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친구들과 점심 저녁을 먹으며 신나게 놀고
밤늦게 빈집에 돌아와 잠을 청하고
일요일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휑한 빈집에서 어찌 하루를 보낼꼬~산이나 가야지....
비상 쑥떡에 산에서만 먹는 믹스커피와 보온병을 챙기고
바로 집을 나섰다.
집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데
저만치에서 젊은 여인이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게 보인다.
목줄이 늘어진게 보여 길 한쪽으로 바짝 붙어 물러서서 먼산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앞을 지나던 개가(강아지가 아니고 개였다.ㅎ)
내게 달려들며 으르렁 거리며 짖어대는 바람에 깜짝 놀라 더 물러 서는데
주인은 "왜그래? 왜그래? 두 마디를 하곤 휙 지나쳐 간다.
(놀란 나에게도 목례정도로 사과해야 하는게 아닌가? ㅎ)
당황하고 맥없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은근히 부아가 나서
길건너 골목으로 사라지는 여인의 뒷모습을 째려 보았다.^^
'저 개의 눈에 내가 만만하고 이상하게 보였나?'
'이른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지?'
'오늘 하루는 더욱 조심해야지....'
버스를 갈아타고 불광동에서 산행시작,
족두리봉으로 올라 정릉 하산예정이다.
산길에 접어들어 얼마쯤 올라 갔을 때
뒤에서 왁자지껄 지방에서 온 단체 산행객들이 몰려온다.
뒤따라 천천히 가야지 하며 길옆으로 물러서서 피해주는데
아차! 돌아서며 길가 커다란 거친 바위에 다리가 걸려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가까스로 자세를 잡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괜찮냐고 묻는다.
일단 자세를 잡느라 휘저었는데 요즘 오십견 통증으로 고생중인
왼팔어깨에 심한 통증이 온다. 으~~~~~
그들이 지나간 후 통증이 가라앉고 나도 출발을 하려다보니
왼쪽 정강이가 쓰리다.
헉? 왼쪽 정강이가 거친 바위면에 넓게 쓸려서
여러 곳에서 피가 줄줄 나고 있는게 아닌가? ㅎ
걸음을 멈추고 배낭에서 연고를 꺼내 넓게 바르고 잠시 망설인다.
집으로? 산으로? 뭐 속이 다친건 아니니 산으로!!
산에 다니며 친구들이 다치거나 사고가 나는 것은 가끔 봤지만
내가 이 정도로 다친 것은 처음이다.
다시 걸음을 내딛으며 드는 두 가지 생각.
이 모습으로 집에 들어가면 아내에게 들을 잔소리~
하지만 아내는 집에 없다.ㅎ
그리고 잠시 전 집앞에서의 그 으르렁대던 개의 시비?
친구들과 모여 당구를 치며 놀 때 제일 고수인 친구가
늘 하던 겸손의 말이 "인생과 당구는 재수!" 라는데
산행내내 아침의 그 일이 아른거려 온갖 신경을 집중하며
조심스런 걸음으로 하산을 하다보니 다리의 상처가
생각보다 흉하게 보여 붕대로 감고 귀가를 하였다.
정말 운세라던가 재수라는게 있긴 있는 것일까?
첫댓글 좋은 일이 올 때도 주로 겹쳐 오고
나쁜 일이 올 때도 주로 겹쳐 오는
걸 보면, 재수나 운수 혹은 기의 흐름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ㅎ
저는 지난 주 하이웨이 운행 중에
트럭 펑크가 나더니, 주말 아내 이 치료 보호자로 따라갔다가 ㅎㅎ 제 이가 더 안 좋다는 진단 받고, 어금니 두 개나 뽑혔습니다. ㅎㅎ
ㅎㅎ어금니 없으면 먹기가 쉽지 않던데요~
대개 액땜이거니 이정도로 감사하긴 합니다. ㅎ
피가 흐를 정도였다면
얼마나 놀랐을까요.
아침에 나올 때,
그개와 개엄마를 생각지 않을 수 없네요.
얌체 같은 그녀...
아무래도
아침에 부인의 인사를 받고 나왔어야 하는데...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며칠 후면 돌아올 아내에게 잔소리 들을게 걱정됩니다. 벌써 ㅎ
"왜 사람이 늙어감서 어설퍼지는겨?!!"
네~발목이 삐거나 그런게 아니라 다행입니다.^^
들머리에서 피를 보셨네요.
망설여지죠 등산을 해야 할까 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팅!
저는요 등산 혼자 하시는 님들이
제일 부럽기만합니다.
어떻게하면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혼자 등산 할 수있을지가 지금은
제 앞에 놓인 가장 큰 난제랍니다.
홀로등산은 정말 안좋습니다.
어쩔 수 없어 혼자 가는 것이지요~ㅎ
일행이 있는 산행이 훨씬 바람직한 거 같습니다.^^
머피의 법칙인가요?
개 끌고 다니는 그녀가 시발점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액땜 하셨으니
다음에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살점들이 흉하게 뜯겨나가 한동안 고생할거 같네요~ㅎ
요즘 이거 핑계로 동네운동도 쉬고 있습니다.^^
무더위에 건강한 날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