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마누라는 과격녀-24/25-

24. 두 개의 전화 띠리리리-띠리리리-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재경방 앞에서 웅크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든 모양이다.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어대는 바람에 깜깜한 거실에서 팽개쳐둔 가방을 꺼내들었다. "여보세요-" [헬로우] "예 헬로우..음...누구?" 발신자가 누군지도 확인도 안한채 받아든 전화에는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지금 시간이면 한국은 새벽이겠구나!] "어머님?" [미안하다- 자는 중이었겠구나 내가 다시..] "아뇨!! 괜찮습니다 지금 말씀하셔도!!" [후후-우리 며눌아기 고새 목청소리 커졌네] "에이~ 저 원래 목청 좋았잖아요- 어머니도 차암~" [다름이 아니고 오늘 비행기탄다 우리!!] "예에?!!!" 늘 즉흥적이시다는건 내 익히 알았지만 어머님..그런 얘긴 미리미리 해주셨어야죠!!! 재경의 엄마이자 나의 시어머니. 지금 시부모님이 온신단다. 미국에서 계시는 분이 올대라 고 어디있겠는가? 도련님도 미국에 있는 마당에...우리집으로 오시겠다는거지.. 아..머리야..재경이 화도 못 풀었는데- 타이밍 하난 죽여주세요 ,어머님. [왜그렇게 놀래니? 우리 가는 거 안 반가워서 그러니?] "에이- 왜 말도안되는 말씀을 하고 그러세요." [호호- 우리 가면 손주 볼수있는거니? 니 아버님이 아주 성화다~] "예에???!" 아니..어머님..가시기전엔 그렇게 아들 잡아먹지말라고..신신당부를 하시더니..절대 재경이 미성년자떼기전엔 사고치지 말라면서요..그러시더니 이 무슨.. [왜 그렇게 놀래니? 호호- 나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데- 날 닮았으면 고거 아주 잘~생기고 똘망똘망 할텐데~ 내가 또 한 미모 하잖니~] 어머님..왕비병 있으신거 흠흠..익히 알고있었습니다. "저...어머님...사고치지말라고...."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인것도 모르니- 우리 며눌아가 선생님은 거저된겨?] 하하(허탈함에서 오는 웃음)..어머님.. 그 사실 절대 정재경한테 알리면 안됩니다.!! 그 소리 듣는 즉시- 고녀석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 쟤가 참고있는 건 다- 어머님과 한 약속때문이었다구요!! 그런 사실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꽤나 들떠계셔서 당연히 애가 있어야할지도 모른다는 착각 까지 들게하시는 어머님이셨다. [이따 마중 안나와도 괜찮아. 바로 빌라로 갈꺼니까 경비실에 열쇠 맡겨두고 출근하렴.] 뚝 끊겨진 핸드폰을 보고있자니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재경이 저녀석 저러고 있는데 어머님 아버님 오시면.. 정재경 저 자식이 두 분 오셨다고 있으신동안 억지로 헤헤 웃으면서 지내줄 녀석도 아니고.. 어쩐다..으.. 관자놀이가 지끈거려 검지로 꾹꾹 눌러주면 선잠들기 전..베란다에 집어던진, 제법 쌀쌀해졌을 바람을 고스란히 받으며 파닥이고 있을 정재경2놈이 생각나 고게 얼어죽든 내 알바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이 정재경이라는 것이 걸려서 베란다 문을 열어제꼈다. "재경이 이놈.... 죽었니? 살았니?" "죽었다.." "이젠 대꾸도 잘하네 조류주제에" 당연히 앵무새 재경이 대꾸했을줄 알고 몸을 숙여 밑바닥을 손을 휘저으며 깜깜한 새벽운동 이라도 하듯 새장을 찾아나섰지만.. 어둠에 눈이 익숙해 질때까지도 손에 잡히는 건 시멘트 바닥의 차가운 기운뿐이었다. 아얏 시멘트바닥을 휘젓다 거대한 기둥같은것에 부딪쳐 올려다보면..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무표정하게 밤하늘만 바라보고있는 재경이 보이자 화들짝 놀라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대답한거 너였어...?.." "응" "얘는 어딜갔지? 