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대학병원...새벽 1시 졸린 눈을 비비며 당직을 서고 있습니다. 참고로 얘기하자면 하루 밤샘하는 당직비는 1만원입니다. 갑자기 앰뷸런스 소리가 울리며 환자가 실려옵니다. 환자 얼굴을 보는 사이 다음 환자가 실려옵니다. 피냄새가 진동하고 어우러 소주냄새가 풍겨납니다. 18짜리 남녀가 오토바이타고 가만히 가는 옆차를 발로 차며 괴롭히다가 자빠진 것입니다. 18짜리 여자환자의 광대뼈와 코는 한쪽뺨에 이미 붙어 돌아가 있습니다. 분명히 상악골또는 두개기저골 골절이 있을 것입니다. 머리안에 피가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동공반응 양호하고 LOC(의식소실)의 기왕력이 없습니다. 남자환자는 숨만쉰쉽니다. 꼬집어도 반응도 없습니다. - 이번 파업기간에 응급실에 실려온 남녀들입니다.- CT실에 바로 전화걸려는 순간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씨빠아 어느사이끼가 의사야?" 고개를 돌려보면 고등학교도 졸업안했을 정도의 10대가 10명씩 몰려와 있습니다. "전데 왜그러시죠" "빨리 임마 안살리고 뭐하노?" 첨부터 욕입니다. "환자의 상태가 중하여 CT등을 찍어봐야 수술을 하던지 결정하죠" "야이 개사이끼야 보고도 모르나, 니가 의사가?" 난 돌아섭니다. 이미 몇 년전부터 이력이 난 일입니다. 괘씸하지만 묵묵히 난 할 일만합니다. "야이 사이끼야, 내말 안들리나. 임마 안살리면 바로 주기뿐다!" 그래도 난 묵묵히 환자를 CT실로 옮깁니다. 당연히 뇌경막하 출혈이 있습니다. 수술할 만큼 양이 적지 않아 뇌압강하제를 주면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개사이끼야 뭐하노, 와 눈을 안떠노?" 내 큰 조카뻘만한 놈이 내 멱살을 잡습니다.
참고로 난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이 정도 응급처치와 중요 질환의 윗 의사에게의 보고정도는 레지던트 생활을 굳이 하지 않아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급 대우만 원하는 환자들의 입맛에 일선 진료에 나가서 사용하지도 않을 고급기술을 배우는 것입니다. 배우는 것만 하자면 4년이면 어떻고 10년이면 어떻습니까? 대부분을 잡일과 전문성이 필요없는 일에 때웁니다. 정말로 하루에 라면 1끼밖에 못먹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당신은 잠못자고 못먹고 못씻어서 울어본적이 있습니까?
본론으로 들어가, 멱살이 잡혀도 누구 하나 보호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대학병원인데도 말입니다. 경찰관님에 오시지만 함부로 우리를 보호해 주지 못합니다. 겁업는 10대들 경찰관 2명에 기죽지 않습니다. -참고로 경찰관 아저씨들도 참 불쌍한 분들입니다. 그 새벽에 술처먹고 잘 가는 옆차 몽둥이로 때리다가 자빠진 아사리끼들 살릴려고 병원에 달려옵니다. 평소에 오토바이 서라고 해도 말듣지 않습니다. 잡을수도 없습니다. 언젠가는 경찰도 파업을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난일을 떠올려보면 이런 일은 거의 매일 이었습니다. X마산병원 파견때는 아예 두들겨 맞습니다. 매일 역전파니 뭐니 해서 싸우고 들어와 무조건 살려내라는 것입니다. 울산 백x병원 파견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술만 먹고 오면 의사는 자기 하수인입니다. "내 배가 아파 죽겠는데 빨리 고치라", "누워보세요 청진해보고 배사진 한번 찍어보죠" "야이 사이끼야 니가 의사가? 잔소리말고 빨리 주사도"... – 이런 환자가 대부분입니다. 의약분업 쉽겠습니까?
