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야행 (錦衣夜行)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간다. 비단 옷을 입고 캄캄한 밤에 나다녀
봐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비록 출세하고 명성을 얻었다
해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는 뜻이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
[일화]
진나라 수도 함양으로 쳐들어간 항우는 어떻게 손을 써볼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유방이 함양을 점령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물러날 수 없었다. 때마침 유방에게 투항하여 있던 진나라
완자 영을죽이고, 진나라 궁실에 불을 질렀다. 불도 사흘간 타올랐다.
항우는 함양을 떠날 때 약탈한 재물과 아녀자들을 데리고 동쪽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항우의 뜻을 만류하는 사람이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함양에다 도읍을 정하십시오. 산하가 험난한 산으로 막혀있고 , 토지
또한 비옥하며 농사에 좋은 곳이므로 이곳에 머무르십시오. 그러면 천하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항우는 거절했다. 그의 마음속에 고향 강등을 떠올리고 있었고, 불질러 버린
진나라 궁실이 잿더미가 되는 것을 본 터였다.
항우의 변은 이러했다.
"부귀를 차지한다 한들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면, 그건 마치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 (錦衣夜行)과 같은 것이다. 누가 비단옷을
알아주겠는가?"
항우가 거절하지 않고 함양 땅에 도읍을 정했더라면, 그때의
역사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 강헌 선집 15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