으 얼어죽었나. 날라갔나." "내 방에." "쿡. 새 싫어하면서" "내 이름이랑 같아서 불쌍하잖아- 추운데 베란다에서 끽끽대구.... 꼭 나같길래.." 푹..심장에 못 박는 기술 제대로다. 잠시동안 떨어지지않는 입을 화풀이하듯 입술만 뜯어대면 재경의 손에 오래도록 피지않던 담배가 들려있는게 보인다. 익숙하게 라이터를 담배에 켜는 그 짧은 순간.. 그 순간에 불 속에 비친 쓸쓸함이 담긴 눈이 보일듯 말듯 하다 사라졌다. 밤갈색 눈에 가득 담긴 슬픔이 짧은 순간사이에 나타났다 어둠에 사라져버린것이다. 누구보다 강라하. 네가 더 잘알면서. 상처받을꺼라는걸. 아파할꺼란걸. 말없이 별도거의 없는 공허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좀 전 재경의 입에서 나온 말을 되새기며 묻는다. "그래서...그 앵무새 대신해서 네가 여기 서 있어주려구?" "뭐- 그런 셈인가?" "앵무새는 주인이와서 구해줬는데-" "그러게..나는 누가 구해주나?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지금 가장 보고싶지않은 사람이라 후우-" 재경의 차갑게 식은 목소리에 고개숙여버리는 나다. 녀석과 내가 서있는 공간엔 어둠과 흩어지는 담배연기만 있어지만 내가 느끼기엔 우리 사이에 재경이 몰래치고있는 어마어마한 벽이 세워져있는 걸 느꼈다. 그 벽에대고 내가 하는 말이란 고작...미안하다..이 말 뿐이다. "미안..해.." "지긋지긋하지않아? 그 말. 사랑하는 사람끼리 자주하면 그 커플 오래 못간다드라- .......그러게..왜 미안할 짓을해.." "......" "후우- 춥다. 그만 들어가" "아까 전화...." ♪♩♬♪♬ 들어가라며 밀어내는 재경을 등지려다, 재경에게 어머님. 아버님 오신다는 얘길 꺼내려는데 때마침 핸드폰이 울린다. 당황에서 가만히 서있으면 아무표정도 드리우지않은 얼굴로 말하는 재경이. "전화 뭐? 받어 울리잖아" "아..어머니가 다시 전화 하셨나보다..아까 어머님이 전화하셨는데..오신다고... 어머니..또 무슨.."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전화건 사람은 당연히 어머니일꺼라고.. 곧 전화를 받고 발신자를 확인 안한것이 실수임을 깨달아버렸지만. "어머니? 내가 왜 어머니야!! 나 이세훈이야!! 세훈이!! 당신네 반 이세훈!!" "니가 왜.."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이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건 세훈의 전화에 그대로 굳어있으면 어디서 술을 마셨는지 혀꼬부러지는 소리로 말은 하는데 그 속에 다급함이 담겨있다. "희원이가 죽어가!!! 여기 사거리거든!! 그때 그 클럽 사거리!!" 다급한 세훈의 목소리에 딱딱히 굳어가는 몸. 내 몸이 튕겨지듯 베란다 문을 열어젖히고 나가려는데 그런 나의 팔을 거세게 잡아세운건 재경이었다. 전화내용이 밖으로 다 들렸는지 굳어서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급해 죽겠다는데 팔을 잡고 놓아줄 생각을 안하는 재경 때문에 답답함에 약간의 힘을 실어 쳐내보지만 다시 잡아 쥔 손에 아까보다 더 세게 힘을 준다. 짤막한 말과 함께. 재경의 입에서 낮고 확고한 목소리가 비집고 나온다. "정재경. 이거 놔봐! 희원이가..희원이가.." "지금가면.." "재경아!! 나 급해!! 우리반 학생이 내 제자가 죽어간다잖아!!" "다신 안봐" "......" ".....지금가면...나 다신 너 안봐...." "....." 25. 선택 아무생각이 들지않았어. 재경이 말만이 머리를 울렸지. 근데..나 그래도 가야했어.. 그랬어..재경이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어느때보다 확고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내 제자한테 무슨 일이 생겨서인지...강희원이란 이름때문에 흥분한건지.. 그건 나도 모르겠지만..가야한다는 생각만 들었거든..그 순간은. "아저씨!!!" 