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원학교 서울예고 졸업 후 현재 서울음대 1학년에 재학중인
변미솔 학생의 아빠가 지난 10년간
딸 미솔이를 음악 전공 시키면서 느낀 경험담을
현실적으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같은 학부모님들끼리 함께 공유해요.
미솔이 아빠는 현재 논술강사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족하고 틀린 내용은 지적해주시면 많이 배우고 고맙겠습니다.
앞으로 100개 정도 테마를 정해서 꾸준히 연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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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어린 예술가의 고뇌"에 이어
이번주는 "음악 전공학생 부모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음악은 학생이 아무리 실력이 있고 열심히 해도
부모가 뒷받침 해주지 않으면 전공하기 힘듭니다.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뒷바라지가 필수적인데
돈 이외에 필요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살펴봅시다.
전공 학생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시간의 부족입니다.
하루 종일 연습을 하다보면
잠 잘 시간 놀 시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공부는 시험 때 몰아서 하고
놀 시간은 아예 없으며
잠 자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잠은 대부분 차에서 잡니다.
매일 새벽에 연습실에서 귀가하기 때문에
씻고 아침에 일어나다보면 수면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등굣길에 차로 태워주며
차 막히는 1시간 동안 뒷자리에서 잠을 잡니다.
오후에 하교 시간에 데리고 올 때도 차에서 잡니다.
레슨을 갈 때 차에서 자고
레슨 후 귀가할 때 차에서 자고
주말에 몰아서 조금 자고
주말에 내신입시 학원 갈 때 차에서 자고
집으로 돌아올 때 차에서 자고
인근 연습실 갈 때 차에서 자고
새벽에 귀가할 때 차에서 잡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등하교 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솔이의 경우에는 대부분 아빠가 기사 노릇을 했습니다.
딸 때문에 비정규직 프리랜서 일을 자청해서
10년 동안 운전기사 노릇을 했습니다.
음악 전공을 시키기 위해서는
부모 중에 한명은 희생을 해야 합니다.
저희는 능력 없는 아빠가 희생을 했습니다.
공연할 때 매니저를 하기도 하고
운전기사 노릇을 하였습니다.
음악을 전공시키는 10년 동안
가족여행 한번 제대로 간 적이 없습니다.
여름과 겨울에 음악 캠프 할 때
가족끼리 가서 곁에서 지켜봐 준 기억이 많습니다.
아침에 등교하기 때문에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서 밥을 차리고
새벽에 연습실에서 귀가 하기 때문에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는 잘 수도 없어
한명이 불침번을 서서 들어올 때까지 불을 켜고 있습니다.
미솔이의 경우에는 한창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밖에서 햇볕을 보지 못하고
항상 실내 연습실에서 지냈기 때문에
비타민 D 부족으로 칼슘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기도 했습니다.
실기 시험을 앞두고 긴장한 나머지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 링거를 맞기도 하고
시험과 콩쿠르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에 500원 동전 크기의 원형 탈모도 생긴 적이 있습니다.
보약이라도 지어주고 싶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홍삼으로 대신하고
항상 차에서 먹을 수 있도록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했습니다.
아빠는 저녁에 술자리 약속이 있어도
음주 운전을 하지 않기 위해서
술 한잔도 입에 대지 않고 대기하다가
딸 호출이 오면 급히 가서 운전대를 잡습니다.
그래서 아빠는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밤에 혼자 혼술을 합니다.
학교 실기시험 때마다 순위가 뒤바뀌기 때문에
한치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
대외 콩쿠르에서는 선후배끼리 경쟁을 합니다.
학교 실기시험에 집중을 하느라
고등학교 때는 콩쿠르에도 제대로 참여를 못해
원하는 대학에 제대로 갈 수 있을까 걱정도 하고
그래도 다시 일어나서 피나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전부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부모는 아무런 말도 해줄수가 없었습니다.
입시를 앞두고 지독하게 연습을 해서
박지성의 발,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처럼
미솔이의 손에 굳은살과 물집이 생겼습니다.
고운 손에 굳은살이 생길 정도로 피나는 연습을 하며
그런 딸 아이의 손을 바라보는 부모 마음은 착찹합니다.
실기시험 때 너무 긴장을 해서
소리도 제대로 못내서 바닥을 찍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버틴 사람이 승리자라는 말대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어릴 적부터 목표로 삼았던 학교에 합격을 했습니다.
지나고보니 하루에 4~5시간 씩 매일 운전을 하며
뒷자리에서 피곤해 쓰러져 자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힘들게 뒷바라지 할 일이 사라지니
오히려 그때가 힘들었지만 그립기도 합니다.
뒤돌아보니 음악 전공 아이 10년 동안
아빠의 삶은 없었습니다.
월급 없이 딸의 운전기사로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아빠도 본인 인생을 찾아야겠지만
어디가서 뭘 어떻게 찾아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멍하게 있을 때가 많습니다.
10년 동안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왔네요.
그래도 자식이 부모를 딛고 오르니 다행입니다.
음악 전공하는 아이 부모로 산다는 것,
부모보다 잘난 자식을 만드는 것이
세상 모든 부모의 소망인 것 같습니다.
첫댓글 이제 플릇전공을 막 시작한 딸을 둔 엄마로써 존경스럽네요~ 제가 딸 뒷바라지를 앞으로 잘해낼수 있을지 걱정되어 하루에 열두번도 더 생각들이 오락가락한답니다 따님이 좋은결과를 얻으셨다니 넘 부럽네요^^
이제 온전히 아빠의 삶을 누려보세요~^^
마음먹고 하시면 뒷바라지를 더 잘 하실겁니다.
앞으로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존경 합니다 🤩
감사합니다.
올해는 코로나가 끝나서 꼭 정기공연을 하셔야지요
대단하고 훌륭하십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아이의 성공뒤에는 부모의 희생이 따르는군요 저는 이제 어린 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니다.. 저는 미솔이 아버님처럼 할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릴때 음악을 배우고 싶은데 지원을 못해주신 부모님이 원망 스러웠는데… 음악 가르치는게 보통일아 아니라는걸 벌써부터 알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