진주 반x병원 파견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아치들에게 두들겨맞아 눈이 퉁퉁부어 온 동료도 있습니다. 조직폭력배 부두목 둘째 마누라가 응급실에서 죽었다고 그날 그 병원 의사와 간호사는 몰매를 맞았습니다.
얘기 시작하면 오늘 밤을 넘깁니다. 강력한 마약성, 비아약성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아 통증이 조금만 길어져도 배운 사람이나 양아치나 말은 한결같습니다 "니가 의사가?"
우리 국민들은 의사를 슈퍼맨들인줄 압니다. 머리에 피가 찼는지, 장이 막혔는지 얼굴만 보면 척 아는줄 압니다. 주사제를 경구약으로 대체하는 운동...흥입니다. 응급실에 애기가 열이 나서 옵니다. 태피드 워터마사지(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주는 마사지) 하고 시럽을 처방해 줍니다. 보호자들은 절대 병원밖으로 안나갑니다. 대부분 하는 말입니다. “의사가 주사를 줘야지, 약으로 되느냐..” 그 뒷말은 똑같습니다 "니가 의사가?" 자기 애가 바로 호전이 없고 울어대면 바로 멱살입니다. "이 의사 아 죽인다".
사실 아기 안울게 하는것 쉽습니다. 스테로이드 퍼붓고 그래도 안되면 수면제 섞어 재워버리면 됩니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내가 배운 바가 아닌 것입니다. 사실 사회에 나와서 거짓말치고 필요없는 주사제 주는 법을 배운것도 있습니다. 멱살 안잡히기 위해, 니가 의사가? 소리 듣지 않기 위해...
일반 국민들은 의사는 국민들 피를 뜯어 잘먹고 잘사는줄 압니다. 저는 잠 하루에 2시간 못자고 세수는 3일에 한번합다. 양치질도 이틀에 한번씩합니다. -사실 의예과 시절에는 지각을 했으면 했지,칼라 무스 안뿌리고는 학교에 가지 않은 나였습니다-, 월급 백만원언저리 입니다. 시간상으로 시간당 1,300원 받고 일합니다. - 아르바이트 커피숖에서 커피잔 날라도 5년전에 시간당 1800원이었습니다.- 더 이상 돈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제일 중요한 문제인데도 이런 말만 하면 돈때문에 파업한다고들 합니다. 말안할려고 해도 참을 수 없습니다. 그럴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20년동안 싸여 가다가 폭발한 것입니다. 우리 의사는 애기를 2명 낳지 못합니다. 우유값이 없기 때문입니다......참자..참자 (속으로 삭히는 핑크)
의약분업 즈음에 의대는 6년, 약대는 4년 계속 그러는데, 의사는 6년이 아닙니다. 고등학교때 남들 오토바이 타고, 술마시고, 가시나들 꼬시고 할때 런닝 차림으로 새벽까지 학교에 있어야 했습니다. 울 엄마,아빠가 교대로 나를 태우러 오셨습니다. 대학교때는 시험기간에 한달간 여관생활을 했습니다. 차타고 가고 올 시간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하루에 한끼먹고 거의 밤샘하다시피하는 시험기간이 끝나면 쓰러집니다. 울 엄마가 눈물로 내 옆을 밤 내내 지키고 있었습니다. 인턴,레지던트..집에 한달에 한손 손가락 꼽을수 있을만큼 집에 들어갑니다.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은 당직비 1만원 받고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입니다.
