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상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부터 전화기 창에 석명 씨 어머니 전화번호가 뜰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어찌 보면 남인데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살뜰히 보살피던 동생의 전화나 문자를 받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아버지가 내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뵌 건 10월 31일 석명 씨를 집에 데려다줄 때였다.
아버지는 부쩍 마른 몸에 이미 체념한 듯한 눈빛으로 인사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명이한테 잘해주지 못한 게 늘 미안합니다.”
얼마나 더 해야 충분히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더 할 수 없을 만큼 당신의 모든 걸 주셨는데 말이다.
장례식장에서 어머니와 누나, 이모님과 이모부님을 뵈었다.
내일 발인 때 석명 씨와 가겠다고 했다.
어머니 눈빛이 흔들렸고 슬펐다.
고민이 많다고 했고 어머니가 석명 씨를 마주하고 이 사실을 전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석명 씨가 힘들 거라는 걱정은 했지만, 어머니의 슬픔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어머니의 뜻이 그러하다면 따르겠다고 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석명 씨와 납골당에 가서 어머니 당신 입으로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아직 석명 씨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하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당하기 어렵다.
어쩌면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석명 씨는 여전히 자기 일상을 살고, 그런 석명 씨를 바라보는 나는 슬픔에 침잠되어 있다.
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임우석
당신 아픈 몸보다 남아 있을 아들 걱정이 우선인 아버지. 마지막으로 들은 말씀도 그랬죠. 편히 쉬시기 빕니다. 천국을 소망하셨던 분이니 천국에서 다시 아들과 아내와 딸과 재회하며 천상의 낙을 누리시기 빕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