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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를 졸업하는 현준이가 얼마전에 내게 부탁을 해왔다.
"엄마 우리반 애들이랑 하루밤 밤새기를 하며 놀고 싶은데 장소가 없어요 메주방에서 놀게 해주세요...." 라고
그때 나는 망설임도 없이 " 그래 알았다." 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현준이가 의아해 하면서 " 정말이요?" 하며 되물었다. 정말이라고 거듭 말해주었더니 나보다 키가 더 큰 이녀석이 내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부벼대었다. "엄마 고마워요~~~~" 하며
그러고 보니 우린 어렸을적에 겨울이면 허구헌날 이집 저집 몰려다니며 사랑방에 모여서 밤을 새워 놀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남의 집 부뚜막에 있는 밥이랑 김치독에 김치 훔쳐다가 밤참 먹고 그도 모자라면 무우 구덩이에 손 넣어 무우 몇 개 꺼내와 사랑방 윗목에 있는 날고구마를 깎아먹으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동네 여자 남자 가릴것 없이 그렇게 이 집 저 집 몰려다니며 놀았는데 지금 아이들은 마음놓고 모여서 놀 공간이 없다. 가옥 구조가 바뀌면서 아이들이 마음놓고 놀 수 있는 독립 공간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현준이게게 파격적인 선언을 해 주었다. 우리집을 너희들에게 하룻밤 팬션으로 빌려줄것이다. 물론 요금은 무료이다. 그 대신 사용하고 청소는 깨끗이 해 놓아야 한다 라는 조건을 제시하며.....
며칠전부터 아이들이 어떠어떠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노라며 현준이는 학교만 갔다오면 새로운 소식들을 전해주며 D day 를 기다렸다.
그날이 바로 크리스마스 12월 25일이었다.
아이들이 밤새워 먹을 먹거리를 준비해주려고 주방에서 이것저것 챙기고 있는데 일곱명의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들어왔다. 김밥은 재료만 준비해주고 스스로 만들어 먹어라 했고 떡볶이와 맥주 두 병까지 서비스로 제공해 주었더니 이 녀석들이 함성을 지르며 킹왕짱을 부르짖는다. 이것저것 주의 사항을 알려주고 현관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나도 저 아이들이랑 같이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돌아서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나도 너희들이랑 놀고 싶어 ~~~" 그랬더니 아이들은 정말 기쁘게 같이 놀자고 환호를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피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아이들과 같이 눈을 맞추며 놀아주기를 간절히 원한다는것을 느꼈다. 그 아이들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우리 어른들이 이 아이들을 너무 외롭게 했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왔다. 끼었던 장갑을 벗고 모자를 벗고 아이들틈에 끼여앉아 같이 케익을 자르고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얘들아 너희들 오늘 왜 케익을 사왔니?" "크리스마스 잖아요..."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데?" "예수님 생일 이잖아요.."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오실 아기 예수님은 다른 분이 아니라 바로 이 아이들일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밤새도록 아이들과 떠들며 함께 놇고 싶지만 그래도 멋진 어른으로 남고 싶어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옮겨 성당으로 왔다. 성탄을 축하하며 어른들도 밤새워 놀아볼 작정이다. 밤이 늦도록 돌아가지 않으니 신부님께서 어쩐 일이냐고 물어오시길래 오늘 우리는 갈 곳 없는 어린양이니 보살펴 달라고 자초지종을 말씀 드렸다. 그랬더니 신부님께서 활짝 웃으시며 손뼉을 딱 치시고는 현준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시더니 갑자기 산타 모자를 쓰시고는 "제가 치킨 배달하고 오겠습니다..." 하시며 눈길을 달려 나가셨다.
다음날 현준이에게 물어 보았다. " 현준아 너 산타가 정말 있다고 믿지?" 그랬더니 이 녀석 정말 정말 진지하게
아~ 주님! 이 말랑말랑한 아이들 마음에 스며들어간 산타 할아버지는 루들프 사슴코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오시는 분이 아니라 바로 바로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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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른이 되어도 ..믿고싶은 산타 할아버지..단지님 즐거운 성탄 보내셨나요?
녜 엄청 즐거운 성탄이었어요..... 초우님도 즐거운 성탄 보내셨겠죠?
