'과 '생존의 몸부림'이 상존한다. < 박재호 기자 j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