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직장(구직) 23-46, 기억해놔야겠다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덕분에 잘 먹었어요. 고맙습니다.”
지난 추석, 소박한 간식을 준비해 네일샵 사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관리받은 손톱이 오래도록 유지되었고, 주변 분들이 색이 잘 어울리고 근사하다고 자주 말했다고 전했다. 단정하고 근사한 손톱 덕분인지 이곳저곳 다니며 구직 소식 전하는 내내 좋은 기운이 스며들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때 받은 간식을 잘 먹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데일리뷰티 네일샵 사장님의 인사에 김민정 씨가 “예.” 하고 답했다.
사장님께서 김민정 씨에게 직접 안부를 묻고, 감사를 전한다. 이전에는 색깔 고르는 것도 직접 묻고 추천하는 것을 보았다. 오늘은 굳이 곁에 있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자리를 비켰다. 김민정 씨도 “안녕.” 하고 사장님께서도 “편히 다녀오세요.” 한다. 손톱 관리를 마칠 즈음해서 찾아가니 짙게 칠한 손톱을 말리고 있다. 검정색이다.
“오늘은 몇 번 물어도 이 색을 고르더라고요. 원하는 것으로 도왔습니다.”
입주자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그것보다 더 좋아 보이는 것이 있으면 제안하곤 한다. 제안이라고는 하지만 때론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걸 했으면 한다는 드러나지 않으나 강요같은 말을 건넬 때가 더러 있다. 김민정 씨 손에 밝은 색이 아닌 짙은 검정색이 칠해졌다는 건 어느 부분에서 당신의 뜻을 제한 없이 이룬 것이지 않나. 어느 부분에서는 해방과도 같은. 김민정 씨의 뜻을 존중해 도운 네일샵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는 당사자를 곁에서 돕는 나 또한 어느 부분에서 해방을 이루게 한 것이기도 하다. 제한할 일이 아닌 것을 두고 의논한 것이라 보며 실은 제한하지는 않았나.
“자, 다 됐습니다.”
“예.”
“마음에 드세요?”
“예!”
손톱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평소에도 집중하면 늘 그렇듯 미간에 주름을 잡고서.
“이분 커피 좋아하시나요?”
“네, 좋아합니다.”
사장님의 시선을 따라가니 책상 위에 거의 마시지 않은 채로 남겨진 컵이 있다. 얼음 담은 컵을 보니 아메리카노다.
“아, 이분은 믹스 커피를 즐겨 마셔요.”
“그래요? 지난번에 히비스커스 차도 잘 안 마시더라고요.
마시는 걸 안 좋아하나 싶어서 물어봤어요.”
“네, 곁에서 함께하며 느낀 건 이분은 취향이 분명한 분이라는 점이었어요. 커피를 좋아하지만 다 마시는 건 아니고 노란색 봉지의 믹스 커피를 찾습니다.”
“기억해놔야겠다. 다음에는 그렇게 타 드려야지.”
“고맙습니다. 김민정 씨, 곱게 칠한 손으로 곳곳을 다닐 때마다 당당해지겠어요.”
“예!”
구직하러 돌아다닌 곳에서 당신이 쉬어갈 곳, 당신이 좋아하는 커피 취향을 아는 귀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2023년 10월 4일 수요일, 서지연
네일샵 사장님께서 서지연 선생님이 어떻게 돕고 묻는지 유심히 보셨나 봅니다. 민정 씨의 네일샵 이용이 편리해 보입니다. 신아름
지역사회가 어떻게 인사하고 어떻게 마주하며 어떻게 어울릴지 살피며 주선하고 거드는 게 우리 일이죠.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날 때 우리 일을 확인하고 확신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월평
첫댓글 저도 서지연 선생님처럼 둘레 사람께서 기억하시고 의지를 품을 수 있게 거들고 싶어집니다.
“오늘은 몇 번 물어도 이 색을 고르더라고요. 원하는 것으로 도왔습니다.” 사회사업이 특별한 일이 아닌 그저 보통의 평범한 사람살이임을 지역사회에서 발견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