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경 일어나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니 가을비가 소리도 없이 촉촉히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걷는다 해도 신발과 양말이 젖을 것은 뻔했다. 신발이 젖으면 다시 말려야 하므로
대체 신발을 꺼내든지 해야만 하루 목표량을 달성할 수가 있다. 컴퓨터를 켜고 일기예보를 봣다.
예보에는 2시부터 7시까지 비가 오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렇다면 백수가 바쁠 것도 없으니까 아침 밥을 먹고 걷기로 했다.
식사후 10시에 걷기운동에 나섰다. 비가 온 뒤라 바닥엔 노란 단풍잎이 여기 저기 흩뿌려져 있었고 연방 공중에 떠서 살포시
내려앉고 있었다. 아직도 가지에 매달린 단풍잎을 보면서 에드가 알렌 포우의 '마지막 잎새'를 연상하곤 했다.
위대한 작가란 있는 그대로의 정경 묘사뿐만 아니라 한 술 더 떠서 크리에이터 즉 창조자가 되어야만 작가의 타이틀을 거머질 수가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걷는 도중에 새벽시간에 같이 걷는 성당 형제반 아우를 만났다. 새벽에 일어나 걸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천 불구하고 걷기를 계속한다는 것이었다. 한번 계획을 세웠다면 우천불구하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나 처럼 신발이 젖는다는 핑계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목표달성에 지장을 초래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