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of -제 10화- "할수 있는 것"

“흠.......” 손에 쥔 서류에 무언가를 계속 메모하면서 델피에로는 경기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엊그제 본 ‘토탈사커의 완성판(?)’과 별 다를 바 없는 플레이가 지금 그라운드에 펼쳐지고 있었다. 뭐 나름 재미있게 한다면야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이곳에서 이걸 봐야한다는 것은 상당한 곤욕이었다. 앞에서 뛰고 있는 오합지졸들이 유벤투스 소속의 선수들이니까 말이다. “이건 뭐.......아무리 갑작스레 벌인 일이라도 좀 너무한 감이 있네요.” 볼펜 뒷부분으로 입가를 톡톡 치던 델피에로가 곁에 앉은 핼포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체 오늘 처음 만난 녀석들을 인사도 안하고 모조리 연습구장에 밀어 넣고 시합을 시키는 이유가 뭐냐고 묻고 싶었지만 여전히 핼포드는 웃고 있을 뿐이다. “그래.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뭐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게임을 앞에 두고 뻔뻔스레 묻는다. 당연히 델피에로의 반응이 시큰둥할 수밖에. “뭐 그냥 딱 봐도 개판이네요.” 퉁명스럽긴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 핼포드도 그냥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델피에로의 입장에선 2군 선수들과 갑자기 연습 시합을 시킨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인데, 설마하니 그들 -유벤투스 2군- 과 저렇게나 용호상박(?)의 대결을 펼치는 촌극이 벌어지리라곤 자신도 생각지 못했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럼 자네 뭘 그리 메모한건가?” 델피에로의 손에 들린 서류와 그곳에 깨알같이 메모한 글씨들을 바라보며 핼포드가 묻는다. “뭐.......그냥, 어이없을 정도긴 해도 체크해야할 부분들이 보여서요.” “이를테면?” “음.......포백 라인이 제법 정비가 잘되어 있다는 점이라든가, 소심한 바보 포워드는 일단 좀 맞아야겠다는 점 같은 것들?.......” “하하핫- 역시나 제대로 보고 있구만. 애초에 수비수 영입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이유가 저 녀석들 때문이지. 필립 얘기야 뭐 자네가 알아서 해야 하고.” 다시 경기장으로 눈을 돌리며 델피에로가 볼펜의 끝부분을 입으로 깨문다. 2군 소속의 공격수들이 슛은 고사하고 패스를 전개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유기적으로 잘 움직이고 있는 포백라인이 이번에도 상대의 공세를 끊어내는 모습이 보인다. 다만 그 공이 미드필더 라인을 거치면서부터는 컵에 담긴 물이라도 쏟은 것 마냥 제 멋대로 움직이다 다시 뺏기느라 정신없다. 수비수들이 아니었다면 2군 선수들에게 5:0으로 끌려간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모습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친구들이 어째서 팀을 떠나지 않고 남았는지 의문이군요. 파블리시오 단장이 다 팔아버리려고 안달이었는데 어떻게 남은 거죠?” 정리를 안 해서 이제는 마치 루치아노 파발로티의 그것 같이 자라버린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핼포드가 대답했다. “중앙 수비수인 ‘로버트 플랜트’ 랑 ‘이안 길런’ 같은 경우는 자네와 비슷해. 인테르랑 로마의 유혹을 뿌리치고 끝끝내 팀을 지켰지. 30살 동갑내기라 그런지 마음이 잘 맞고, 벌써 3년이 넘게 손발을 맞추다 보니 서로 잘 알아. 침착하게 걷어낼 때와 서로를 커버해줘야 할 때, 또한 자신의 위치에 따라 동료가 어디에 있는지 까지. 팀의 든든한 맏형으로서의 역할마저 잘 해내는 훌륭한 친구들이지.” “저 두 선수만 그렇다면 양쪽 풀백은 아니라는 말이군요?” “맞아. 왼쪽 풀백인 ‘잭 델라로차’ 같은 경우는 공격력이 좀 떨어지지만 수비력이 워낙 출중해서 얼마 전에 세비야에서 오퍼가 왔었어. 저도 가겠다고 하는 걸 뜯어 말리느라 고생 좀 했지.” “협박한건 아니구요?” “커흠!! 흠!!”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부리는 모습을 보니 델피에로의 말이 맞는 듯 하다. “여하튼 잭과 달리, 오른쪽 풀백인 ‘크리스 코넬’은 당장 윙어로 뛰어도 손색없을 만큼 공격적인 녀석이지. 창조적인 패스는 물론 발재간까지. 워낙에 뛰어난 선수라 잉글랜드 빅 클럽들의 오퍼가 끊임없이 왔었어. 더구나 지난 시즌에 공격본능을 발휘하질 못하고 수비만 열심히 했는지라 불만이 꽤 많았지.” “흠.......그 정도라면 정말 지금껏 남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인데요?” “맞아. 특히 첼시에서 오퍼가 들어 왔을 땐 정말 난리도 아니었지. 말리느라 힘들었다고.” “말린 건가요, 제압한건가요?” 눈을 샐쭉하게 뜨고 흘겨보는 델피에로의 모습에 애꿎은 땅만 차대는 핼포드. 말이야 이렇게 해도 어쨌든 핼포드의 뭔가가 저 선수들의 마음을 붙잡았음에 틀림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델피에로가 추궁을 그만두고 피식 웃고 만다. 