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같은 장소서 운전기사 5명 사망'
운전석 앉은 채 의문죽음 속출원인 과로사 - 마의 길` 소문
택시 운전사들의 돌연사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김해공항 국내선 택시 승강장에서 9일 오후 택시 운전사들이 고사를 지내고 있다.
`휘익~ 귀신아 이 소금 먹고 멀리 가거라 휘익~.`
9일 오후 부산 김해공항 국내선 청사 앞의 택시승강장으로 연결된 택시 전용도로에서 택시운전사 박춘화(55)씨가 흰 장갑을 낀 채 정차된 택시 사이로 소금을 뿌리며 액을 쫓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부산의 관문인 김해공항 청사 앞에서 택시운전사 50여명이 사뭇 숙연한 모습으로 고사를 지내자 공항 이용객들은 고사의 사연이 궁금한 듯 발길을 멈추기도 했다.
김해공항을 자주 드나드는 택시운전사들은 고사 지내는 이곳을 운행하기를 꺼린다. 그들에게는 김해공항 국내선 청사 앞 택시 전용도로 커브길 중 인도쪽 차로 10m 구간이 `마(魔)의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오후 5시께 이 구간에서 40대 초반의 택시운전사가 갑자기 쓰러져 동료들이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지는 등 최근 2년 간 5명의 택시운전사가 이곳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것이다.
이에 택시운전사들은 공항을 오더라도 `마의 길`로 접어드는 것을 극히 꺼린다. 불가피하게 그 차로에 접어들어 그 구간에서 손님을 기다릴 경우 아예 택시 밖으로 나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든가 도로 옆 잔디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택시운전사들에 따르면 2002년에 1명,지난해에는 3명 그리고 올해 벌써 1명이 이곳에서 비슷한 사인으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
의학적으로 원인은 과로사로 판명났지만 이곳에서만 잇따라 과로사가 발생하자 `도로에 나쁜 기(氣)가 흐르는 것 같다. 고사라도 지내 액운을 쫓자`는 말이 택시기사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나돌았고,십시일반 돈을 모아 이날 고사를 지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고사 때에도 기괴한 일이 벌어져 택시운전사들은 또 한번 불안한 마음을 쓸어내렸다. 택시운전사 송재일(65)씨가 `일주일 전 이 자리에서 숨을 거둔 동료를 위해 이 글을 올립니다`라며 침통한 표정으로 위령축문을 읽고 절을 하려는 순간,상 위에 놓아둔 떡이 앞으로 넘어졌다.
`땅의 기운이 세긴 센 모양이다. 이 정도 정성으로 될까`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어떤 사람은 불안한 표정으로 떡 위에 놓인 1천원짜리 지폐를 1만원짜리로 바꾸기도 했다. 공항 근처에서 살았다는 임영구(57)씨는 `원래 국내선 자리는 연못이었는데 사람들이 억지로 막아 공항을 만드는 바람에 수맥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