택시를 잡아세워서는 다급하게 목적지를 말하고는 도착하기까지 내내 손톱을 물어뜯었다. 손톱이 못생기게 울퉁불퉁해졌지만 그런거에 개의치않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아저씨를 무시한 채 멍청이 있었다. 재경이 어떤 표정으로 뛰쳐나가는 나를 쳐다보았는지.. 어떤 생각으로 나를 붙잡았을지.. 그런 걸 먼저 생각했어야 하는 내가 .. 오로지 하나만 떠올렸다. 강희원이 죽어간다. 그 하나만을 생각했다. 무슨정신으로 차비를 계산했는지- 그대로 내팽겨치듯 내고는 튕겨져나오듯 택시에서 내린 것 같다. # 레드라이언 앞 사거리 헉헉거리며 길거리를 뛰어다닌지 몇 분째..자정이 훨씬 넘은 새벽에도 클럽이 즐비해있는 거리는 그때가 마치 활동시간이라도 되는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에게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며 찾아다녔지만 다 죽어간다던 희원도 다급하게 전화를 하던 세훈도 보이질 않았다. 설마 응급실에 실려간건가..하아.. 어디에도 보이지않는 두사람의 모습에 흥분하며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간신히 붙잡고 있으 면 손에 든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여보세요!!!" "지금 어디야?!!" "하..이세훈!! 어디야!! 여기 사거리인데...희원이는?!! 희원이 많이 아파?!!" "어. 아주 많이 아퍼..그러니까 빨리 레드라이언으로 들어와~ 혹여라도 안 들여보내주면 내 이름대고 들어와" 다급하던 세훈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장난기가득한 목소리였지만 그 순간은 깨닫지 못했 다. 미련하게도 지금 떠올려야 할 사람이 누군지. 조차 내 머리는 잊고있었다. 레드라이언 입구에 다다르자 저번에 들어왔던 경력살려 들어서려는데 입구 앞 떡대 둘이 거대한 몸뚱이를 거느리고는 내앞을 막아세운다. "안됩니다" "아씨 나 급하거든!! 나 지금 들어가야 해!! 이 안에서 사람이 죽어간다고!!" "그런건 알바아니고 아무나 들이는 곳이 아니니 그만 돌아가주십시오" "접땐 군말없이 들여보내주고는 왜!!!여기 다 쓸어버리기 전에 당장 안비켜!!!" 그래도 예의를 갖추고 막아서지만 지금 그런거에 신경쓸 여유가 있나. 저번엔 잘도 군말없이 들여보내주더니 이젠 막아세우는데- 도저히 내 상식으론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달라진거라고는 접땐 야시한 옷이랑 화장..거의 분장수준이었지만..흠흠..고것좀 하고 머리 도 웨이브 잘세워진 머리였지만 지금 쓰레바 좀 찍찍끌고 이 거리 저거리를 해매며 부딪쳐 넘어져서 생긴 상처와 초췌해진 몰골. 화장안한 맨얼굴정도 뿐이구만. 제길 왜 안된다는거야!! "아씨!! 여기 다 뒤엎어? 그럴까? 아저씨?" "이러시면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아저씨가 정말!! 이세훈 그 새끼가 부른거니깐 당장 불러와!!그럼 되겠네!나 급해! 빨리!!!" "이세훈?..아..들어가시죠. 실례했습니다" "하.진짜 웃겨!! 흥!" 세훈의 이름에 건장한 떡대 둘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곤 길을 내준다. 내가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난동부려도 안비켜주더니 그 이름 여기서 영향력 쫌 있나보다. 고등학생 주제에.. 쉽게 들어올수있는 걸 멀리 들어온 레드라이언이란 클럽. 여전히 삐까번쩍하고 시끄러운 노래소리에..스테이지에선 몸을 흔드는 남녀가 속속 눈에띈 다. 부등켜앉고 있는 커플. 섹시댄스를 추며 엉덩이를 들어봐♬ 음악과 걸맞는 몸짓의 다 벗 지 그냥.-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여자들. 하며..홀 여기저기 남자하나씩 끼고는 웃음파는 여자들의 유혹적 손놀림과 스킨십이 뜨겁 다. 