그런 두 사람과는 별개로 인사라도 할줄 알고 가볍게 나온 선수들은 죽을 맛이었다. 인사도 제대로 안한 상태에서 느닷없이 시작한 시합도 어이없지만, 그렇다곤 해도 2군 선수들에게 휘둘린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자존심 상한다. 자꾸만 엄한 곳으로 패스를 찔러대는 세바스찬을 바라보던 데이빗이 결국 참다못해 버럭 소리 질렀다. “야!!!!말 꼬랑지!!! 왜 패스를 그따위로 하는 거야 대체? 공을 나한테 주란 말이야. 저 앞에 말고!!!!” “당신이 저 앞쪽으로 뛰어 들어가면 수비수도 없이 공을 잡을 수 있는데 왜 뻔히 힘들어질 방법으로 패스를 해달라는 거죠? 수비수 옆에 서서 공이 오길 기다리는 사람한테 들어야 할 말은 아닌 듯 한데요?” “그 수비수를 제치는 게 내 주특기고, 내가 할일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야. 알았어?” “당신이 그거 제치길 기다리느니 차라리 저 왼쪽에서 머리 만지는 저 친구한테 그냥 주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그 왼쪽에서 열심히 머리나 손질하던 리퍼가 움찔하더니 고개를 홱홱 젓는다. “아뇨 형. 저 오늘 처음 하는 거라 안돼요. 주지 마세요.” “.................” 뒤에서 사태를 조용히 관망하고 있던 디오가 한숨을 내쉬더니 낮게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닥치고 다들 열심히 좀 뛰어주시지? 내일부턴 우리 애들 데려다 세워놓고 뛰게 해줄까?” 비록 오합지졸이라 한들 디오에게서 풍겨 나오는 자신들과 다른 그 무엇(?)의 느낌을 받지 않을 리 없다. 결국 꼬리 만 강아지처럼 자신의 위치로 돌아갈 수밖에. 반면 2군 선수들은 그렇게나 꿈꿔오던 1군이 정작 자신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들뜨는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포백과, 수비형 미드필더인 디오의 묵직한 존재감에 제법 고생을 하고는 있지만, 1군 공격수들도 뭐 그다지 틀릴 건 없어 보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여하튼 이 어처구니없는 시합은 경기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핼포드의 샤우팅(?)과 함께 끝이 났다. “자-!!!!다들 그만!!!! 모두 이쪽으로 모이도록!!!!” 불만 가득한 모습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1군 선수들과 그런대로 희망에 들뜬 2군 선수들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이윽고 선수단 전체가 핼포드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서 모였고, 그들을 한번 죽 둘러본 그가 먼저 2군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잘 알았나? 너희들과 1군의 실력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언제든지 올라올 수 있다는 생각, 델레알피에 서서 너희의 가족, 그리고 팬들이 보는 앞에서 시합 할 수 있다는 희망,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들을 잃지 마라. 너희도 당연히 유벤투스의 선수니까.” “넷-!!” 환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2군 선수들. 절로 목소리가 커지고 힘이 붙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던 핼포드가 그들을 먼저 돌려보냈다. 2군 선수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던 그가 참담한 표정으로 서있는 1군 선수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풋-” 명백한 비웃음. 선수들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큰형들 없었으면 너희 오늘 질 뻔했다. 알고 있나?” 큰형이라면 중앙 수비수인 길런과, 플랜트를 말하는 것이리라. 더더욱 고개를 처박는 선수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핼포드의 말이 계속되었다. “2군 선수들에게 했던 말 그대로다. 너희나 그들이나 별다른 실력차가 없다. 앞으로 정말 피똥 싸게 연습해야 한다는 거지.” 잠시 말을 멈추고 핼포드가 고개를 숙인 선수들을 둘러본다. 승부욕이 강한 데이빗이나 디오는 몸을 부들부들 떨 만큼 분한 기분을 진정 시키느라 정신이 없었고, 모든 게 다 저 때문이라는 듯 곧 울 것 같은 필립의 얼굴도 보인다. 손발을 맞춰보긴 고사하고, 만난 것도 오늘이 처음인 선수들이지만 그런 변명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차피 지금껏 평생을 해온 축구이고,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 결과야 무승부이지만, 그 정도로 만족해서는 1군 선수라는 이름이 아깝다.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나?” 