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경, 취미(천영선민화갤러리) 23-6, 과정에 의미를 두고
6월 향토여류작가전시회 출품을 목표로 강자경 아주머니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6월에 전시회를 하려면 5월 말까지는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민화 시작하신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아주머니 마음처럼 실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아주머니 표정을 보니 오늘은 꽤 속상하신 모양이다.
“강자경 쌤, 향토여류작가전은 회원전이랑 달라요.
우리 회원 중에 작품을 선별해서 가는 거라 지금보다는 노력하셔야 해요.
색칠할 때 붓 터치가 보이면 안 돼요. 바림질도 할 수 있어야 하고요.
제가 물론 도와드릴 거지만 자경 쌤도 열심히 연습하셔야 해요.”
천영선 선생님께서 향토여류작가전의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
민화를 채색할 때는 붓 자국 없이 매끄럽게 채색해야 한다.
색이 자연스레 옅어지도록 채색한 물감을 펴 주는 것을 바림질이라고 하는데,
아주머니께서 특히 이 바림질을 어려워한다.
천영선 선생님이 설명보다는 다른 회원들의 작품을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강자경 아주머니 모시고 다른 회원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알려 주신다.
회원들의 작품을 보고 나니 강자경 아주머니는 어쩐지 더 풀이 죽은 듯하다.
주어진 시간 내에 다른 회원들만큼 작품을 완성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신 듯하다.
그래서인지 붓도 들지 않고 가만히 계신다.
아주머니 표정을 보며 잠시 생각했다. 아주머니께서 민화를 배우는 목적이 무엇인지.
민화 작가가 되기 위해 민화를 시작하신 것은 아니다.
향토여류작가전에 출품하겠다는 것이 아주머니 뜻에서 비롯된 일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어느새 직원의 욕심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당사자의 목표와 사회사업가의 목표를 구분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말을 떠올리며 적용할 때가 아닐까.
“아주머니, 향토여류작가전시회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내년에 회원전도 있으니까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 전시회 준비하셔도 돼요.
그런데 일단 할 수 있는 만큼 연습은 열심히 해 봐요. 하는 데까지 해 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죠.”
직원의 말을 듣고 천영선 선생님도 강자경 아주머니를 격려해 주신다.
“그래요, 자경 쌤. 너무 부담 갖지 마요.
자경 쌤이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고, 나머지는 또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꼭 전시회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마음 편하게 천천히 해요.”
그제야 마음이 놓이셨는지 붓을 드는 강자경 아주머니.
내색은 않으셨지만 그동안 꽤 부담감을 갖고 계셨나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니 이제라도 아주머니 마음을 알아차려서 다행이다 싶다.
“확실히 연습 계속 하니까 채색이 훨씬 부드러워졌네요. 이제 붓터치가 안 보여요.”
천영선 선생님 말씀에 아주머니가 자신감을 되찾는다.
강자경 아주머니에게 민화는 어느새 잘하고 싶은 것이 되었나 보다.
지난 회원전을 계기로 어떤 욕심을 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직원은 아주머니가 민화를 통해 지금처럼 즐겁게 천영선 선생님과 회원들을 만나고,
아주머니에게 의미 있는 역할이 더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일이 반드시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천영선 선생님 말씀처럼 다른 이들의 작품을 보는 것도 공부고, 의미 있는 일이다.
아주머니가 다른 회원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전시회에 관람 가서 작품 출품한 회원들을 축하하고,
감상을 나누는 것 역시 회원들과 더불어 의미 있는 역할을 감당하는 일이 아닐까.
전시회 출품 역시 다른 회원들처럼 실력이 갖춰졌을 때 할 수 있다면,
아주머니가 더 진심 어린 축하를 받고 기쁨을 누리시지 않을까.
어떤 성취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그렇게 돕자고 다짐하고 그렇게 도울 수 있기를 다시 한번 바란다.
2023년 5월 8일 월요일, 신은혜
‘욕심’이 생기고 ‘기대’가 되는 일. 이런 일들이 일상에 활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강자경 아주머니에게 이런 일이 있다니 반갑고, 뜻을 헤아려 주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감사합니다. 박현진
강자경 아주머니께서 전시회에 부담이 있었네요. 전시회 준비로 회원들 분위기도 그렇고
걱정을 많이 하셨을 것 같네요. 부담감 내려 놓을 수 있게 설명하고 그림에 집중할 수 있게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기대하며 부담스러워하며 준비하는 일이 있다니 감사합니다. 이런 걸 ‘생기’라고 생각합니다.
천영선 선생님, 설명하고 독려하고 지지·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