그 동네는 참 따듯한 어른들과 아이들만 사는 산타 마을 같아요~
단지님, 우리도 메주방에서 밤새 동치미 국물 퍼다 먹으며 김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 쪄 먹어가며 올 나잇트 하면 좋겠네~ㅎㅎ
그럴까요? 그것 참 재미있겠네요.....감기 조심하셔요....^^
따뜻함이 전해집니다 ..
따뜻함을 받아주시는 분 마음도 전해 옵니다.......^^
ㅎㅎㅎ~~ 행복한 현준이 모습~~~~^^*
ㅎㅎㅎ....작은 사랑님 행복도 전해져 옵니다 성탄 잘 보내셨죠?
존경합니다.
부럽삼!!!!!!
감사합니다..........^^
멋진 산타가 되신분들~~~ 멋진분들이 부럽습니다. 가슴 따뜻하고 즐거운 성탄되셨지요~~
산타가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성탄 잘 보내셨나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동화 한편 감동있게 읽고 갑니다. 단지님 감사합니다. 예수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별꽃님 행복한 나날 되셔요........^^
단지님 정말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셨네요. 아이들도 잊지못할 크리스마스였을거 같구요. 센스쟁이 신부님도 넘 멋지시구요. 덩달아 저도 행복해집니다. 감사합니다. *^^*
멋진 신부님 덕분에 우리 현준이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답니다....참 감사한 일이지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잊지못할 크리스마스가 되겠네요
함께 하는 기억이 있는 한 영원한 친구가 되겠군요
아이들과 단지님 모두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청한님 건강 위해 기도드립니다.^^
와........천사표 단지님^^부럽습니다요..
제가 무슨? 주님께서 기회를 주심에 이루어 진 일인걸요.....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적 모습이 생각 나네요.
지들 방의 창문을 조금 열어 놓았길래 물어 보았더니 싼타 할아버지 들어 오시라고 그랬대요.
침대에 커다란 쇼핑백을 걸어 놓았길래 물어보니 큰 봉투를 걸어 놓으면 커다란 선물 주실거 같아서래요.
애들이 못알아보게 글씨체 바꿔 카드 쓰느라 애먹었던 일 ...
선물 감춰두고 잠들기 기다렸던 일...
이젠 크리스마스가 추억을 떠올리는 날이 되어 버렸네요.
단지님은 현재 진행형이니 좋으시겠어요~
부디 오래오래 행복 누리시기를~~~
늦둥이를 두었더니 이런 행운이 찾아오네요...
참 감사한 일이지요...
남은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길 ......^^
어려서 추억 이 가물 가물 하네요~~~
ㅎㅎ........... 같은 추억을 갖고 계시나요?
그 신부님 참 멋지시네! 킹왕짱 단지님은 더 멋지고!!!! 메주 냄새가 그립다. 그 곰팡내조차 그립다. 현준이 엄마에게 날마다 크리스마스를!!!
날마다 크리스마스 !! 영화 제목 같네요...............ㅋ
멋진 신부님!! 짱입니다~ 얼굴도 잘 생기시고 젊고 유머와 쎈쓰까지~ 그런 신부님을 모시니 단지님이 부러워요~~~ㅎㅎㅎ
그쵸? 주님의 은총이 저에게만 내리시나봐요.......ㅎㅎ 아낙수나문님 덕분에 더 행복한 성탄이었답니다...^^
내 어릴적 아련한 추억하고, 친구들 얼굴하고, 함께 놀던 까이들하고, 가슴 따뜻했던 기억까지 몽땅 꺼꾸로 돌리는 필름이 여기에 있습니다^^*..
가슴 뭉클한 포스트가 착하니즘의 단지님표라서 그래요~~! 아드님이 부러버...................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오실 아기 예수님은 다른 분이 아니라 바로 이 아이들일 것이다."
단지님의 그 동심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신부님의 빛나는 센스에도 박수를~~
추억에 남는 크리스마스네~~~
단지님아~ 사진이랑 글.... 좀 크게 올려다오~ 잘 안보여 죽갔데이~~~~ㅎㅎㅎ^^
김사랑,컴 밑에보면 100%로 되여 있으면 125%나 150%으로 키워서 보면 잘 보인데이~~ㅎㅎ
~ㅋㅋㅋ 행님요~ 알겠심데이~~~ㅎㅎㅎ^^
단지님 ~~~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