핼포드의 뜬금없는 말에 다들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가 뜸을 들이는 사이 선수들의 머리 속엔 온갖 생각이 다 떠다녔다. 과연 이 감독의 밑에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어쩌면.......이라는 믿음까지. 하지만 이어지는 핼포드의 말이 그들의 표정을 다시 일그러트렸다. “꿈 깨라. 너희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유망주도 아니고 다 자란 선수들의 신체능력마저 올려주는 능력 따윈 내게 없으니까.” “.......................” “하지만. 너희를 최고의 팀으로 만들어줄 순 있다.” 다시 선수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핼포드를 바라본다. “이길 수 없다고? 저 녀석은 최고의 선수라서 이겨낼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다. 너희들 개개인과 그들을 비교해야 한다면 당연히 너희는 져야한다. 지는 게 맞다. 멍하니 자빠져서 앞서 가는 녀석들을 바라봐야만 하겠지.” “..............” “하지만 팀은 다르다. 반쪽짜리 선수?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만 된다는 계산은 축구에 필요 없다. 마찬가지로 반쪽 더하기 반쪽 역시 하나만 될 리가 없다는 얘기다.” 선수들의 눈이 빛난다. 아직 말이 다 끝나지 않았지만 핼포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미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너희는 반쪽짜리 선수다. 다들 가진 능력에 비해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고, 그 약점 때문에 이전의 팀에서 버림 받은 녀석들이다. 그 능력을 끌어내 쓰기에는 너희보다 약점이 덜한 다른 선수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는 너희들의 반쪽짜리 능력을 끌어내서 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 “최고의 팀이 되기 위해 짜놓은 최적의 조합이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너희들이다.” 이제는 선수들이 어깨를 쭉 펴고 핼포드를 똑바로 바라본다. 바로 몇 분 전 까지 그들을 감싸고 있던 패배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희망이 똬리를 틀었다. 당장 세계 올스타와 시합을 하러 나가라고 해도 웃으며 뛰어나갈 기세다. 그런 선수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흐뭇했던 것일까? 핼포드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맺혔다. “패배감 따윈 잊어라. 지금부터 너희는 유벤투스라는 팀의 일원이다. 그리고 너희가 팀으로서 움직이는 유벤투스는 절대 지지 않는다. 너희의 가슴에 달린 엠블럼 위에 별 하나를 더 달수 있는 선수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바로 너희들이다.” “...........” “어떤가? 함께 해 볼 텐가?” 아까 2군 선수들의 목소리보다 몇 배는 더 큰 목소리가 선수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네-!!!” 그 모습을 뒤에서 가만히 바라보던 델피에로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말 몇 마디로 선수들을 쥐락펴락 해대는 핼포드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는 모습이다. 이러나저러나 결과적으로는 1군과 2군 선수 모두의 사기를 확 끌어 올려놓았으니 확실히 보통 언변은 아니다. 하긴, 그 덕분에 델피에로도 국가대표 코치를 때려치우고 여기 있는 것이 아니던가. “자, 지금부턴 각자 숙제다. 못하는 걸 더 잘하기 위해 삽질하는 건 시간도 없고, 내가 바라는 바도 아니다. 잘하는 능력을 극대화 시켜서 팀플레이에 녹아드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는다. 알겠나?” “네-!!!” “자, 제일 먼저 필립.” “네........네....!!” “볼 트래핑과, 슈팅 두 가지만 잘하면 된다. 나보단 델피에로가 더 잘 가르쳐 줄 거다. 그리고 성격 개조에 들어간다. 지금처럼 소심한 바보 포워드로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알겠나?” “네.......넵....!!!” “리퍼.” “네.” “다음부터 시합 중에 머리 만지면 맞는다?” “아.......그........그건......” “네가 연습할 두 가지는 이거다. 첫째 차놓고 달린다. 둘째, 바로 크로스를 올린다.” “네.” “크로스가 정확해져야 이탈리아 여인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 할 수 있겠나?” “당연하죠.” 두 눈을 번뜩이는 리퍼. 남들이 듣기에 어떻든 간에 스스로에겐 가장 중요한 이유다. “다음. 데이빗.” “네.” “넌 그냥 너 하고 싶은 것 해라.” 의외의 말에 데이빗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어이 감독님. 왜 나만.......” “어이 라는 호칭은 빼도록 하고, 난 널 프리롤로 쓸 거다. 