그런 눈요기꺼리를 슬금슬금 훔쳐보며 세훈의 얼굴을 찾아나서면 홀 끝 구석에 낯익은 두 남 자가 테이블 한 가득 술병을 두고 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그 둘을 보고야 상황파악이 어느정도 된 내가 인상을 구기곤 천천히 그쪽으로 발걸음을 놓으 면 베실베실 웃고있는 세훈이 나를 맞는다. "이세훈!!" "여어- 왔어?" "희원이..다 죽어간다고 하지않았어?" "큭 봐봐 다 죽어가지? 술독에 빠져서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 헤헤- 그렇게 말하니깐 바로 달려오네-끄윽- 뭐야 그 표정은...걱정되서 달려와놓구~ 오우 우리 강선생 패션 죽이 네- 요기 들어오기 쪼~끔 많~이 힘들었겠는데~" 다리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동시에 내 머리에선 적색경보가 요란히 울리는걸 세훈이 녀석이 아는지 모르는지 베베꼬인 혀를 풀어보려고 아아- 아아-를 연발하며 발음연습 한창이다. 고 앞에 쓰려져선 얼굴을 테이블에 처박고 들줄 모르는 희원이. "하아...정말 이세훈 너란 놈은.!.너때문에 진땀뺀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살려두고 싶지도 않 다" "헤헤- 그래서 죽일거야? 에이~ 그렇게 안하면 안올꺼니까 그랬지~" "나 없어도 되는 거 같은데 이만 가마." "에비~ 안되지 그럼!! 나 일어나야되니까 이녀석 좀 집에 데따줘!! 집으로 고~고~" "너 아직 정신있는거 같은데! 택시 잡아줄게- 니 놈이 데리고 들어가지.?" "싫어. 니가 데려다줘. 난 지금 가야된다니깐. 희원이 얘기 다 들어주고 가" 얼씨구. 그러고는 다리가 꼬일때로 꼬여서는 가야된다며 일어서는 것이다. 내게 희원을 남겨두고 여기치이고 저기치이며 흐물흐물되는 이세훈을 어이없어 바라보고만 있다가 순간 번뜩였다. 이세훈 고게 강희원을 내게 넘기고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세훈이 멀찌감치 간 후에 깨닫고는 소리질러보지만.. "야!!!얘 데려가야지!!!이세훈!!!이세훈!!!!" 내 목소리가 홀을 울려 사람들 시선이 쏠리는 민망함 속에서도 힘껏 외쳤건만 유유히 홀을 빠져나가 클럽 밖으로 사라지는 이세훈 고노마였다. 으악. 저 ..저.. 저것은 진짜 웬수도 저런 웬수가 없을꺼야..후우.. 정말 세상에 이세훈같은 사람만 가득하면 난 이미..저승을 택했을 걸 후아.. 한숨 푹 내쉬며 돌아서니 세상물정모르고 테이블에 고개박은 희원이 보인다. 그런 희원에 한숨이 더 커져버리는 나. 착하디 착한(자뻑 제대로다) 내가 강희원이 일어날때 까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이 다 큰 건장한 사내를 내가 업을 수도 없거니와 끌고가기도 힘들 었기에 술 취한 사람이 좀 무겁나.. 희원을 낑낑거리며 매고 가는 내모습이 떠올라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술병을 가만히 내려다보는데 술병 속으로 재경의 얼굴이 떠오른다. 쿡....정재경....내 마음이 숨통이 트이니까..니가 보이네...아..재경의 마지막 말이 메아리 치듯 머릿속을 울린다.. '지금가면...나 다신 너 안 봐.' "이제 어쩌면 좋지...쿡..어쩌면 좋냐..이 바보같은 강라하를 어쩌면 좋니..." 세훈의 목소리에 미친 듯 뛰쳐나오던 자신을 어떤 마음으로 잡아세웠는지 어떤 표정으로 바라봤을지..그제야 희원이 멀쩡한 모습에 안도한 뒤에야 재경이 보이는 자신을 탓하며 술병 을 들어 입에 그대로 털어넣었다. 한 병 두 병...그 테이블에 남아있던 술병을 모조리 비우려는 듯- 나도 모르겠다..나도..그냥 이대로 취해버리고 싶어...그대로 잠들어서 모조리 잊고싶다. 내가 일어났을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원상태로 되돌려있었으면 좋겠다.. ************************************************************************************** 음..우선 심여끼쳐드린점 죄송하구요. 계속 연재하기로 했는데 ㅠ-ㅠ 자신감을 상실해버린..후후.. 머리식히니까 앞이 보여서 다시 써나갑니다!! 계속 사랑해주셨으면 좋겠구요! 완결까지 달려가봅시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