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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비대한 특권, 더는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세비를 반납하고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자는 공약을 내놓았다. 국회의원 정원을 250명으로 줄이고 세비를 대한민국 중위 소득 수준으로 내리자는 제안도 했다. 민주당이 이 제안을 거부한데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이 공약의 실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국회의원 특권 폐지나 축소는 국민적인 합의 사항이라고 봐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불체포 및 면책특권이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의정 활동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요즘 권력자를 비판했다고 인신의 위협을 느낄 국회의원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특권들은 의원 개인 비리에 대한 면책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국회의 ‘아무말 대잔치’ 폐해는 도를 넘었다.
국회의원에 대한 대우도 과도하다. 보좌진을 9명이나 거느리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보스(?)의 재선을 위한 사전 선거운동이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국회의원 보좌진은 2~5명 정도이다. 세비도 올해는 작년보다 1.7% 올라 1억 5700만 원에 이른다. 국민소득 대비로 보면 OECD 국가 중 세 번째이다. 평균 가구 소득의 2배가 넘고, 중위 소득의 3배 수준이다. 구속 중에도 세비는 꼬박꼬박 나온다.
국회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선거에 지면 일종의 정치 낭인이 된다. 이때 이들이 느끼는 분노와 낙담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의사당이 있는 여의도에 발걸음을 끊고 싶어진다. 해고된 직장인이 다니던 회사 건물을 지나칠 때 그 반짝이는 유리창에 벽돌을 집어던지고 싶은 심정과 비슷하다고 한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수직 낙하한 것과 같은 심리일 것이다. 금배지의 특권은 평범한 국민의 일상을 상대적인 지옥으로 느끼게 만들 만큼 강력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1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국민의 주권과 권력을 위임받았을 뿐인 국회의원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법과 제도에 명시된 특권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이뤄지는 혜택은 훨씬 거대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특권 계급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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