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은 '전쟁을 위해 돈을 주고 고용한 병사'를 말한다. 당연히 돈뿐만 아니라 다른 대접도 '보통 병사'와는 다르다.
한국프로야구가 98년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한 이후 그들은 용병이라고 불렸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를 영입해 야구발전을 꾀한다는 취지였고, 연봉 상한선(20만달러)은 처음부터 지켜지지 않았을 만큼 몸값이 높았기 때문에 이들을 용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차라리 당연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그저그런 외국인선수들이 평범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나마 한시즌을 채우는 외국인선수조차 드물다.
한화는 22일 메히아를 퇴출하고 롯데에서 뛰었던 기론을 영입했다. 이미 다른 팀에서 퇴출됐던 선수를 데려온 것도 의아스럽지만 월봉 7,000달러(약 840만원)라는 계약조건은 더욱 이상하다. 토종 선수의 평균 연봉이 6,550만원이니 웬만한 1군 선수보다 몸값이 낮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영입했다는 얘기다.
한화는 지난시즌 중에도 삼성에서 실패한 파라를 데려왔다가 시즌이 끝난 뒤 퇴출시켰다. 2000년 LG에서 뛰었던 쿡슨은 올해 다시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3개월 만에 또다시 쫓겨났다. 각 구단이 외국인선수를 바꿀 때 다른 팀에서 퇴출됐던 선수가 후보로 오르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해 방어율왕 엘비라는 삼성에서 퇴출됐고, 기아의 다승왕 키퍼는 두산으로 쫓겨났다. 올해 개인타이틀 순위에는 외국인선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이유는 국내 프로야구가 그만큼 발전했기 때문이다. 또 제도의 문제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용병답게 국내 선수들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트리플A를 오가는 기량을 갖춰야 가능하다. 게다가 마이너리그에 있는 20대 유망주들은 대부분 다년계약에 묶여 있고, 빅리그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전년 9월1일 확대 로스터에 든 선수를 데려올 수 없는 규정도 장애물이다.
이달 초까지 미국에서 새 외국인선수를 물색했던 기아 조찬관 스카우트는 "뻔한 선수들을 몇몇 봤지만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드물었다. 이적료만 100만달러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예사"라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한국 무대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선수들은 여전히 많다. 마이너리그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데다 우즈와 레스(전 두산)가 일본에 진출하자 "한국에서 성공하면 몸값을 10배 더 받는 일본으로 갈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30세가 넘었고 빅리그 진출을 포기한 선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