다만 슈팅 연습은 좀 해 놓는 것이 좋을 듯도 하군.” “하핫- 역시 우리 감독님은 안목이 있으시구먼. 분부대로 합죠.” 바로 샐쭉 웃으며 대답하는 데이빗. 프리롤로 돌려주겠다는 말에 꽤나 기분이 좋았나보다. 상당히 단순하다. “세바스찬?” “네.” “넌 빨리 팀 동료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 외에 개인 연습 시간엔 프리킥 연습을 해라. 역시나 델피에로가 더 잘 가르쳐 줄 거다.” “네.” “다음은 에디.” “네.” 에디 베더. 길런이나 플랜트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동안 함께하며 지난 시즌 유벤투스의 승격을 이끈 선수다. 공격이나 수비 모두 상당히 어중간한 스타일이라는 평이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둘 모두를 적당히 잘 해내는 멀티 플레이어 중의 한명이다. “패스 연습을 위주로 한다. 시간이 지나고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할 세바스찬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면 그땐 네가 게임을 풀어나가야 한다. 알겠나?” “네.” “다음은 디오.” “네 형님.” “..................감독님이라고 해라. 여하튼 넌 다른 거 없다. 그냥 다 죽여 버리는 연습을 해라. 할 수 있겠나?” 입가를 비틀며 디오가 대답한다. “제 전문이죠.” 느닷없는 살벌한 대화에 필립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다. “자 다음, 길런과 플랜트.” “네.”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하는 모습을 보며 핼포드가 씩 웃는다. 이전까지의 묘하게 비틀린 웃음이 아닌, 그야말로 푸근한 웃음이 그들을 향한 핼포드의 믿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금처럼만 해주게. 자네들을 믿네.” “네.” 서로 바라보며 웃는 모습을 보니 세 사람 사이에 끈끈한 믿음이 존재하는 듯 하다. 물론 데이빗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다음 잭.” “네.” “선수들의 움직임 상, 리퍼 녀석은 계속 왼쪽 사이드라인 쪽에서 플레이하게 될 거다. 따라서 너는 오히려 중앙 쪽으로 치고 들어가서 중거리 슛을 날리는 연습을 한다. 알겠나?” “네.” “다음, 코넬?” “네.” “잭과는 반대로 네가 있을 오른쪽 라인은 데이빗이 여기저기 설레발 치고 다니느라 사이드가 빌 거다. 이번 시즌은 마음껏 공격해도 된다. 대신, 크로스 능력을 더 끌어올리도록.” “네.” 상당히 들떠 보이는 표정으로 코넬이 대답한다. 지난 시즌 내내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릴 기회가 왔다는데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스.” “네.” “부폰 말 잘 들어라.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아주 힘든 나날이 될 거다. 훈련이 고되다고 구시렁댈 생각이라면 그냥 지금 나가고........ 할 수 있겠나?” “물론이죠. 해보고 싶은 게 생겼거든요.” 그 해보고 싶은 게 공격수를 앞에 두고 마르세유 턴을 하는 거라는 사실을 핼포드가 알았더라면 한스의 운명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러한 사실을 핼포드는 모르고, 한스의 이상한 열의(리퍼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일견 다른)에 고개를 갸우뚱 했을 뿐이니 ‘모르는 게 약’ 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선수들의 발걸음은 이전보다 훨씬 가벼웠다. 해야 할 목표가 분명하게 좁혀졌고, 적어도 감독이 아무 생각 없이 자신들을 데려온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자가 잘 해낼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당장 달려 나가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일 뿐이긴 하지만 어쨌든 효과는 긍정적이다. 어느새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는 2017년 7월 20일의 오후. 세리에A개막을 불과 한달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유벤투스의 첫날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10화 끝- =======================================================================================================   안녕하세요 ^^ 이번에도 역시나 심하게 늦어지고 말았군요. ㅠㅜ 죄송하단 말씀은 너무 자주 하는지라 염치가 없으니, 차라리 그 대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반드시 완결 시킬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ㅠㅜ   번외편은 지금 작업 중입니다. 잠시 뒤에 뵙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