대학교 생활? 낭만, 캠퍼스…..배부른 소리입니다. 고등학교 하고 똑같습니다. 같은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침 방송후 1교시부터 8교시까지 쉬는 시간 5분에 지옥같은 시간들입니다. 수업끝나면 6시입니다.실습같은거 하면 10시도 훌쩍 넘깁니다. 집에 가면 쓰러집니다. 그 많은 분량...복습 없습니다. 수업시간에 앉아서 듣고 있으면 되는 줄 아십니까? 죽음과의 사투입니다. 색색깔의 형광팬,자,가위,풀들고 수업시간에 바로 정리합다. 이전 기출문제 오려 붙이고 책에 줄칠하고 노트에 받아적고, 중요한거 별표하고....그래도 50%는 제때 졸업을 못합니다. 1년,2년 같은 것들을 다시 반복해야 합니다. F학점 매꾸면되지? 천만에 한학기 17과목중 한가지 라도 떨어지면 다시합니다.그러면 시간이갑니다. 2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으로….
의사들 의대생들 사회 문제에 관심없다고들 하는데, 그거 우스운 일입니다. 왜? 난 살아남아야 하니까.....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면,,,우리나라 국민들, 특히 넷상에 비방의 글을 올리는 분들은...의사를 곱게 보지 않습니다. 의사가 그들에게 뭐 그리 잘못했습니까? 한번 장인 장모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면 기뻐서 어쩔줄을 모릅니다. 한명의 일인데 언론은 대문짝입니다. 1만명씩 정부 앞에서 시위를 해도 신문한 줄 안나는 요즈음입니다. 기자들도 의사가 뭐 하나 잘못하면 "의사가 이럴수가?"입니다. 의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국민들은 의사의 잘못이 하나 생기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점심시간 이야기거리입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아들은 꼭 의대에 가야하고, 사위는 의사여야 합니다. 집 한채를 사줘도 이뻐서 어쩔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의사는 다 도둑놈에 사기꾼입니다. 말잘하십니다 "니가 의사가?"
난 의사입니다. 왜 의사짓을 시작한 것이 잘못된 것입니까? 중,고등학교때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것이 잘못된 것입니까?
의사가 불평하면 의사가 그런말을? 환자를 볼모로 잡고 ...... 난 진심으로 환자를 사랑합니다. 적어도 내 담당 환자는 나를 그렇게 볼 것으로 생각합니다. 몇년전 환자중 명절때 연락오는 환자수도 엄청많습니다. 돈이 없는 환자, 동회에 생보대상자로 올려주고 사회복지가에게 전화하고...그렇게 살았습니다. 나뿐이 아니다. 중병으로 입원한 적이 있던 분들은 동감할 것입니다. 자기 담당의사가 그랬노라고...
지난 20년동안 의사는 사회에 한번도 말썽을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일단 살아남아야 하고, 단결력도 없었습니다. 볼멘소리를 하면 세무조사 띄웁니다. 이전의 병원경영에서 세무조사하면 다 잡혔습니다. 어디에던 구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찍소리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런 의사들이었습니다. 환자를 위해서 하면서 사회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근데 왜 옆집 아줌마,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에게까지 욕을 들어가면서 폐업까지 불사르는가? 여러분 이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병원에 가서 의사를 내 생명을 구해주는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정말 아파서 목숨을 구걸해야할때 도와준 사람을 만난적 있습니까? 의사에게 따뜻한 존칭어를 써 본적이 있습니까? 내 아기가 아파서 울어도 의사를 믿고 차분히 기다린적이 있습니까? 의사가 장인때렸다고(이런건 그사람 개인적인문제입니다.) 신문에 대문짝하게 났을 때 욕한다고 하루를 다 보내지 않았습니까? 자기 아버지도 토막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세상인데 말입니다.
왜 우리를 나쁘게 보십니까? 혹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열등의식은 아닙니까? 괜히 배아파하지는 않습니까? 의사말만 듣고 주사 안맞아도 처방전 두장에 돈을 내고 나오며 웃을수 있습니까?
여러분들은 무슨 직업을 얼마나 열심히 하고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가슴에 손을 대보십시오.
제가 알기로는 서로를 속이고 탐하고 욕하는 이 더러운 세상에 그래도 가장 깨끗한 것이 의사이외다. 가장 마음여리고 자기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 의사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