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5점을 내줬으나 찬찬히 뜯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수비수가 위치를 선정하는 데 조금만 신경 썼더라도 문제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더욱 그렇다. 수비수의 위치 선정은 시프트와 관련이 있다. 시프트는 최근 일본에서 '이승엽 시프트'라는 단어가 나와 이제는 팬들에게 낯선 용어가 아니다.
타자에 따라 수비 위치를 이동하는 게 시프트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이승엽에게 집중적으로 몸쪽 볼을 던지고 밀어치기를 방지하는 한편 야수들을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몸쪽의 당겨치는 볼에 대비해 짭짤하게 재미를 봤다.
롯데는 이병규 박용택 김재현 등 LG 왼쪽 타자 세명에게 센터라인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약간 옮겨 수비 위치를 잡는 시프트를 썼다. 수비 이동을 할 때의 기본은 바깥쪽 볼을 때릴 때 타구 방향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바깥쪽 볼을 때리기 위해 나가는 방망이의 각도를 살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LG의 세 선수는 롯데 왼쪽 선발 장원준의 바깥쪽 볼을 때릴 때 손목보다 방망이의 머리가 먼저 나가 센터라인 오른쪽으로 타구가 갈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렇다면 특히 유격수, 2루수가 각각 2루와 1루 근처까지 이동했어야 한다.
이 같은 시프트를 쓰지 않은 결과는 1회 1실점할 때와 5회 3실점할 때 고스란히 나타났다. 1회 2사 3루에서는 유격수 박기혁이 박용택의 2루 왼쪽으로 살짝 비켜가는 타구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해 달갑지 않은 첫 점수를 내줬다. 2-0으로 뒤지던 5회 2사 만루에서도 1루수 김주찬이 김재현의 강습타구를 외야쪽 깊은 수비 위치가 아닌 1루 곁에서 잡다 순식간에 3점을 내주는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했다. 김재현이 빨리 달리지 못하는 타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